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생에너지

학교 옥상에 방치된 태양광? 시민발전소가 답이다!

반응형

지난 7월5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핵발전소 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이날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이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를 보면, 부산시민 72.4%가 고리1호기 재가동으로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비슷한 비율로, 부산시민들은 고리1호기의 재가동 절차와 관련해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계수명을 넘긴 가장 노후한 핵발전소가 부산시청이나 해운대에서 불과 30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가동되지만, 생존권의 위협에도 인근 주민들은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매우 어렵다.


'전기 소비자'에서 '에너지 주인'으로

발전소의 건설이나 가동, 송배전과 같은 전력 정책의 실행은 지역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만, 정작 주민들은 정책 결정 과정으로부터 온전히 소외됐다. 중앙정부나 한국전력은 시민들을 단순한 전기 ‘소비자’ 내지는 발전소나 송전탑 건설 따위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존재로 간주하는 것 같다.


올해 때 이른 전력부족 위기에 따라 지식경제부가 6월20일 내놓은 ‘향후 전력수급 전망과 대책’ 자료를 보면, 전력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지자체와 주민의 민원과 님비현상이 심화되면서 발전소 건설이 지연’됐다고 강조한 대목에서도 이런 시선을 엿볼 수 있다.


7월4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하면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무책임한 결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광화문에서 가졌다.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핵발전소 대신 태양광을 확대하자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서있다. 사진=이지언/서울환경운동연합


시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더 많은 권한을 갖고 활발히 개입한다면 현재의 에너지 구조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시민발전소 운동은 대형 발전소에 의존한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방식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사회적 편익을 지역 공동체로 환원시킨다.


풍력과 태양광의 보급이 확대될 수 있었던 시초도 유럽과 미국에서 시민참여형 발전소에서 비롯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효과를 성공적으로 입증한 고정가격매입제도(발전차액보전제도)가 현재 20여 개 국가로 확산되기까지는, 1995년 독일의 소도시 아헨에서의 실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5월 한국을 방문한 일본의 에너지 전문가 이이다 데츠나리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 소장은 지역의 재생에너지 전환운동을 염두에 두고 “변화는 주변부에서 만들어지고 일어난다”며 “지역에서의 실천에 근거한 정책은 결국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글 | 이이다 데츠나리 일본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장 강연 기사

2012/05/11 - “원자력 팔아서 돈 벌자는 생각은 20세기형 사고”


최근 수도권에서 태양광 시민발전소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6월8일 ‘우리동네 시민햇빛발전소 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설명회에서는 시흥시민햇빛발전소 사례, 태양광발전과 옥상 녹화의 결합 모델, 그리고 서울지역 시민태양광 사업계획이 소개됐다.


지난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한 시흥시민햇빛발전소를 소개하는 강석환 시흥의제21 사무국장의 표정에 연신 미소가 흘렀다. 강석환 사무국장은 “오늘 날씨가 덥다고 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햇빛이 쨍쨍해 발전소가 팽팽 돌아가야 기분이 좋다”고 운을 뗐다. 시흥의제21은 민관 협력과 시민 출자로 시흥시청에 만들어진 30킬로와트(kW) 규모의 시흥시민햇빛발전소를 운영 관리하고 있다. 67명이 주주로 참여한 주식회사다.


실제 발전량을 보니, 출발이 순조롭다. 올해 1분기(1-3월) 동안 시흥시민햇빛발전소에서 생산한 발전량은 10,529kWh로 나타났다. 일평균 발전시간이 3.7시간 정도로, 이는 애초 계산한 3.5시간보다 높았다. 시흥시민햇빛발전소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를 활용한 첫 시민발전소 사례로 이미 많은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지자체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도 참고할 대목이다. 강석환 사무국장은 “전력회사나 도청과 같은 공공기관과 일을 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시흥시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며 “민관 파트너십이 잘 이루어져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민들의 햇빛이 학교를 밝힐 수 있을까?

일조량이 다른 지역보다 더 불리하다고 알려진 서울에서도 시민햇빛발전소 실험이 한창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사무국을 맡고 있는 ‘우리동네 시민햇빛발전소’ 준비위원회는 태양광을 설치할 학교와 참여자들을 물색 중이다. 


태양광이 가동되는 학교 자체가 에너지 교육현장이 되고, 학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놓고 시민햇빛발전 협동조합과 함께 머리를 맞댈 수도 있다. 사진은 영국에서 진행되는 학교 태양광 보급 캠페인의 모습. 출처 solarschools.org.uk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된 학교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량의 모니터는 물론 관리가 되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의 보조금으로 단순 설치됐을 뿐 아니라, 태양광을 관리할 담당자의 배치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학교에 설치된 태양광이 정작 재생가능에너지 교육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점은 몹시 안타깝다. 태양광이 놓이는 옥상은 보통 안전의 이유로 학생들이 들어갈 수 없는 ‘출입금지’ 지역이다.


시민발전소는 학교에 설치된 기존 태양광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일단 느슨한 관리가 용납되지 않는다. 협동조합으로부터 신임된 관리자는 시민발전소에 공동 출자한 조합원들에게 안정적인 배당금을 돌려주기 위해 태양광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또 그는 비가 오는 날이면 낙뢰에 의한 이상이 없는지 염려하며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상태를 확인할지도 모른다.


태양광의 존재는 더 이상 학생들에게 외면 받지 않는다. 현관 복도에는 태양광 발전량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갈수록 필요성이 강조되는 에너지와 기후변화 수업안을 짜내는 수고를 덜 수 있다. 


태양광이 가동되는 학교 자체가 에너지 교육현장이 되고, 학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놓고 시민햇빛발전 협동조합과 함께 머리를 맞댈 수도 있다. 태양광 주변에 흙과 풀을 조성한다면, 발전소의 효율과 건물의 단열성능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도 가능하다.


슬로건을 넘어 현실로

아직까지 학교 부지에 시민발전소 방식의 태양광이 들어선 사례는 없다. 6월13일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그리고 (사)서울시민햇빛발전소는 ‘에너지 절약과 재생에너지 생산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시민참여형 태양광과 학교의 만남을 주선하고 나섰다.


2014년까지 학교나 공공시설을 활용한 시민햇빛발전소를 290메가와트(M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서울시는 태양광 설치를 촉진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햇빛지도’와 같은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공유재산 임대료 기준을 대폭 낮추고 사업용 발전시설에 대한 엄격한 입지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태양광의 설치하려는 건물에 대해 잠재적 전력생산량과 설치면적 정보를 알려주는 서울 햇빛지도 프로그램도 올해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뉴욕시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건물의 태양광 잠재량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솔라맵(http://nycsolarmap.or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시 '솔라맵' 웹사이트(http://nycsolarmap.org)에서는 모든 건물의 태양광 설치 잠재량과 예상 발전량을 계산할 수 있게 해준다(클릭하면 확대)


서울에서 가장 풍부한 에너지원인 태양광을 시민들이 함께 늘려가는 노력이 에너지 절약과 병행된다면 ‘원전 하나 줄이기’는 더 이상 상징적인 슬로건으로만 남지는 않을 것이다. 핵발전소에 대항하는 시민햇빛발전소가 서울에서 하나씩 실현된다면, 소도시에서의 시도와는 다른 파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서울 시민햇빛발전소’ 웹사이트에서 더 많은 정보와 참여 안내를 확인하세요.

ecoseoul.or.kr/SUNsation


이지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의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함께 사는 길> 2012년 8월호에서도 실렸습니다. leeje@kfem.or.kr


관련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