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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 매립과 초고층건물의 왜곡된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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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해안선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 모습을 잃었다. 군사시설이나 해수욕장, 기암괴석의 수변공간만 남겨 놓고 거의 매립되었다. 부산의 해안선 역사歷史는 그야말로 ‘매립의 역사役事’였다. 항만의 이용, 주거단지 조성, 산업단지 조성 등 사회간접자본에서 주택사업까지 개발의 이익이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방식보다는 소수에 집중되는 것이었다. 신평장림공단 매립, 용호남천만 매립, 명지주거단지, 부산신항만, 수영만 매립 등이 대표적인 매립역사役事의 사례이다.

부산에서 진행된 해안선 즉, 공유수면의 매립으로 인한 공공부지의 개발은 공공자산이 사유화, 독점화되는 경향을 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시민모두가 향유해야할 공익자산이 소수에 독점되는 왜곡된 현상을 부산시가 주도하고 있는 점이다. 부산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공유수면의 매립을 그 목적에 맞도록 사용한 경우가 드물다. 대표적 경우가 수영만 매립지로서 공사대금으로 대납된 부지의 당초 목적은 상업시설이 주였다.

하지만 오피스텔로 법을 비켜가던 건설자본은 급기야 도시계획의 변경을 통해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고 하고 부산시는 이를 승인했다. 건설자본이 총대를 메고 부산시가 뒤를 봐주는 변형된 개발주의의 전형이다. 부산시가 바다를 매립해 땅장사로 재미를 본 것은 이곳만이 아니다. 민락매립지, 용호만매립지에서도 땅장사로서의 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또 롯데는 바다를 매립하면서 그 목적을 제2롯데월드에 초고층의 숙박시설을 짓겠다고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롯데는 이 목적이 사업성 보장이 안된다는 이유로 아파트로 변경하려는 신청계획을 제출했다. 롯데의 근시안적 계획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허술할뿐더러, 건물의 규모나 가치창출의 측면에서 볼 때 예정된 시나리오의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해안의 원형을 잃은 부산시민들은 초고층아파트의 밀집으로 인해 고유하고 수려한 해안의 경관을 빼앗겨 버렸다. 땅장사로 일관하는 부산시와 바다를 메우기만 하면 아파트로 개발이익을 독점할 수 있다는 건설자본의 천박한 협연은 늘 성공했다. 그 신화를 바탕으로 다시한번 왜곡된 블루스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바다를 밀어내고 땅을 만드는 과거의 역사役事가 지금도 버젓이 지속되는 것은 문제이다. 여기에 바다를 메워서 만든 시민모두의 공간과 경관이 소수에게 독점되고, 바람 길이 왜곡되는 폐해에 대한 책임은 찾을 수 없다. 다만 이것이 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부당한 악순환만 남아있다. 더 이상 땅장사를 위한 바다의 매립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더구나 초고층 개발이익에 의해 땅과 하늘과 바람의 공간적 자연자산이 폐쇄적으로 향유되는 방식은 더욱 그렇다.

*이 글은 지난 8월25일 부산환경운동연합이 주최했던 '부산 연안의 매립과 sky line의 변화 무엇이 문제인가' 시민토론회에서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발표한 토론문 자료입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051-465-0221, pusan_sk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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