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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답이 아니다

‘자발적 피난’ 주민들도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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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향이 오염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일부는 ‘자발적 피난’을 택하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터전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지 두 달 뒤 이미 ‘코피 쏟는 아이들’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 7월30일 도쿄에서 만난 세이치 나카테 씨는 “심각한 건강이상이 몇 년 뒤에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나타날지도 모른다”며 “나 자신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고가 발생한 원전으로부터 7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후쿠시마시에 거주하고 있다.

정부는 사고 발생 직후 원전 인근 주민들에 대한 대피반경을 3km로 설정했고 이후 20km로 확대했다. 후쿠시마시와 같이 강제 대피반경 바깥에 있으면서도 위험한 수준의 방사선이 검출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자발적 피난’을 감수하고 있다.

나카테 씨에 따르면, 자체 피난을 한 사람들은 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특히 방사능 피폭에 의한 건강영향에 더 취약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서 두드러진다. 현재 여름방학을 맞아 후쿠시마현 바깥으로 자발적 피난을 한 어린이와 청소년들만 8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나카테 씨는 방사능 피폭보다도 공동체의 붕괴를 더 우려했다. 그는 강제 피난 과정에서 “한 가족이 세 군데로 나눠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여러 이유로 주민들은 자신의 고향을 떠나지 못 하고 있기도 하다. 직장이나 학교로부터의 ‘복귀’ 명령에, ‘오염지역 출신’에 대한 따가운 시선에, 서로 돌봐줄 가족이 필요하기에 그들은 떠났다가 다시 되돌아오기도 했다.

5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미 공기와 토양에서 심각한 오염이, 어린이를 비롯한 주민들에게서 상당한 피폭이 확인됐다. 나카테 씨는 “최소한 지금이라도 (피해 지역) 주민들이 피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필요한 피난이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피해 지역에서의 방사능 오염 제거도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도 사고를 일으킨 기업도 책임감 있는 설명도 대책도 내놓고 있지 못 하다. 그들은 그렇게 “방치”되고 있다.

8월1일 열린 반핵아시아포럼 본회의에 통역활동가로 참여한 토니 보이즈는 피해 지역의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그들이 마치 시민들이 아닌 것처럼 취급되고 있다. 보다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권리를 존중하라는 요구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일본이 탈핵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발언하는 인도 반핵운동연맹(NAAM)의 우다야쿠말 대표(왼쪽)와 경제산업성 관계자들. 아래는 반핵아시아포럼과 동경전력 관계자들과의 면담. 사진=이지언/환경운동연합

8개 국가에서 모인 이날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은 각국의 사례들을 공유하고 현재 후쿠시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동경전력에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서와 요구서에 합의했다.

본회의 다음날인 2일, 30여 명의 포럼 참가자들은 일본의 반핵단체와 동행해 전날 합의했던 요구를 전달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경제산업성과 동경전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들은 원전 인근 주민들에 대해 방사능 피해 저감과 온전한 보상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제2의 후쿠시마’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핵발전 기술의 수출 등을 중단해 세계에서 핵 없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동경전력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인도 반핵운동연맹(NAAM)의 우다야쿠말 대표는 “독성물질을 내뿜고 치명적인 노동환경을 강요할 뿐 아니라 위험한 기술까지 수출하는 동경전력은 악의 기업”이라며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를 강하게 규탄했다.

도쿄에 위치한 일본 경제산업성 앞에서 열린 집회에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있는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 사진=이지언/환경운동연합


핵발전 기술 수출 문제와 관련해 반핵아시아포럼과의 면담에서 동경전력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의 핵발전 계획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아래는 2011년 반핵아시아포럼의 공동성명서 전문이다.

글(도쿄)=이지언

반핵아시아포럼 공동 성명서
핵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의 손을 맞잡자!


2011년 8월1일

반핵아시아포럼 2011 참가자

‘반핵아시아포럼 2011’은 8개 국가에서 온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7월30일부터 도쿄와 후쿠시마 열렸고 8월6일까지 히로시마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노심용융 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돼 대규모 지역에 오염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재확인했다. 1) 일단 핵 사고가 발생하면, 방사선에 의한 피해는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나며, 특히 지구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2)농사와 낙농업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와 사회의 모든 부분이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우리는 또한 핵발전소에서 방출된 방사능이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도 재확인하는 바이다.

이번 포럼에 참여한 각국에서의 핵발전 관련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듣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탈핵을 위한 결의를 거듭 확인했다.

우리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은 방사능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에 대해 온전한 보상을 이행할 것을 동경전력에 요구한다. 고농도 방사능에 오염된 환경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대피를 비롯한 여러 대책이 이행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우리는 일본 정부에게 오염지역을 복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이어나가고, 사람들이 훨씬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 또한 우리는 ‘제2의 후쿠시마’가 일어나기 전에 일본에서 모든 핵발전소를 폐지하고 신규 건설이나 기존의 핵발전소 확대 계획을 영구히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은 아시아에서 모든 핵발전소의 폐지를 요구한다. 우리는 아시아 모든 국가에서의 핵발전소 계획에 반대한다. 우리는 핵 없는 사회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우리는 조속한 시일에 아시아 지역에서 모든 핵발전소와 핵무기를 폐지하고 핵 없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핵아시아포럼 내의 연대를 더욱 두텁게 하기로 맹세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요구하고 동시에 진정한 주권국가를 만들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핵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의 손을 맞잡자!

사진(맨위)=8월1일 핵발전 담당 부처인 일본 경제산업성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핵과 재앙 중단! 핵 수출 중단”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지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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