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세슘 기준 성인 8Bq/kg, 영유아 4Bq/kg
국가기준치는 370Bq/kg… 방사능 기준치,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
조합원 30만 명의 최대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연합이 국가 기준보다 90배 낮은 방사성 물질 기준치 마련에 합의했다. 한살림은 지난 8월 23일(목) 열린 이사회에서 방사성 세슘에 관한 독자 기준치를 논의해, 성인과 영유아 품목의 취급 기준을 각각 킬로그램당 8베크렐과 4베크렐로 정했다.
한살림의 이번 결정은 3월말 국내산 표고버섯에서 처음으로 세슘이 검출된 이후 생협에서 본격화된 방사능 자체 기준 마련 과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탈핵신문 제2호 ‘생협 ‘표고버섯 세슘 검출’ 방사능기준 마련 고심’ 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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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3 - ‘세슘 표고버섯’ 검출 이후 방사능기준 마련에 고심하는 생협
지난해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국내 생협들은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다. 일부 생협에서는 방사능에 관한 독자기준치를 이미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협에서 검사가 진행된 국내산 어떤 식품에서도 사실상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방사능 기준에 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일본에서의 방사능 오염이 갈수록 광범위해지는 가운데 식품 섭취에 의한 방사선 피폭을 우려하는 인식은 높아졌다. 그러던 중 생협 표고버섯에서의 방사능 검출은, 변화된 여론을 반영한 강화된 방사능 기준의 도입을 촉발시켰다.
한살림은 이번 방사능 기준안 합의에 앞서 전문가의 제안 내용을 근거로, 20여개 지역 조직별로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 과정에서 영유아 품목에 대한 별도의 방사능 기준도 신설됐다.
식약청은 방사성 요오드를 제외한 핵종에 대해선 영․유아용 식품의 별도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다. 한살림이 정한 세슘의 영․유아 기준인 4베크렐은 성인 기준의 절반으로, 국가기준인 370베크렐에 비해 무려 92배 낮다. 이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과 관련해 독일방사선방호협회의 권고 기준과도 동일하다.
영유아 기준 신설, 생산자 피해 지원방안도 마련
한살림 관계자들은 새롭게 마련한 독자기준치는 ‘안전기준’이 아닌 ‘취급기준’이란 점을 거듭 강조한다.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이 검출된 식품은 유통될 수 있지만, 한살림은 방사성물질의 검출량을 투명하게 표시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지역 회원조직에 따라 내부 합의를 통해 방사능 기준을 별도로 더 엄격하게 조정할 수도 있다. 이번 전국 이사회의 결정은 ‘최소기준’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생협으로서 방사능 기준치를 ‘불검출’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한살림 내부에서 상당수를 차지했다.
세슘이 검출된 표고버섯의 공급을 재개한 것과 관련해, 한살림 경기남부는 1,127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해 그 중의 76%가 해당 품목의 취급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유아 식품에 관한 방사능 기준의 경우 더 엄격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 22개 한 살림 회원조직 중 8개가 ‘불검출’ 의견을 제시했다.
내부의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살림이 최소한의 방사성물질 취급 기준을 마련한 데에는 생산자에 대한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핵발전소 사고로 끔찍한 피해를 떠안은 일본의 농업계에서 나타나듯, 생산자들은 방사능 오염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국내 표고버섯의 방사능 오염원이나 유입경로에 대한 추적도 어려운 상황에서 생산자들은 소비자 대표들의 결정에 귀를 기울이며 초조해했다. 이와 관련해 남호성 한살림 사업기획팀장은 “생산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독자기준치 마련에 따라 한살림은 방사능 검사 매뉴얼과 표시 방법에 대해서도, 방사능 분석기 운영 컨소시엄을 통해 정해나갈 예정이다. 독립적인 방사능 감시를 위해 생협과 시민단체가 공동 투자한 연구소가 올해 말 설립되면 0.5베크렐 이하의 정밀한 수준까지 방사능 정밀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민우회생협도 지역별로 의견 수렴을 통해 최종적으로 방사능 독자기준치를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