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생에너지

'베란다 태양광' 설치해보니

베란다 태양광은 저렴하고 간단한 설치로 내 집에 적절한 전기를 스스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사흘 전 우리집 베란다에도 미니 태양광을 설치했다.


1. 간단한 구성


베란다 태양광은 작은 규모이면서도 태양광 발전시스템이 갖춰야 할 기본 구성의 압축판이다. 햇빛을 전기로 바꿔주는 태양광 전지판인 모듈(나의 경우엔 105와트(W)짜리 2장의 전지판으로 용량은 210W에 해당)과 태양광의 직류 전기를 가정에서 쓸 수 있는 형태의 교류 전기로 바꿔주는 인버터 그리고 모니터와 전선이다.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는 베란다 난간에 고정된 거치대에 붙어있다. 약간 기울어진 거치대 덕분에 모듈은 수평면에서 75도 각도를 유지하는데, 최적화된 경사인 30도보다는 당연히 효율이 떨어지겠지만 (기존 베란다 태양광에 적용된) 수직 형태보다는 더 유리해졌다. 우리집의 경우는 베란다가 동남향이라서 햇볕 조건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아침에 해가 낮게 뜨면서 오히려 각도가 유리하다).


베란다 태양광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계통연계가 간단하다는 것이다. 가까운 전기 콘센트에 인버터에서 나온 플러그를 꽂으면 그만이다. 전자제품 플러그를 꽂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2. 제품 사양서는 어디로


태양광 모듈과 인터버의 모델과 사양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시는 8천 가구 미니태양광 보급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6가지 제품정보를 앞서 공개했다. 제조사와 용량만으로 제품을 선택했을 뿐, 설치 과정에서도 자세한 사양이 인쇄물 형태로 전달되지 않았다.


결국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 제품의 라벨을 통해 모델을 직접 찾아봐야 했다.


모듈 | 신성솔라에너지 SS-MM105G (105W)

인버터 | ABB Power-one Aurora Micro-0.25-I-OUTD (230V/60Hz)


모듈의 경우 국내 제품이지만 해당 모델에 대한 정보를 업체 웹사이트나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인증제품 목록에서 찾을 수 없었다. 모듈 뒷면에 설비인증 라벨이 있긴 한데,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기 원한다면 업체가 그럴만한 정보를 우선 제공해야 한다. 태양광은 10년 이상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데 (아무리 베란다 태양광이더라도) 이를 위한 제품 설명서나 매뉴얼 같은 자료가 빠져있다는 것은 태양광 업체들이 하루 빨리 보완해야 할 의무사항이다.


3. 모니터 장치가 있긴 하지만


플러그와 콘센트 사이에는 간단한 전력 생산량 모니터가 추가된다. 베란다 태양광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실시간 전력(W)으로 표시되거나 하루 발전량과 누적 발전량을 전력량(Wh)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 전기요금 절약 추정액도 표시되는데, 1kWh=200원 기준으로 단순 계산된다.


다만 해당 모니터링 장치는 태양광과 같은 발전 시스템 전용 모니터 장치는 아니다. 전자제품의 소비전력이나 대기전력을 측정하는 제품인데, 베란다 태양광에 적용시켰다. 그래서 태양광 발전량을 모니터하기엔 기능적으로 한계가 있다.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베란다 태양광이 기대만큼 전기를 잘 생산하는지에 있기 때문에 모니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베란다 태양광 시장이 더 활성화된다면,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모니터 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 전까지는 별도로 매일 저녁 발전량을 기록할 예정이다.


참고로 인버터의 웹 모니터링 방식을 통해 핸드폰에서도 태양광 발전량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내가 선택한 인버터는 이런 기능을 지원한다. 다만 이를 위해선 추가적으로 데이터 수신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30만원 상당의 이 기기는 개별 가구보다는 여러 세대가 미니 태양광을 공동으로 설치했을 때 경제적이라서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4. 비용


총 설치비는 65만원이다. 서울시가 30만원을 보조해준다. 서울시 외에도 안양시, 수원시, 인천시, 안산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가 30-48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 베란다 태양광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닌지, 이렇게 보조금을 준다고 해도 신청자가 기대 이하라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범사업에 이어 올해 베란다 태양광을 8,000가구로 확대해서 모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신청 가구가 다소 저조했다는 소식이다.


베란다 태양광의 경제성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지난해 250W 시범사업 결과를 근거로 내놓은 자료를 보자.


발전용량 250W짜리 미니태양광을 설치하면 900L 양문형냉장고를 일 년 내내 가동할 수 있는 만큼의 전기(약 292kWh)를 생산, 한 달 평균 최대 13,310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


또, 최소 30개월(3년)에서 최대 80개월(7년) 정도면 초기 설치비용을 회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격적인 지원에 앞서 시가 작년 5월~12월까지 50세대에 250W 미니태양광을 시범적으로 설치, 운영한 결과 이와 같이 나타났다. 연간 전기 사용량이 500kwh 이상 사용하는 가구는 길어도 30개월이면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서울시



5. 서비스


우리집에 태양광 설치를 위해 방문한 두 명의 설치 기사님들은 매우 친절했다고 아내로부터 들었다(공교롭게도 설치 당시 난 집에 없었다).


서울시 정책에 따라 설치 제품에 대해선 5년간 무상으로 하자보수를 받을 수 있다.


해당 내용을 비롯한 조건은 설치 후 업체와의 표준설치계약서에 명시돼있다. 계약서는 (으레 그렇듯) 신청자와 업체가 한 부씩 보관하도록 명시됐는데, 별도로 요청해서 스캔 파일로 받게 됐다.


이외에 서울시 미니태양광 보급사업 신청서와 설치확인서, 보조금 신청서를 작성한다. 이들 서류는 작성해서 업체에게 전달하도록 돼있다.


네 가지 표준 문서 양식은 서울시 공고에서도 별도로 확인해볼 수 있다.


관련글

2014/10/24 - 재생에너지 확대, 정부와 전력사에만 맡겨두지 말자

2013/06/06 - 햇빛농사, 직접 해보니 가능해요!


링크

아파트 미니태양광 설치현장 가보니…

http://www.electimes.com/home/news/main/viewmain.jsp?news_uid=115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