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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거래제, 내년 시행하는 거 맞아?” 언론사마다 해석 엇갈려


미디어 브리핑 | 시행 6개월 앞두고 '혼란'

한국환경회의, 대정부 공개질의 "응답하라 기획재정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을 앞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얼마 전 전경련 등 23개 경제단체가 시행 연기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모호하거나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2015년에 시행하기로 했지만, 산업계 부담 등을 고려해 관계부처간에 좀 더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범부처간 합의와 법률에 따라 시행을 5개월 앞둔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정부가 재계의 입김에 밀려 스스로 '위법'을 저지르겠다는 것인지 비판이 제기됐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진화에 나섰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는 "정부가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연기하기로 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다른 보도를 보면, 산업계의 어깃장에 국무총리·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가 배출권거래제를 재검토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자 환경부가 결국 '전의를 상실'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정부는 예정대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제도의 취지를 살리되 기업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해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언론마다 배출권거래제가 예정대로 시행되는지 여부를 놓고 상반된 해석을 보도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홍원 국무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무게가 실렸다. 두 사람은 7월16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당장 내년에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채익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발언을 크게 반박하지 않았다.


최경환 부총리는 “배출권 거래제 시행은 국민 경제 부담, 국제 사회와의 약속 이행 등이 균형있게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나 준비 사항 등을 꼼꼼하게 따져서 정부 방침을 정한 다음, 필요하다면 국회와 입법 문제를 상의하는 쪽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최경환 부총리가 과거 국회의원과 지식경제부 장관 시절부터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계속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이 부각됐다.


환경부가 2010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논의할 당시 2013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재계의 강한 반발로 시행이 2015년으로 늦춰졌는데, 공교롭게 당시 제도 시행을 늦추는데 결정적 역할은 한 사람이 바로 최경환 부총리였다. 2010년 11월 26일에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은 “산업계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국익 차원에서 배출권 거래제는 도입 논의 자체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와 부총리의 이런 발언을 두고 7월22일자 <동아일보>는 아예 제도 연기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단독]정부, 온실가스거래제 연기"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기사의 부제도 '재계 반발 감안 2015년 시행않기로'라고 못 박았다.


[배출권거래제 과징금 줄여 내년 시행] "강행은 무리" 잇단 지적에도… '공약' 이유로 연기 대신 보완만(2014.7.20, 서울경제)

http://economy.hankooki.com/lpage/economy/201407/e2014072017482770070.htm


배출권거래제는 별다른 저항 없이 시행되는 듯했다. 그러다가 제도 시행 6개월을 앞두고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 안팎에서도 "제도강행은 다소 무리"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제도시행을 연기하자"는 의견도 강했다. 최 경제부총리가 지경부 장관 시절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에 반대의견을 냈고 관철시켰던 기억 때문이다.

더욱이 최 경제부총리는 국회의원 시절 "(온실가스 감축은) 정부가 너무 급하게 가고 있다.(2009년 10월30일)" "국익 차원에서 배출권거래제는 도입 논의 자체를 그만둬야 한다.(2010년 11월26일)" "배출권거래제를 영원히 도입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2011년 1월12일)" 등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일관되게 피력했다. 기업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놓고서도 언론사마다 해석을 달리했다. 특히 지난 17일 바이오·기후변화를 주제로 열린 11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7월20일자 <전자신문>은 "이 자리에서 기술개발만 독려했을 뿐 이슈인 배출권거래제는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박 대통령이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침묵한 것은 국가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는 이 제도 시행 연기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반면 7월18일자 <한국에너지>는 "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도전을 두고 상을 찡그린다거나 산업계가 부담에 대해 어떻게 해야 되냐고 하면 극복하기도 너무 힘들고 창조적 방법이 나오지 않는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토대로 '최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배출권 거래제에도 해당하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배출권거래제를 예정대로 시행할 방침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는 해석으로 풀이했다.


배출권거래제 영향 놓고 입장차 ‘팽팽’ (2014.7.18, 한국에너지)

http://www.koenerg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302


이같은 경제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배출권거래제를 예정대로 시행할 방침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등 관련 부처가 의지를 갖고 추진 중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민·관 합동으로 바이오·기후변화의 신기술과 신산업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고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나라가 꼭 극복을 해야만 넘어갈 수 있는 거대한 도전”이라며 “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도전을 두고 상을 찡그린다거나 산업계가 부담에 대해 어떻게 해야 되냐고 하면 극복하기도 너무 힘들고 창조적 방법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기회”라며 “이러한 어려움을 창의적 아이디어나 기술로 극복해서 신산업과 신시장을 만들자는 것이 가장 중요한 콘셉트”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배출권 거래제에도 해당하는 대목이다.


환경부, 배출권거래제 시행 연기로 가닥..배출 전망치도 재산정(2014.7.20, 전자신문)

http://www.etnews.com/20140718000256


“여기에 박근혜대통령까지 힘을 실어줬다. 바이오·기후변화를 주제로 열린 11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기후변화 기술·산업 발전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언급을 일체 삼가한 것이다. 배출권 거래제와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 규제가 있어야 기후변화 기술개발과 관련 산업발전이 촉진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술개발만 독려했을 뿐 이슈인 배출권거래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침묵한 것은 국가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는 이 제도 시행 연기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의 사내유보금 과세와 관련해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경제 5단체장이 만난 자리에서도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이 자리에서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제도를 예정대로 시행하지만 "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경환 “사내유보금 과세 최소화” 경제5단체장 “경제 살릴 골든타임 2년뿐”(2014.7.23, 국민일보)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all&arcid=0922742835&code=11151100


간담회에서는 재계가 반발해온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제계와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사마다 논설과 사설을 통해서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신문> 오승호 논설위원은 이와 관련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따른 비용 부담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환경규제는 대세"라고 밝혔다. 배출권거래제가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출권거래제 연기 시행 요구가 자칫 저탄소차협력금제와 같은 제도 연기에 힘을 싣기 위한 '카드'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덧붙였다.


[씨줄날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오승호 논설위원(2014.7.21,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40721031003


기업들이 오염물질 배출로 내야 하는 부담금은 24개나 된다고 한다. 일종의 준조세다. 그렇다고 불과 5~6개월 앞두고 시행 시기를 5년씩이나 늦춰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차량을 우대하는 저탄소차협력금제의 내년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기업도 있다. 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한 전략인 것 같다.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지난해 12월 인천 송도에서 출범하는 등 우리나라는 지구촌의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포스코나 LG화학은 이미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추진하는 등 환경경영의 귀감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따른 비용 부담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환경규제는 대세다. 체계적으로 대응해 에너지 비용을 줄일 때 장래 기업 가치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언론사들의 사설도 엇갈렸다. 오늘자 <한겨레>와 <한국경제>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았다. <한겨레>는 배출권거래제 시행 연기 주장에 대해 "배출권 거래제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면서 "그동안의 사회적 합의와 국회의 입법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 <한국경제>는 "정치권과 정부를 포함한 환경당국은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원점에서부터 배출권 거래제를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설] 몰상식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흔들기(2014.7.24,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648174.html


분명히 할 것은 이 제도가 입안 단계가 아니라 여야 합의로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계의 반발로 이미 한 차례 연기했고 감축 할당량을 깎아줘 대기업 특혜라는 지적을 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시행을 코앞에 두고 다시 시행 연기를 주장하는 것은 배출권 거래제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의 사회적 합의와 국회의 입법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정부가 최근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일단 제도를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했다니 다행스럽다. 그러나 할당량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감축 부담을 줄여주는 데 급급해 온실가스 감축의 원래 취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

[사설]배출권 거래제, 꼼수 부리지 말고 원점서 재검토하라(2014.7.24, 한국경제)

당위성도 없는 제도를 무리하게 출범시키려다 보니 이런 무리수들이 나오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세계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인 중국(28.6%) 미국(15.1%) 일본(3.8%)도 도입하지 않은 배출권 거래제를 배출량 1.8%에 불과한 한국이 앞서 시행한다는 것 자체부터 난센스다. 가뜩이나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만 앞서나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오늘 에너지시민회의와 한국환경회의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공개질의하고 나섰다.

43개 환경·에너지 단체들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배출권 할당계획 수립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공개질의서(아래 링크)를 통해 ▲배출권 할당위원회 회의 연기 사유 및 향후 개최 계획, ▲기획재정부가 협의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되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의 의미, ▲감축률, 배출권 할당총량, 가격 상한선 설정에 관한 혼선, ▲배출전망치를 재산정해야 한다는 경제단체의 주장에 대한 입장, ▲배출권거래제 비용과 편익에 관한 판단, ▲국제사회의 신뢰 상실로 우리나라가 입게 될 피해에 대한 입장과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밝혀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환경회의와 에너지시민회의는 “기획재정부가 상식과 법치주의에 의거해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길 바라며, 질의에 대한 성실하고 빠른 답변을 기대”한다며, 기획재정부의 입장을 청취한 뒤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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