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의 회원 그룹인 환경운동연합에서도 7명의 활동가를 현지에 파견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현장에서 환경운동연합 이성조 에너지기후팀장과 자원활동가들이 18일까지 보내는 생생한 소식을 전달한다.
[코펜하겐 현장①] 웰컴 투 호펜하겐(Welcome to Hopenhagen)
[코펜하겐 현장②]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마지막 논의가 시작되다
[코펜하겐 현장③] 시민이 만드는 또 하나의 기후회의: 클리마포럼
[코펜하겐 현장④] "유럽연합, GDP 3%면 충분하다!"
[코펜하겐 현장⑤] 2050년 여러분들은 몇 살입니까?
[코펜하겐 현장⑥] 우리는 투발루를 지지합니다!
[코펜하겐 현장⑦] 코펜하겐의 외침 "지금 행동하라"
[코펜하겐 현장⑧] 취소와 지연의 연속… 난항겪는 기후협상
사상 최대의 인파가 찾은 이번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 임하는 한국 정부는 어떤 입장일까요?
앞선 글에서 지적했듯 한국은 여전히 개도국 입장을 유지하며 ‘자율’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뛰어넘는 아주 엉뚱한 발상을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전시 부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기후변화를 예방하자고 모인 당사국 총회에서 이곳을 찾은 수많은 참가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고작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었습니다. 얼마의 예산이 투입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몇 일전 보도에 따르면 이 홍보 부스를 운영하는 자금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동아시아 기후파트너쉽 기금에서 가져온 것이란다. 4대강 사업 홍보가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과 무슨 관련이란 말인가요.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모든 국제사회의 관심은 과연 이번 코펜하겐 협상에서 교토의정서에 준하는 강력한 협약이 탄생하느냐 하는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폐막을 사흘 앞둔 이곳의 분위기는 그래서 한껏 달아올라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회의장 내 출입 인원이 너무 많다는 핑계로 오늘부터 비표를 받은 7,000명의 NGO/IGO(국제정부기구)에 한해서만 회의장 출입이 가능하도록 주최측에서 일방적으로 인원 ‘통제’를 하는 통에 가뜩이나 난항을 겪고 있는 이번 회의를 지켜보는 수많은 참가자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오늘 오전 기자들을 대상으로 4대상 사업 기자 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 기자회견장에서 내놓은 정부의 4대강 사업 홍보 자료들 ©이성조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이 직접 진행한 이번 기자 회견의 제목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녹색 도전 - 4대강 살리기(The green Challenge for a New Korea - restoration of four major fivers)' 이었습니다(마지막 단어는 'rivers'였을것입니다. 누구의 실수인지는 모르지만 UN에서 나누어준 공식 일정표에는 위와 같이 표기되었습니다).
4대강 ’복원‘ 사업이 새로운 한국을 만드는 녹색 사업이란 얘기입니다. 이는 정부가 사업의 처음 기획에서부터 삽질을 시작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주장하는 내용이지만, 완전한 거짓이라는 것을 많은 환경단체가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습니다(http://kfem.or.kr/kbbs/bbs/board.php?bo_table=4river_hissue&wr_id=5).
이러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기라도 하듯 정부는 평화적으로 진행된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노상 시위를 ’불법‘이라 규정하며 연행하는 비민주적인 폭력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http://kfem.or.kr/kbbs/bbs/board.php?bo_table=photogallery&wr_id=2020&sca=%BB%E7%C1%F8%B4%BA%BD%BA).
이날 코펜하겐 기자 회견장에 배포된 정부측 보도자료는 이 4대강 사업이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를 막는 ‘획기적 녹색성장 계획(epochal green growth initiative)'이라고 소개했습니다. 'epochal'은 형용사로 신기원의, 획기적인, 전대미문의 라는 뜻입니다. 더 가관인 것은 4대강 사업의 다섯 가지 핵심효과 중 이산화탄소 감축과 지구온난화 방지와 관련한 것이 clean-IT, 태양광 발전, 소규모 수력발전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이라는 것입니다. 이게 멀쩡한 젖줄을 까뒤집고, 그 생산과정에서 엄청난 온실가스를 내뿜는 콘크리트로 덧칠할 토목사업의 효과란 말인가요. 이들이 말하는 clean-IT나 태양광 발전, 소규모 수력발전은 강을 파괴하는 4대강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훨씬 더 환경 친화적으로 보급 가능한데 말입니다.
기자회견장 앞에서 4대강 개발사업과 녹색성장의 허구성을 알리는 환경연합 활동가들 © 이상훈
기자들로만 출입이 제한된 이번 기자회견엔 10명 정도의 기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 중 절반은 한국 정부의 브리핑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단지 자리를 차지하고 밀린 기사를 작성하는 듯 보였습니다. 즉, 이번 기자회견은 세 명의 한국 기자와 두어 명의 외신기자를 대상으로 한 셈입니다.
NGO는 기자회견장에 출입이 안 되어 기자회견이 진행된 30분 동안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는 한 외신기자에게 소감을 물으니 기자회견 중 4대강 사업 동영상을 보여줬는데 마치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며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4대강 개발사업의 문제점에 관심을 보이는 외신기자들 © 이상훈
IPCC가 경고했듯 계속해서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히기 위해 전 인류는 하루 빨리 온실가스 배출을 줄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전 인류의 지혜와 정치적 리더쉽을 발휘해 강력한 국제적 약속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순간이 바로 2009년 12월 코펜하겐입니다.
이 약속이 만들어지냐 마느냐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이곳에서 국민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4대강 사업을 외신 기자 두어 명 모아놓고 홍보하는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것도 국토를 파괴하고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콘크리트 토목사업을 이런 자리에서 발표하는 그 배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한국 정부가 진정 지구온난화를 막고 싶다면 당장 그 콘크리트 삽질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것이 더워지는 지구를 구하는 길이고 멀쩡한 강을 보존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