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시설을 활용해 태양광을 확대 보급하려는 민간과 정부의 협력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이를 위해서 태양광 설치 임대료 기준의 완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를 시행해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사업을 육성하고 있고 최근 서울시, 부산시, 대구시, 전라북도를 비롯한 지자체들도 앞다투어 민간 기업과 태양광 투자 협약을 맺는 등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과 같이 지가가 높은 도시 지역에서는 공공시설의 임대 사용료가 지나치게 높아 태양광의 사업성을 보장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공시설에 대한 별도의 태양광 임대 사용료 산정 기준이 없어 현행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을 적용할 경우 공시지가에 따라 공공시설의 임대 사용료가 지역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서울 등 지자체들 태양광 유치 활발… 임대료 과다 책정으로 고심
이에 따라 서울시는 면적 대신 설비용량에 따라 공공시설의 태양광 임대 사용료를 산정하는 기준을 지난해 10월 신설해 적용 중에 있다. 서울시는 전력판매단가나 일조량 등을 고려해 태양광 부지 사용료를 킬로와트(kW)당 연간 2만5천 원(2013년 기준)으로 책정하고 매년 재산정해서 공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최근 에너지조례 개정안에 이를 반영시켰다.
2014년까지 태양광을 320메가와트(MW)까지 늘리겠다는 목표에 따라 서울시는 이 중 약 80%에 해당하는 250메가와트를 공공시설의 태양광 민간 사업자 유치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청사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 사진=이미연/환경운동연합
지난 22일 개회한 서울시의회에서는 공공시설의 태양광 설치 대부료 기준을 완화하는 조례 개정안을 다룰 예정이다. 그런데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소유의 공공시설에 대해 각각 다른 기준을 담은 조례안이 발의돼, 이와 관련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요구된다.
이번 달 20일 발의된 ‘서울시특별시교육감 소관 공유재산 관리조례’ 개정안(대표발의 곽재웅 의원)은 서울지역 공공시설의 태양광 임대 사용료 기준을 완화한다는 취지에서 5일 앞서 발의된 ‘에너지조례’ 개정안(대표발의 이차순 의원)과 같지만, 산정 기준은 다르게 제시됐다. 에너지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 신설 산정 기준을 따르는 내용을 담은 반면, 교육감 소관 공유재산 관리조례 개정안은 현행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을 따르고 있다.
서울시내 공립 초중고 학교에 적용되는 이 조례 개정안은 공유재산 관리법 범위 내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에 대한 임대 사용료 요율을 기존보다 최대 5배 낮추게 하지만(1천분의 10), 서울의 높은 지가로 거의 모든 공립학교의 옥상 대부료가 태양광 사업자의 전력 판매 수입을 대부분 상쇄시키긴 여전히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울시와 교육청 공공시설에 대한 합의된 기준 마련해야
경기도에서도 학교 옥상에 대한 태양광 부지 임대 근거를 마련하고 사용료를 완화하는 조례 개정안이 제출됐다.
오늘(26일) 발의된 ‘경기도교육비특별회계 소관 공유재산관리 조례’ 개정안(대표발의 최창의 의원)은 태양광에 대한 대부료의 요율을 1천분의 10으로 명시한다는 점에서 서울시교육감 공유재산 조례와 비슷하지만, 옥상에 대한 별도의 근거를 마련해 대부료를 추가로 2배 더 낮출 수 있게 했다. 경기도 지역의 지대가 서울보다 훨씬 낮은 현실을 염두에 두면, 경기도는 훨씬 완화된 대부료 기준으로 학교 태양광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학교는 대부분 남향 건물에 남측에 그림자가 없어 태양광 보급 잠재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1,300여 개 초중고 학교에 약 130메가와트의 태양광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서울시내 학교에 태양광을 설치해 전력을 공급하고 재생가능에너지 교육 현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설립된 햇빛발전협동조합에게 임대 사용료의 현실화는 조속히 풀어야 할 숙제다. 교사와 지역 주민이 참여해 지난 1월에 설립된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과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공립학교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와 노원구 상원초등학교와 각각 태양광 사업에 관한 협의를 추진 중이다.
시민 주도의 태양광 보급과 인식 확대를 내건 이들 협동조합은 서울지역의 부족한 일조량 조건 등을 극복하면서도 최소한의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현행 임대 사용료 산정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학교를 비롯해 정부와 지자체가 자체 설치해왔던 공공시설의 태양광은 예산 소요와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해왔던 만큼, 실효성 있는 태양광 확대와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사업자의 협력은 더욱 긴밀해져야 한다.
전국적으로 민관 협력에 의한 태양광 보급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가운데, 서울에서부터 공공시설의 태양광 임대 사용료에 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모범적인 선례를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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