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2050년까지 매년 32기씩 건설해도 “이산화탄소 감축기여율 6% 불과”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가 더 효과적이라고 평가
원전이 정말 기후변화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원전 산업계는 원전이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아 지구온난화 해결에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원전를 대규모로 확대하더라도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핵 전문가로부터 제기됐다.샤론 스쿼소니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2017년 1월 출간된 미국 「원자력 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핵발전이 기후변화 완화에 주요한 기여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원전을 기후변화의 대안으로 제시한 기존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원자력 과학자회보는 1945년에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었던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에 의해 창간된 저명한 학술지다.
스쿼소니 연구원은 '대폭 축소된 핵발전의 기후변화 상쇄 효과(The Incredible Shrinking Nuclear Offset to Climate Change)'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대규모 원전의 확대를 제시한 시나리오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기후변화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제임스 한센은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2050년까지 화력발전소를 원전으로 모두 대체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경우, 원전을 매년 61기씩 새로 건설해 향후 35년간 총 2천135기의 신규 핵발전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수준의 대규모 원전 건설에는 총 10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건설비가 소요되고, 과거 60년 동안 지어진 핵발전소 수가 667기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런 전망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가장 공격적인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로 평가되는 2008년 '에너지기술전망(블루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까지 전력 부문의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하기 위해 2050년까지 매년 32기씩 원전을 건설하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 전망에 따르면, 2050년 원전은 세계 전력의 24%를 공급하게 되지만, 이산화탄소 감축 기여율은 고작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는 핵발전에 비해 이산화탄소 감축효과가 훨씬 크다고 평가됐다. 이산화탄소 감축 기여율은 에너지 연료 효율화가 24%, 재생에너지가 21%, 전력 효율화가 12%, 연료 전환이 11% 등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기술별 이산화탄소 누적 감축량 기여율 전망 국제에너지기구가 전망한 국제사회가 합의한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을 위한 에너지 기술별 온실가스 저감 잠재량에 따르면, 원전은 에너지효율화, 재생에너지 확대에 비해 감축 잠재량이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제에너지기구
국제에너지기구의 다른 시나리오에서 더 적극적인 원전 확대 전망이 있었지만, 원전의 이산화탄소 감축 기여율은 6~7% 수준에 그쳤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의 2016년 전망에서 에너지효율화와 재생에너지의 이산화탄소 감축 기여율은 각각 38%와 32%로 나타나, 기존보다 상향 평가됐다. 이는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도 '원전 르네상스'는 실패로 나타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압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설명했다. 10여년 전,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 이슈로 원전에 대한 관심 높아졌지만, 결과적으로 원전의 세계 전력 비중은 16%에서 10%로 하락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세계 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된 금액은 2,800억 달러에 달했다. 2015년 신규 발전설비의 절반 이상은 재생에너지가 차지했다. 태양광과 풍력의 전력 생산량은 전년대비 각각 33%, 17% 증가했지만, 원자력은 1.3%에 그쳤다.
미 전문가 '원전의 기후변화 대안론' 정면 반박
스쿼소니 연구원은 세계 핵발전 6대국에서 '원전 르네상스' 실패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고, 프랑스도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원전 비중을 현재 70% 수준에서 2025년 50%로 낮추기로 했다. 스위스와 벨기에도 탈원전에 동참했다. 미국에서 건설 중인 원전은 4기에 불과하며, 100기의 운영 중인 원전의 평균 가동연수는 35년으로 나타났다. 일부 원전은 20년의 추가 운영갱신 허가를 받았지만, 경제성이 낮아 조기 폐쇄하기로 했다. 중국의 경우, 2015년 재생에너지 분야에만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원전 투자액 18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2015년 중국에서 새로 추가된 풍력은 32.5GW, 태양광 18.3 GW였으며, 원전은 6GW로 나타났다.
스쿼소니 연구원은 각국에서 하향식 정책결정 방식을 통해 대규모 원전 건설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소규모 분산형 재생에너지가 훨씬 경제적이고 빠르게 보급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원전이 안고 있는 비용, 안전성, 폐기물, 핵무기로의 전용 문제를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전환이 보다 유의미한 기후변화 대응 방안이 될 것이란 의미다. 그는 원전에 대해 "한때 치료제로 여겨졌던 것이 알고 보니 질병(기후변화)보다 더 나쁘다면 추구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지언
이 글은 <탈핵신문> 2017년 1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