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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답이 아니다

“안전한 농장을 돌려달라!” 농부 400명 동경전력 본사 앞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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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동경전력 본사 앞에서 일본 농부들이 원전사고와 관련된 피해 보상 문제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Hikaru Uchida/아사히신문


일본 농부들이 동경전력 본사 앞에 소를 데리고 나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은행과 업체 경영진들이 동경전력의 책임상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대한 항의가 일어난 것이다.

4월26일 400여 명의 농부들은 동경 치요다구에 있는 동경전력 본사 밖에 모여 "안전한 농장을 돌려달라"나 "동경전력은 모든 피해를 보상하라"와 같은 글씨가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후쿠시마와 치바 등의 지역에서 온 낙농업 농부들은 트럭에 소를 태워왔고, 유통이 금지된 시금치가 전시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에서 재배된 양배추와 다른 채소에 대해 섭취 제한을 권고한 다음날이었던 지난 3월24일 자살한 64세 농부의 아내는 남편의 초상화를 들고 동경전력 관계자들에게 말했다. "(남편이 자살했던 것은) 동경전력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당장이라도 원전을 멈춰라."

유족들에 따르면, 자살한 농부는 30여 년 동안 유기농을 하면서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양배추는 농부 가족의 특산품 중 하나였다.

농부 대표는 동경전력에 즉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문서를 전달했다.

이에 관련해 동경전력은 정부 자문단이 보상범위에 대해 오는 28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이드라인의 권고에 따라 보상할 것이라고 약속했을 뿐이다.

정부는 농부, 어부 그리고 개인 사업자에게 임시 보상을 하라고 동경전력에 요구할 계획이다.

농부들이 동경 거리에서 시위를 진행하는 한편, 기업과 은행 경영진은 정치권력 내부에서 동경전력이 지불할 청구액의 상한선을 제한하려는 로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동경전력은 4월26일부터 대피한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임시 보상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지만, 전반적인 보상 계획은 아직 불분명하다.

정부는 동경전력의 법적 책임에 상한선을 두지 말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원전 사고에 대한 보상과 관련된 법규에 따른 것으로, 해당 법규는 사고를 일으킨 업체가 무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총 보상 청구액은 수조 엔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은행과 기업이 동경전력의 보상액을 제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동경전력에 2조 엔으로 긴급 대출금을 확대한 일본의 주요 세 개 은행사와 여타 기관들은 보상 책임범위 때문에 돈을 상환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유수 은행사 고위 관계자는 "시장은 정부의 제안을 호의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책임상한이 무제한이라면, 신용평가기관은 동경전력을 파산기업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4월 말까지 보상 계획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이는 5월초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아사히신문> 소식통이 전했다.

동경전력이 보상금 전액을 지급할 수 없게 되면, 정부가 대행기관에 공적 자금을 제공해서 이 기관이 동경전력에 대출을 하게 된다. 정부 제안에 따라 공적 자금은 전력사들로부터 상환 받게 된다.

동경전력이 지불할 보상 청구액에 상한치가 설정된다면,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추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26일 동경전력 본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150여 명의 재무기획분석 실무자들로부터 제기된 질문은 제안된 보상 계획에 맞춰졌다.

<아사히신문> 소식통에 따르면, 카츠마타 츠네히사 동경전력 회장은 업체의 법적 책임에 상한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동경전력으로서는 자금 마련을 위한 채권 발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카츠마타 회장은 "동경전력이 주식회사로서 계속 운영되고 우리의 순수익으로부터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계획 수립에 대해 정부와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경전력의 보상 청구액에 상한치가 정해지지 않게 될 경우, 다른 전력사들이 어느 정도의 금액을 보상 대행기관에 지급해야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한 전력사 사장은 "우리가 부담할 분량 액수가 얼마인지 모른다면 주주와 고객들에게 설명할 수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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