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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답이 아니다

방사능 아스팔트 처리, 왜 경주 방폐장 가지 못 했나

9일 SBS는 '방사능 아스팔트 280톤, 도심 공터에 방치'라는 제목으로 2년 가까이 노원구청 뒤편에 방치된 방사능 아스팔트의 현장을 보도했다.


SBS, 9월9일자 '방사능 아스팔트 280톤, 도심 공터에 방치' 보도화면


문제의 아스팔트는 2011년 11월에 한 시민에 의해 최초 제보됐고 방사성 세슘이 고농도로 검출된다는 사실이 당국에 의해서 공식 확인됐다. 기준치의 최대 3배를 초과하는 방사능 아스팔트의 처리를 놓고 지자체인 노원구와 정부 당국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자력안전위) 사이의 공방이 이어졌다.


노원구는 전례 없는 도시 주택가에서 발견된 방사성폐기물의 처리에 있어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고 원자력안전위는 '주민 불안 해소'를 이유로 검토 없이 아스팔트를 철거한 노원구청에게 후속 처리를 요구했다.


철거된 방사능 아스팔트는 애초 노원구의 한 근린공원에 보관됐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결국 구청 뒤편의 도로변 공터로 옮겨지게 됐다. 지난해 5월 방사능 아스팔트의 처리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법제처의 해석에 따라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 책임은 정부의 몫으로 남겨지게 됐다.


방사능 유입 경로 '아무도 모른다'


방사성폐기물의 발생 출처가 불명확할 경우 국가가 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핵분열에 의해 생성되는 방사성 세슘137이 어떻게 아스팔트에 섞여 들어갔는지 유입 경로를 밝혀내는 과제를 원자력안전위는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 했다.


2011년 10월 26일 새롭게 출범한 원자력위(당시 강찬순 위원장) 공교롭게도 곧장 초유의 방사능 아스팔트 사건에 맞닥뜨리게 됐다. 현장 조사를 통해 채취한 시료를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정밀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원자력안전위는 사건 일주일 뒤인 11월 9일 '서울 노원구 일부도로 방사성 물질 분석 결과 및 향후대책'을 발표했다.


SBS, 9월9일자 '방사능 아스팔트 280톤, 도심 공터에 방치' 보도화면


이 대책은 주민 피폭선량을 기준치 이하로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는 한편 방사능 혼입경로를 규명하기 위해 모든 정유사, 철강회사, 아스콘 제조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실태조사의 경과나 결과에 대해서 원자력안전위는 아직까지 어떠한 발표도 내놓지 않았다.


'원자력 진흥' 위주의 정책으로 일관해오던 기존의 정부 방침에서 벗어나 핵산업 규제와 방사능 방호를 위해 독립적으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위는 방사능 아스팔트 사건 처리 과정을 통해 첫 '리트머스 시험대'에 올랐다.


'리트머스 시험'


원자력안전위는 주민 불안을 해소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에 대해 폄하하기 일쑤였다. 방사능 폐기물의 처리 책임을 노원구에게 넘겼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주민에 대한 건강역학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을 놓고선 "과민반응"이며 "불합리"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유했다.


최근 국민적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과 관련해 단호한 대책을 내놓지 못 하는 원자력안전위는 방사능 아스팔트의 처리에 있어서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 건설 중인 경주 주민과의 소통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이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는 지난해 두 차례나 주민에게 미리 알리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방사능 아스팔트를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으로 반입하려고 했다. 지난해 11월 폐기물이 반입되려고 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원자력안전위는 주민 동의를 거쳐 방사성 폐기물을 반입하겠다고 '구두 약속'한 뒤 트럭 한 대(16톤)의 폐기물을 반입할 수 있었다.


한 달 뒤인 12월 원자력안전위가 폐기물 강제 반입을 다시 시도하자 주민 저항은 더 거세졌다. 주민과 원자력안전위 측은 "2014년 6월 방폐장이 준공되기 전까지 주민동의 없이 더 이상 핵폐기물을 반입하지 않는다"는 '서면합의서'를 작성하고 12트럭의 추가 반입을 허용했다. 현재 경주 방폐장에 방사능 아스팔트 폐기물 약 200톤이 반입됐고 나머지 약 240-280톤이 노원구청 뒤편 임시부지에 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의 방폐장 건설 여전히 불투명


원자력안전위가 약속을 이행하더라도, 아스팔트 폐기물의 방폐장 반입이 예정대로 이루어질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계획에 맞춰 경주 방폐장이 준공될지 자체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국내 처음이자 유일한 방폐장 건설 공사는 2007년 시작해 2009년 말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이후 2012년으로 그리고 다시 2014년 6월로 준공 시기가 두 차례나 연기됐다. 연약한 암반과 지하수 문제로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을 뿐 아니라 공기와 공사비용을 크게 증가시켰다.


경주 방폐장 준공 이전에는 주민들이 폐기물의 추가적인 임시 반입을 허락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두 차례의 공기 연장에도, 2014년 방폐장 준공도 불투명해 보인다. 노원구청 뒤편에 쌓인 방사능 아스팔트 폐기물 처리의 책임이 국가로 정해진 만큼, 정부 관계자들이 이를 그저 방치할 것이 아니라 방사능 위험에 대해 시민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훈련해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 기관이 더 이상 독성 쓰레기를 몰래 갖다 버리는 행태는 최소한 그만둬야 하지 않겠나.


이지언


링크

방사능 아스팔트 280톤, 도심 공터에 방치 (SBS, 2013년 9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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