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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집, 에너지자립형 주택을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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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에너지 절약’ 구호가 부쩍 늘었다. 플러그 뽑기, 에어컨 적정온도 조절하기, 내복 입기 등과 같은 실천 목록은 알면 알수록 길게 이어진다. 에너지 낭비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한 다양한 생활의 지혜가 공유되는 일은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불편을 무릅쓰는 경우도 있다. 실내가 무덥거나 쌀쌀한 속에도 인공장치에 의존하지 않은 채 참고 버틴다는 이야기를 간혹 듣는다. 그런데 거주자가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스스로 에너지를 줄이는 건물이 있다면 어떨까? 거꾸로, 어쩔 수 없이 에너지 낭비를 부추기는 건축유형은 무엇일까?

‘제어할 수 없는 건축물’ 유리건축
건물의 벽면을 유리로 덮은 커튼월(통유리) 건축은 도시의 풍경을 상당 부분 바꾸어 놓았다. 첨단기술이 적용된 ‘미래지향적’ 이미지는 유리건축에 대한 선호도를 높였다. 하지만 커튼월 방식이 “얼마나 비실용적이고 쾌적하지 못한가”라는 지적은 이런 인기를 흔들고 있다. 유리가 단열해 취약하고 실내 온실효과를 증폭시킨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는 당연하다. 여름철 전면 유리를 적용한 건물의 실내 온도는 외부보다 7~20℃ 이상 덥다. 온도뿐 아니라 높은 습도로 인해 실내공기는 무덥고 눅눅할 수밖에 없다. 겨울철에도 유리를 통한 열 손실은 건물의 난방부하를 높이게 된다.

단열에 취약한 유리건축의 구조는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소비량 역시 증가시킨다. 유리건물의 면적당 1차 에너지요구량은 410kWh/㎡․1년 수준으로, 에너지절약형 주택인 패시브하우스 기준(120kWh/㎡․1년)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햇빛을 막기 위한 차양으로 실내조도가 낮아지고, 공기 조화장치의 소음에 시달려야 하는 사례도 있다. 유리건물이 건축학자들 사이에 ‘제어할 수 없는 건축물’로 불리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아파트는 주택유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서울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주거양식이 되었다. 현대성을 상징하는 아파트단지도 변화하고 있다. 네모난 성냥갑 모양에서 조망권에 유리한 탑상형으로, 20층 남짓의 중층에서 40층 이상의 초고층으로의 변화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런 경향이 에너지와 생태공간이라는 측면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초고층 탑상형 아파트, 온실가스 배출 최다
지금까지의 초고층 탑상형 아파트는 에너지 다소비에 관한 여러 문제점을 집약하고 있다. 올해 10월 서울환경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건물의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초고층 아파트가 가장 높았다. 서울의 30개 공동주택단지 중 초고층 아파트(35층 이상)의 연간 가구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2톤으로, 저층(5층 이하) 2.95톤, 중층(25층 이하) 4.78톤에 비해 2~3배 많았다.

조사에 포함된 13개 초고층 아파트단지의 전기 공동사용량 비율은 평균 38.9%다. 중․저층 단지의 경우 20% 안팎인데 비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뭘까? 엘리베이터의 과도한 설치와 잦은 고층운행, 복도나 로비를 포함한 공동시설의 조명과 환기장치의 사용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전기요금 상위 30위에 타워팰리스를 비롯한 초고층 아파트가 속했는데, 커튼월이나 탑상형과 같은 에너지 비효율적인 요소가 동시에 적용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존의 초고층 탑상형 아파트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게 된 구조적 문제를 고려한다면, 이런 에너지다소비 주택이 계속 지어져도 좋을까?

공동주택 에너지절약형이 유리하다
‘타워팰리스형’ 주택이 있는 반면,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를 적게 소비하는 에너지절약형 건물도 있다. 인공 냉난방시설 없이 자연에너지를 최대로 활용하는 패시브하우스는 난방에 필요한 연간 1차 에너지 소비량이 평방미터당 1.5리터 이하다(1.5리터/㎡․1년). 현행 건축법의 에너지절약기준에 따른 일반 주택의 경우 난방연료를 12.3리터 사용하는 수준에 비하면 70% 가량 절약한 셈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처음 시도된 패시브하우스 건축은 공동주택이 많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도입 가능하다. 오히려 아파트와 같은 집합 건물의 경우 표면 손실이 큰 단독주택보다 에너지절약형 건축의 적용이 더 쉽다. 2006년 건립된 ‘에코3리터 하우스’는 에너지절약 요소를 공동주택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사례다. 서울환경연합은 ‘미래의 집, 에너지자립 주택을 찾아서’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 7명이 에코3리터 하우스를 직접 방문해 에너지절약형 공동주택이 어떻게 가능한지 살펴봤다.

‘3리터 하우스’는 냉난방에 필요한 연료가 바닥면적당 기름 3리터 이하인 주택이다(3.0리터/㎡․1년). 기존 주택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정도의 에너지 절감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먼저 옥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옥상녹화는 빗물을 흡수하고 콘크리트 면적을 줄여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단열에 유리한데, 풀이 덮이지 않은 옥상에 비해 1도 이상의 열저장 능력이 있다. 옥상 지붕의 태양광발전, 소규모 기둥형 풍력발전기는 전력생산을 보완해준다.

고효율 자재는 단열을 강화해 에너지부하를 줄이게 된다. 단열재를 벽 바깥에 붙이는 외단열 방식과 스티로폼 대신 고효율 단열재를 활용했다. 창문은 3중 유리를 적용했는데, 3층의 유리 사이는 진공상태로 유지돼 열전달을 최소화한다. 어떻게 쾌적한 공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열을 뺏기지 않을 것인가는 중요한 요소다. 에너지절약 주택의 환기 시스템은 밖으로 나가는 공기의 폐열까지 재활용해 유입되는 공기를 덥히는 데 쓰인다.

에너지절약형 주택은 초기 공사비가 비싸지 않을까? 실제로 건설기업은 공사비의 상승을 에너지절약 주택을 보급하는 장애요인으로 꼽고 있다. 강화된 창호와 단열재, 고효율 환기 및 난방기기로 인해 공사비가 10~15% 정도 늘어날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까지 설치하면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단열에 유리한 외단열 공법을 적용하면 건물면적이 줄어드는 건축법의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건물의 신축부터 철거까지의 과정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따져보면 건물운영 비용이 85%로 가장 비중이 높다. 초기 공사비가 약간 늘어나더라도 에너지절약 요소를 적용한 만큼 운영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에어컨이나 인공 환기장치에 의존하지 않아서 쾌적감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절약형 주택은 장기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주자에게 건강한 실내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향후 주택모델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다. 오스트리아에서 ‘미래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건물 에너지효율 정책은 이런 맥락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에너지 낭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에너지절약 주택, 기후변화 시대를 사는 오늘날 더 이상 선택을 주저할 이유가 있을까.

이지언 서울환경연합 초록정책국 간사

대전 ‘3리터 하우스’ 현장 견학사진(2008년 10월)

사진1. 에코3리터 하우스 옥상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사진2. 옥상녹화가 주는 단열효과. 비녹화옥상에 비해 열저장능력이 1도 이상 우수하다.

사진3. 담당자가 에코3리터 하우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4. 폐열회수장치의 모습. 신선한 공기를 유입하면서 폐열까지 재활용하는 방식은 에너지절약 주택의 중요 기법이다.

사진5. 고효율 단열재와 3중유리의 모습.

사진6. 이날 비가 오는 흐린 날씨에도 자연채광을 이용해 지하실내 조도가 118룩스 정도이었는데, 이는 거실에서의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다.

사진7. 에너지 효율이 우수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실내에 적용한 예(왼쪽). 이는 형광등(오른쪽)에 비해 자연색상에 더 가까운 색채를 보인다.

사진=이지언/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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