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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째깍째깍 기후위기

서울시 정책은 기후친화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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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계 80여개의 도시에서 모여든 시장들과 대표단 앞에 섰다. 제3차 C40 기후정상회의가 개회한 이날, 오 시장은 ‘기후 친화도시 서울’의 노력에 대해 힘주어 소개했다.

이번 C40회의 주최도시로 2007년에 선정된 이후, 서울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2010년까지 1990년 수준의 20% 감축)를 담은 ‘친환경 에너지 선언’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인구 1000만명의 도시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고백했다. 국가차원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자발적 움직임은 분명 기후변화에 대한 도시의 책임과 행동을 강조하는 C40의 설립목적을 잘 말해주고 있다.

 

반환경적 초고층 개발 부추겨

그런데 대도시 서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과연 목표대로 순조롭게 줄어들고 있을까? 199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서울시 온실가스 통계를 살펴보면, 1997년에 최고점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줄어드는 경향을 읽을 수 있다. 외환위기의 여파가 2000년대 초까지 지속되면서 경제침체로 인해 에너지 소비 역시 줄어든 결과다. 여기에 김포공항을 이용하던 국제노선이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면서 항공 배출량이 크게 줄어든 것과 같은 요인들이 더해졌다. 서울시가 노력한 결과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고 평가하기에는 무리인 셈이다.

△ 서울 온실가스 배출 전망과 감축 시나리오. 별도의 노력이 없이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기준년)에 비해 11.24퍼센트 늘어날 전망이다. 강제적 제도와 강력한 기후변화대응정책을 도입한다면, 2020년에 20퍼센트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자료=서울환경운동연합


문제는 최근 서울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과 초고층 건축의 과열이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물은 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60%를 차지하고 있는데, 다른 부문과 다르게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물을 신축하거나 재건축하는 경우, 에너지 관점에서 절약과 효율성을 철저히 따지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온갖 뉴타운과 재개발 사업은 가난한 주민들의 이주를 강제하며 사회적 정의에 반하는 동시에, 자연을 훼손하고 심각한 에너지낭비를 불러일으켜 환경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첨단적인 이미지로 포장된 초고층 빌딩의 건축은 어느 때보다도 호황을 맞고 있다. 초고층 빌딩의 디자인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에 반해, 엘리베이터나 인공 환기장치를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구조적으로 에너지를 다량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시는 도시정책에서 용적률에 대한 혜택을 강조하며 초고층 개발을 나서서 부추기는 형편이다.

 

공공부문 성적표 만족스럽지 않아

무엇보다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도시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의지를 몸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공공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부터 줄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서울시와 25개의 자치구는 이에 대해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가?

△ 한강 반포대교의 반포분수. 서울시가 무지개분수라고 이름붙인 이 분수설치에 117억의 예산이 소요됐고, 하루 50분 가동을 위해서 한달에 1,600만 원의 사용료가 든다. 이 사업은 한강르네상스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한편 서울시 공공부문의 전력사용량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자료=서울시


공공부문이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불과하지만, 공공성과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결코 간과될 수 없다. 하지만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않다. 공공부문의 전력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오르고 있을 뿐이다. 하천의 ‘복원’을 내세우며 오히려 분수나 야간조명과 같은 인공시설을 설치하면서 에너지 낭비를 가중시키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서울시 정책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여전히 부차적인 의제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세훈 시장이 스스로 “공격적인 설정”이라고 자부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우리는 다가가고 있는 것일까? 숫자로 제시되는 통계 너머, 서울시가 기후변화 문제를 먼저 진지하게 인식하고 정책결정이 ‘기후 친화적’인지 스스로 재조명해야 한다.

글=서울환경운동연합 에너지팀 이지언

*이 글은 내일신문 <NGO>칼럼(5월22일)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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