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목의 모습이 공개되자 사람들의 얼굴엔 의외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사실 나도 나무를 심어보기는 처음이다. 2살 된 적송 묘목은 20-30센티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여린 가지에 돋아난 푸른 솔잎은 무척 건강해보였다.
지난 27일 온난화 식목일은 북한산 숲 가꾸기를 주제로 열렸다. 숲이 숲으로서의 온전한 기능을 발휘하려면 충분히 성숙해야 한다. 북한산은 커다란 숲이지만 수많은 방문객들에서 받는 영향도 그만큼 크다.
인간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제한된 구간에 탐방로를 설치했지만 지정되지 않은 샛길은 이미 300여 개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 온난화 식목일엔 사람의 발길에 파헤쳐진 길에 다시 나무를 심고 흙을 덮는 작업을 했다.
참가자들은 묘목과 삽을 나눠들고서 언덕을 올랐다. 북한산 국립공원의 담당자들이 나무 심을 지점을 정해주면 삼삼오오 나눠서 묘목을 심었다. 묘목을 1.5-2미터 남짓 간격으로 심고 미리 준비한 물을 부어주었다.
이날 참가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나무 심기를 신청했고 구성도 다양했다.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부터 학생들 그리고 서울환경연합의 회원모임 푸른소리와 그린허브에서 참여했다. 그리고 20명 남짓의 이주민들도 내내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또 국민대에서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샛길 출입로에 설치된 콘크리트 돌계단을 걷어내고 대신 다섯 그루의 나무와 안내 표지판을 심었다. 안내문은 이렇다.
산림개발로 인한 지구온난화! 나무 심는 시기가 변하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명산 북한산은 생태적 가치가 높은 숲으로 기후를 조절하고 도심의 열섬현상을 완화시킵니다. 나무 심기와 정해진 탐방로 이용으로 북한산을 함께 지킵시다. 2010년 3월 27일
올해 온난화 식목일에 심은 나무는 100여명의 참가자들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기억될 것이다. 다만 그것이 단지 나무를 심는 경험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해 언론을 통해서 이미 익숙히 알고 있다. 하지만 온난화의 영향을 직접 체감하면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행사 이름을 온난화 식목일이라고 붙인 이유다.
[사진] 2010 온난화 식목일의 표정들 [바로가기]
[자료] 온난화 식목일: 변화하는 기후로 아픈 숲 돌보기 [한글] [영문]
글=이지언
기후 비상/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