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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교통과 자전거

[도로다이어트②]망원동길 자전거도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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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8일 망원우체국 사거리에서부터 한강공원입구까지 망원동 자전거도로 일부 구간을 조사했다(아래지도 참조).

마포구 망원동길 자전거도로는 지난해 5월 왕복 4차로에서 차로 하나를 줄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보행로가 아닌 차로를 줄여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도로다이어트 기법을 적용한 초기사례로 부각되면서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망원동길 2.3㎞ 구간에 너비 2.0m의 자전거도로를 설치하면서 지난해까지 왕복 4차선인 도로를 3차선으로 줄였다. 지난해 당시 연합뉴스는 "망원동, 성산동, 서교동, 연남동의 주민들이 한강공원 망원지구로 나갈 때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성중.고등학교, 성서초등학교 등 주변 학생들이 통학 때 많이 이용할 것으로 구는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두색으로 표시된 곳이 이 이번에 조사한 구간으로 1킬로미터에 이른다. ▷큰 지도에서 조사구간 보기

자전거길과 보행로 구분 어려워
망원동 자전거길은 한쪽 차선(성서초등학교 방향)으로만 있고, 보행로와 같은 높이로 설치돼 있다. 차로와는 분리대로, 보행로와는 가로수나 전봇대에 의해 구분되어 있다. 보행로가 상가의 적재물이나 차량 따위로 가로막혀서 보행자들이 자전거도로로 우회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 이번 조사에서도 목격됐다.

이는 자전거도로의 높이가 보행로와 나란히 설치돼 사실상 구분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설계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차로를 줄여 만드는 도로다이어트를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행로를 줄여서 자전거길을 만들어왔던 기존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한 탓이다.

자전거도로를 차로와 나란한 높이로 설치했을 경우 주차 차량의 관리가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자전거도로를 차로와 보행로 사이의 중간 높이로 한다든지, 연석이나 분리대를 설치하는 방식을 적용해 자동차가 넘어오지 못 하게 설계할 수 있다. 분리대가 주차된 자전거에 묶여져 있는 경우가 흔히 발견되는 것도 보행로와 자전거도로가 쉽게 구분되지 못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어느 쪽으로 달려야 해?" 주민들도 통행방향 몰라
망원동 자전거길은 주행방향을 모호하게 표시하고 있다. 도로 표면에 방향표시가 대부분의 구간에 되어있지 않아 상식적으로 차량 주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일방통행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자전거길이 만들어진 뒤 이용자들이 늘었냐는 질문에 중고자전거상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로 '사고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주행하던 자전거 이용자들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한다는 것. 그는 오히려 현장조사를 나온 내게 묻는다. "어느 쪽으로 달리는게 맞아?"

차로와 나란한 한 방향으로 달려야 한다고 대답한 나는 잠시 뒤 대답이 틀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간 중간의 도로표면에 양방향 표시가 있었다. 2미터 너비의 자전거도로를 양방향으로 주행하기 위해선, 서로에게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방향 표시가 도로의 유출입구를 포함해 찾아보기 힘든 것은 자전거 운전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결국 사고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왜 교차로에서의 안전은 간과될까
경복궁 외곽 자전거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망원동 자전거도로 역시 교차로에서의 자전거 통행우선권에 대한 강조가 부족하며, 이는 교차로 통행에서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차로와 교차하는 자전거도로의 경우 단순히 선을 그리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색상으로 포장해서 자동차 운전자의 시각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오히려 교차로가 아닌 대부분의 구간에 일정한 색상의 포장을 적용했는데, 이는 사실상 불필요하며, 오히려 안전의 관점과 상반된 설계다. 학교가 밀집한 망원동길 구간의 경우 안전을 고려한 자전거도로 디자인이 보다 강조돼야 한다.

도로뿐 아니라, 자전거 전용신호등과 같은 시설 역시 간과돼선 안 될 보완점으로 남아있다.


자전거도로 설치, 주민들에게 물어라
기존의 차로를 줄이는 방식이 현재로선 모두 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 하는 것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동교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한 주부는 자전거도로 이후의 변화에 대해 "더 복잡해졌다. 왜 넓은 도로는 놔두고 이런 좁은 길에 (자전거도로를) 만드냐"며 반문했다. 자전거도로가 진정한 '녹색'을 입기 위해선 주민들 사이에 공감대와 동의를 모으는 과정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또 앞의 지적대로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져야할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도 과제다. 마포구 자전거도로 지도에 표시된 합정로 구간은 대로에 위치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지만, 보행자겸행도로로서 사실상 이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아래 사진). 망원역이나 합정역 근처에 주차된 수많은 자전거가 이 지역의 자전거 이용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자전거도로 대신 차로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형식적인 자전거길 대신 합정로와 같은 자전거 이용자들이 많은 대로에 도로다이어트를 적용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더 두드러지지 않을까.


마포구 망원동길 자전거도로 조사결과 보완점

1. 보행로와 자전거도로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알리고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2. 자전거도로 유출입구에 주행방향 표시한다.
3. 교차로 자전거도로에 색상포장을 통해 자전거 통행우선권을 강조한다.
4. (마포구에 추가 자전거도로 설치시) 보행로 및 차로와 높이를 차등화해 자전거도로를 구분한다.

글/사진=이지언(leeje@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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