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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교육

자전거 발전기, 어려웠지만 언젠간 내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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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영 님이 완성된 자전거 발전기의 페달을 밟으며 환해진 조명을 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주최한 자전거 발전기 제작 워크샵에 다녀왔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이런 재밌는걸 많이 하는 것 같다. 참여 전에 나는 강당 같은 데서 수십 명이 함께 강의를 듣고 각자 혹은 모둠별로 발전기를 만드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도착하니 '역시 환경운동연합'이란 생각이 들었다.

워크샵은 마당이 딸린 작은 집에서 스탭까지 십수 명의 사람들과 함께 진행됐다. 학생이 많을 줄 알았는데 학생은 나까지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종류별로 한사람씩밖에 없었다. 교사, 직장인 참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는데 아마도, 내 생각엔 내용을 전부 이해한 사람은 세명 내외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내게는 어렵게 느껴졌다. 적어도 평범한 고등학생이 바로 이해할 정도의 수준은 넘어서는 것 같았다.

이론은 너무 어려워 '패닉'에 빠지다

이론 수업을 시작할때 나는 열심히 노트필기를 해서 복습도 하고 현장기록을 최대한 남겨 보겠다는 강인한 의지를 불태웠으나 수업 시작 직후 나는 펜과 수첩을 도로 가방에 넣기에 이르렀다. 공책에 적힌 글이라곤 딸랑 '전기를 만드는 사람들'. 그나마도 아무것도 안 적고 넣긴 머쓱하기도 하고 공책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그냥 적어 넣은 말이었다.

내 주위 사람들은 열심히 고개도 끄덕이고 (물론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우뚱 거렸고, 결국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필기도 열심히 하길래 잠시 '나만 어려운 건가'하는 패닉에 빠졌었다. 야외수업 때 누군가 'AC(교류)가 뭐에요?'라고 물어본 덕분에 이 패닉에서 헤어나올수 있었다.

환경센터 2층에서 참가자들이 문장만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야외활동은 훨씬 좋았다. 사실 내가 워크샵에서 건져간 내용의 98%는 밖에 나가서 만들어 낸 것이다. 밖에 나가서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고, 직접 뭣도 해보고 하면서 혼자 곰곰히 생각해 보았더니 조금씩 눈이 트이는 것 같았다.

'나중에 꼭 내 손으로 에너지 만들어 보겠다!'

겉면의 자석이 인력에 의해 돌아가면서 지속적으로 자기력선속을 변화시켜 주면, 안에 고정되어 있는 코어에 달린 37개의 코일속을 지나가는 자기력선속이 변화하면서 전기가 만들어 진다는 가장 기초적인 사실을 비로소 설명이 끝나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란 생각이 든다.

비록 알아들은 건 전체 내용의 20%가 채 안 되는 것 같지만, 괜찮았다. 좋았다. 앞으로 계속 공부를 해 가면서, "아 그때 그게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뒤늦게 깨달아 가는것도 재밌을 것 같다. 이번 워크샵은 '선행학습'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지식들, 그리고 앞으로 배우게될 지식들이 실생활에 적용되어 '기술'이 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떨린다. 내가 저런걸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흥분된다. (2010년 10월 9일)

글=전재영 / '에너지 농부' 자전거 발전기 제작 워크샵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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