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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답이 아니다

후쿠시마 사고 1년 D-100… 뭘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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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12월2일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1주년을 정확히 100일 앞둔 날이다. 천문학적인 양의 독성 방사성물질이 핵발전소로부터 유출돼 광범위한 토양과 바다는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됐고 피난한 주민들이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지는 기약할 수조차 없게 됐다.


사고가 난 핵발전소로부터 200킬로미터도 더 떨어진 대도시 도쿄에서는 아이를 둔 시민들이 방사능 오염을 피해 오키나와를 비롯한 일본 남서부(그리고 심지어 부산까지)로 이동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후쿠시마 핵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내세운 피해 보상 절차는 매우 까다롭고 복잡해 많은 시민들은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애를 먹고 있다.

후쿠시마 위기는 여전히 고통스럽게 진행 중이지만, 이번 재앙을 '제2의 후쿠시마' 재발을 막기 위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과 행동이 세계 전역에서 꾸준히 일어났다.

당장 일본에서는 가동 중이던 54기의 핵발전소 중 후쿠시마 원자로를 비롯한 상당수가 가동을 중단했다. 높아진 탈핵 여론과 더 엄격해진 안전기준으로 정기 점검 이후에 핵발전소에 대한 재가동의 승인이 나지 않은 까닭이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에서는 연이은 대규모 반핵 집회 이후 핵발전에 대한 의존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다.

물론 반대의 흐름도 있다. 미국의 경우 1979년 펜실베니아주 해리스버그에 일어난 스리마일섬 핵발전소 사고 이후 처음으로 신규 건설에 착공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사업에는 일본의 원전 메이커 도시바의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수주했다.

후쿠시마라는 대재앙이 과연 수습 가능할지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지만, 기업의 논리는 이런 상황 따위를 계산에 포함하지 않는 것 같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한국 정부와 핵발전 산업계는 핵기술 진흥과 수출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찬핵'을 공식 국가 정책으로 표방하는 청와대나 정부의 의지와 달리,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묻지마식' 핵발전 확대 정책에 지지나 신뢰를 보내고 있지 않다. 이런 분위기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감시나 국내 핵발전소의 안전점검에서 정부가 보여준 안일한 대응으로 촉발됐고, 가장 최근으로는 '방사능 아스팔트' 처리를 놓고 신설된 원자력 안전 당국이 무능력과 직무유기로 일관하면서 더욱 부추겨졌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금까지 실시된 여러 차례의 국내외 여론조사도 이런 인식을 잘 보여준다.


정부에 불신을 느끼는 많은 시민들은 이제 자발적으로 방사능 감시에 나서고 있다. 주로 아이를 둔 학부모들인 이들은 사비를 털어 고가의 방사선 계측기를 구입해 자신이 구입한 식품을 직접 측정하거나 전문 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기도 한다.

핵발전의 위험성이나 대안적 에너지 경로에 대한 언론 보도는 물론 출판과 강좌 그리고 다큐멘터리 상영회가 크게 늘었다. 거꾸로, 찬핵 홍보기관인 원자력문화재단의 '원자력 포스터 대회'와 같이 핵발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일방적인 선전 활동에 국민의 세금을 내야 하는지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며칠 전 울진4호기의 증기발생기 파손은 후쿠시마 수준의 심각한 사고로 이어졌을 수 있는 징후이며 무리한 운전을 중단하고 폐쇄해야 한다고 환경단체들은 경고했지만, 정부가 새로 내놓은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은 뻔뻔할 정도로 '더 많은 핵발전소'를 외치고 있다. 물론 '더 많은 핵발전소'는 '더 많은 방사능의 유출과 오염'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사용후 핵연료 중에서 플루토늄을 재처리하고(훨씬 더 위험할 뿐더러 핵무기 전용의 위험이 있는), 가동연한이 끝나는 모든 원자로의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계획이 노골적으로 포함됐다.

오늘 시민사회단체의 네트워크인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청와대와 인접한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 지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내년 3월11일 후쿠시마 사고 1주년을 앞두고 '핵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D-100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아래).

핵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D-100 계획


탈핵 문제의 정치적 의제화

•18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탈핵 설문조사

•신규핵발전소 후보지,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탈핵시나리오 등에 대한 입장 청취, 관련 내용의 대국민 정보 공개.
•핵발전 확대 정책 찬성 정치인, 정당 심판운동


탈핵 문제의 생활 이슈화

•생활협동조합(생협)을 중심으로 벌이는 탈핵

•식품 방사능 측정과 정보 공개

+ 공동행동 차원의 독자적인 식품 방사능 측정기 도입

+ 수입 수산물 등 국내 유통 식품에 대한 방사능 측정 및 정보 공개

+ 방사능 식품에 대한 불안감 해소와 정부의 안일한 식품 규제정책 비판


탈핵 문제의 대중화

•촛불집회, 1인 시위, 대시민 홍보작업 등 다양한 시위 전개.

•인터넷 방송 http://www.ustream.tv/channel/nonukestv


핵발전을 둘러싼 현안 대응
•삼척, 울진, 영덕: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 문제

•동해안 대책위(삼척, 울진, 영덕, 경주, 포항, 대구, 안동, 창원 등):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

•탈핵교수모임: 탈핵문제의 전문성확보

•종교단체와의 연대: 천주교, 원불교, 기독교 자체적인 탈핵 흐름 진행

•다양한 탈핵 모임들과의 연대: 차일드세이브(주부모임), 탈원전자연에너지네트워크, 현재 탈핵변호사모임과 탈핵의사모임 등이 준비 중


국제적 대응

•환경단체, 평화단체, 지역단체 등이 함께 하는 연대체 ‘(가칭) 2012세계탈핵시민회의’ 구성

•2012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 대응을 중심으로 대규모 대응 준비.

•3월 탈핵의 달 및 311 탈핵페스티벌 공동 기획.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세계탈핵대회 참가(1월14-15)

•반핵아시아포럼 한국개최 (3월19-24)


2012년 3월 '탈핵의 달'

•3월1일 '비키니 데이'에서 3월 28일 스리마일 사고까지 진행

•3월 11일 탈핵 페스티벌과 3월25일 서울핵안보정상회의 집중행동

•3월11일 탈핵 페스티벌 '잘가라 핵발전소'

•동일본대지진 1주기 3월11일(일) 대규모 5만명 탈핵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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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1일 성명서

핵발전소 21개를 34개로 늘리는 것으로 부족해서 또다시 추가 부지지정?

대한민국 전체를 핵발전소 단지로 만들고 싶은가?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 지정 즉각 중단하라!


올해 인류는 후쿠시마 핵사고를 통해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다시 한 번 각인하게 되었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난 지 9개월이 다되어 가고 있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40km나 떨어진 이이타테무라(飯館村)는 지금도 출입이 통제되고 있으며, 후쿠시마 강에선 하루 500억 베크렐에 달하는 세슘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일본 정부 제3자위원회 추산한 후쿠시마 핵사고로 인한 배상액은 2013년 3월까지만 계산해도 4조5천억엔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무려 5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피해가 단 한 번의 핵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대략 한기 3조원에 달하는 핵발전소 10기가 더 이상 사용 불가능하며,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가게 될 각종 암환자 등을 생각할 때 현재까지의 집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 이러한 엄청난 참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보이는 모습은 단순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에 이른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핵발전소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일본은 물론 유럽 각국에서 수개월째 스트레스 테스트(안전성 점검)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5월초 쓰나미와 내진 설계 등 간단한 몇가지 점검을 형식적으로 진행한 것이외에는 핵발전소 안전에 대해 진지한 재검토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진행된 형식적인 안전 점검조차도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배제한 채, 밀실검토를 진행한 점을 생각할 때 우리 정부의 안전의식은 불감증을 넘어 국민을 위험에 몰아 넣고 있다.


특히 이번에 들어난 울진4호기 증기발생기 이상의 경우 그간 정부의 핵발전소 안전대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잘 드러내는 사건이다. 울진4호기는 가동을 시작한지 2년 4개월밖에 되지 않은 2002년 4월, 세관이 파단되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냉각수 45톤이 누출되었는데, 냉각수 누출은 더 진행될 경우, 후쿠시마 핵사고와 같은 심각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고이다. 당시에도 세관을 구성하고 있는 재질인 인코넬-600에 문제가 있다는 문제제기를 시민사회단체들이 끊임없이 제기했으나, 이는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고 이후 첫 번째 한국형 원자로로 대외적으로 홍보하기에 바빴다. 결국 설계수명이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울진 4호기 증기발생기의 세관 1/4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 이제야 드러났다. 


후쿠시마 핵사고와 정반대로 나아가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확정발표한 제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선 “후쿠시마 사고를 도약의 기회로” 삼기위해 5년간 2조원을 투입하여 정부가 핵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현재 건설·계획 중인 13기의 핵발전소 이외에도 1~2곳을 추가로 더 선정하여 핵발전소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계속 밝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좁은 국토에 무려 21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다. 이미 현 상태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핵발전소 밀집도를 갖고 있으며, 정부의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2024년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34개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핵발전소 밀집국이 될 전망이다. 좁은 국토에 핵발전소를 계속 짓는 것은 우리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또한 현재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삼척, 울진, 영덕 지역은 그간 핵발전소, 핵폐기장으로 수차례 몸살을 앓아오던 지역이다. 삼척은 1998년 핵발전소 후보지가 백지화된 이후에도 핵폐기장 문제로 수차례 몸살을 앓아왔던 지역이고, 영덕은 1989년, 2002년, 2005년 수차례 핵폐기장 부지로 거론되었다. 울진의 경우 더 이상 핵관련 시설이 들어서지 않는 것을 정부가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핵시설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후쿠시마는 인류 전체에게 “핵없는 사회”로 나아갈 것을 온 몸으로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에 전세계 각국은 함께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정반대되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우리는 한국사회가 핵없는 사회로 나아가야 함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 그리고 그 흐름을 만들기 위해 오늘부터 100일 동안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민들에게 핵발전과 정부의 신규핵발전소 후보지 선정의 부당성을 알려나갈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지 1년이 되는 내년 3월 11일. 우리는 모든 국민과 함께 탈핵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공동행동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에 우리는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인들이 이 흐름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여, 그간 잘못되었던 정부 정책을 바꿀 것을 촉구한다. 핵발전소와 방사능에 불안해 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이제 우리도 탈핵의 길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살아갈 유일한 방법임을 정부는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2011년 12월1일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사)에너지나눔과평화, 가톨릭환경연대, 경주핵안전연대, 광주환경운동연합,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녹색교통운동, 녹색연합, 다함께, 대학생사람연대, 민주노동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반핵울산시민행동, 보건의료단체연합, 부안시민발전소,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삼척핵발전소(핵단지) 유치 백지화위원회, 생태지평,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전환, 에너지정의행동, 여성환경연대, 영광군농민회, 영덕 핵발전소 유치 백지화투쟁위원회, 원불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학생행진, 전태일을따르는민주노동연구소, 진보신당,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초록교육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YMCA전국연맹,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싶은 울진사람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 환경과공해연구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정리=이지언 · 사진=한숙영/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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