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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교통과 자전거

자전거도로 없는 서울시 자전거 시범학교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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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연합은 지난 9월 한 달 간 서울 시내에서 생활 속 단거리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얼마나 편리하게 탈 수 있는지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자전거 시범학교 안전성, 기초시설 및 다중이용시설의 자전거 시설 현황, 대중교통 연계 방안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전거 전용도로는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기 불편한 현실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자전거 시범 학교 지정된 서울의 한 학교의 모습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9월 한 달간 서울시 지정 자전거 통학 시범학교로 지정, 운영되고 있는 중·고등학교 100개 중 67개교에 대한 자전거 시설 현황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 결과, 학교 앞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어 있는 학교는 16개교로 23.9%에 그치고 있었다.
 
시범학교의 도로 설치 현황을 구별로 살펴보면 아래 표에서 보듯 도봉구, 마포구, 송파구, 강동구 등 4개 구를 제외한 나머지 자치구는 시범학교를 지정만 해 놓고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종로구는 자전거 시범학교가 하나도 지정되어 있지 않았고, 용산구, 성북구, 금천구, 관악구 등 4개구는 자전거 시범학교 지정이 단 1개교에 그치고 있어 기후변화 시대의 적극적인 생활 정책 중 하나인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대해 무관심했다(아래표).

자전거 도로 설치 학교
(16개교)

자전거 도로 미설치 학교
(형식적 지정 포함, 51개교)

창동고(도봉구)

상암중, 경성중, 경성고(마포구)

보인고, 거원중, 풍성중, 배명고, 보성고, 보성중, 신천중, 영파여고, 오금고, 잠신고, 풍납중(송파구)

동북고(강동구)

성동공고, 용산고, 경일고, 경수중, 성수공고, 경일중, 자양고, 건대부고, 신양중, 건대부중, 동대부고, 장평중, 송곡고, 동원중, 중화고, 태능고, 상봉중, 수송중, 신일중, 영훈중, 서라벌중, 번동중, 창동중, 서라벌고, 선진과고, 덕산중, 구산중, 은평중, 서연중, 신목고, 양정중, 양정고, 광영고, 진명여고, 목일중, 문일고, 성남중, 서울공고, 성남고, 성보중, 영동중, 개포고, 잠실고, 방산고, 영동일고, 방이중, 세륜중, 잠신중, 잠실여고, 정신여고, 창덕여고

서울지역 중·고등학교 중 자전거 통학 시범학교의 자전거도로 설치 현황(조사대상: 총67개교)

인도에 겸용으로 설치된 자전거 통학로. 인도가 너무 좁아 자전거 통학생, 도보 통학생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너무 좁아 통학로… 보행자와 자전거 모두에게 위협
조사대상 학교 중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자전거 겸용 도로 표시를 하고 있는 학교는 51개교였다. 이들 학교의 학생들은 자전거 도로 없이 차도나 인도를 이용하여 자전거로 통학하고 있었다. 그 중 일부학교는 1m내외의 좁은 인도를 보행자와 자전거가 동시에 이용하는 상황으로 안전사고 위험까지 감수하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전거 교육조차 진행되지 않는 자전거 시범학교 '무색'
또한 자전거 통학 시범학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교육 실시여부에 대한 물어본 결과, 자전거 교육을 진행하는 학교는 실제로 찾기 어려웠다. 결국 자전거 시범학교는 자전거 주차장 설치와 자전거 무상 수리 서비스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초등학교에서 자전거 교육을 시작하는 등 자전거 타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하지만, 많은 예산을 지원하며 운영하고 있는 시범학교에 대한 진단부터 필요한 시점이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시범학교 운영 방안 마련 필요
서울시는 청소년기부터 자전거를 이용하는 습관을 길러 미래의 자전거 이용수요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2006년부터 자전거 통학 시범학교를 지정 운영하는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서울특별시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에서도 「시장은 자전거시범학교로 지정한 경우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통학로에 대하여는 교통안전표지판, 안전시설 등을 우선적으로 설치하여야 한다」 등 시범기관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항목을 별도로 정하고 있으며, 해마다 자전거 통학 시범학교의 수를 확대하고 이를 자전거 활성화 정책의 성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환경연합의 이번 조사 결과 자전거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자전거 이용 학생 수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 모습, 인도와 분리되어 최소한의 안전과 이용이 가능하다.


자전거 통학 시범학교가 애초의 운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범학교의 수를 늘리는 양적인 확대보다는 자전거 이용에 익숙하지 않거나 안전문제로 자전거 통학을 꺼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이용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운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통학로 안전 보장, 도난 위험이 없는 자전거 보관 시설의 설치, 자전거 안전 교육 실시, 자전거 통학에 따른 학생들의 불편사항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개선 등 자전거 통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서울환경연합은 자전거 통학 시범학교 이외에도 생활에서 자전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민들이 생활 속에서부터 자전거가 친숙하고 편리한 이동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서울에서 자전거 타기 불편한 진실’에 대해 연속 발표할 예정이며, 이와 함께 서울시에 관련 정책들의 수립과 실행을 제안할 것이다.

글=오유신 /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 youshin@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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