과거 '호화청사' 논란을 빚었던 용인시 청사가 새롭게 공개된 에너지 성적에서도 꼴지로 드러났다. 이는 246개 지자체 청사의 2008년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정부의 최근 실태조사 결과 밝혀졌다. 용인시청은 2005년 신축됐다(위). 청사의 유리 벽면율은 80%로, 외벽을 통유리로 설계했다. 청사의 내부 모습(아래) 사진=지경부-행안부 지난해 9월 서울 종로, 통유리 건물이 건축되고 있다. 정부는 통유리 방식의 에너지 비효율성을 인정하면서도 민간건물에 대해서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사진=이지언
용인시청, 지자체 청사 중 에너지 낭비 '최고'
용인시청의 한 해 에너지 사용량은 3천8백toe로 지자체 청사 평균 5백toe의 무려 7배 수준에 달한다. 근무자 1인당 에너지 사용량 역시, 광역지자체인 전북도청을 제외하면 용인시청은 가장 높았다. 어떻게 기초 지자체 청사가 에너지 소비에서 '불명예' 1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용인시청사는 지상 16층에 지하 2층 건물로 5년 전 신축됐다. 총 공사비 1,974억원의 규모로, 신축 당시 '용인궁(宮)'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공사가 진행됐다.
신청사의 연면적은 7만9천 평방미터로, 1만1천 평방미터의 구청사에 비해 대폭 늘었다. 크기 증가만 봐도, '호화청사'라는 지적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단지 크기만으로 용인시청의 에너지 낭비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온실' 닮은 유리 청사
용인시청의 외관은 마치 온실을 연상시키듯, 외벽이 유리로 장식되어 있다. 유리는 단열 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여름엔 쉽게 햇볕을 통과시키고, 겨울엔 거꾸로 열을 쉽게 내보내 결국 냉방과 난방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문을 열지 못하는 통유리 방식을 적용했을 경우 아예 인공장치에 의해 환기나 냉난방을 해야하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시의 경우 2년 전부터 유리 건물의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서 공동주택의 벽면 유리면적을 최대 60%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용인시청의 유리 벽면율은 무려 80%로, 거의 '온실'에 가깝다. 새로 당선되는 용인시장은 올해 청사의 여름철 냉방용 전기소비량을 스스로 공개하고 절약방안을 시민들 앞에 약속해야 한다.
'투명한' 청사는 용인시청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스스로 밝혔듯 성남시청, 천안시청 등 신축되는 지자체 청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자체 청사가 에너지 낭비실태의 도마에 오른 사실 자체가 공무원들의 투명성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 투명하게 할 것은 행정이지, 청사 건물이 아니다. 벽면을 유리로 투명하게 연출하는 것이 곧 행정 투명성의 상징이라는 사고하는 방식은 전시행정의 환상일 뿐이다.
청사 대신 행정을 '투명화'하라
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지자체 청사의 에너지 낭비가 모든 수준에서 심화됐고, 최근 5년 내 지어진 신축청사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고백 이후 정부와 지자체가 밟아야할 단계가 무엇일까?
정부 스스로 호화청사나 통유리 건축이 에너지 낭비로 이어진다고 인정한 이상, 이를 규제할 보다 강력한 기준을 만들고 민간 건물에까지 확산시켜야 한다. 녹색성장위원회에서도 건물 에너지 증명제도를 도입했다고 공언한 바 있듯,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이 공개되고 입주자들에게 미리 에너지 등급을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시민단체들이 '타워팰리스' 유형의 고층 아파트나 공공건물의 에너지 실태를 조사해 고발해온 사례는 이제 충분하다. 기후변화의 시계는 이제 이런 고발이나 경각심을 확산하는 방식으로는 위기에 대처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역설하고 있다. 건물은 한 번 지어지면 적어도 20-30년 동안 유지된다. 당장 오늘 또 하나의 '용인시청'이 지어지지 않게 막아야 한다.
글=이지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
참고 [지경부-행안부 보도자료] 지자체 신축청사, 구청사에 비해 에너지사용량 2배 이상(652kb,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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