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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답이 아니다

원자력문화재단의 ‘원자력안전 대토론회’ 가보니…

4월2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원자력안전 토론회에서 장순흥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어제 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원자력안전 대토론회에 다녀왔다. 이번 토론회에 대해 이재환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은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는 국민적 소통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장순흥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국내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에 비해 어떻게 더 안전한지 설명했다. 먼저 국내 원전에서 사용하는 가압경수로 방식은 증기발생기에 의해 원자로가 분리되기 때문에 "사고시 방사능 물질의 유출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벽이 더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비상냉각 시스템의 구축 ▲격납건물의 부피가 10배 커서 그만큼 느린 압력상승 ▲수소 제어 시스템으로 수소폭발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국내 원전이 안전하다는 근거로 들었다. 장순흥 교수는 "고리 1호기를 (수명) 연장시키면서 제일 강화시킨 부분이 수소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곽재원 중앙일보 과학기술 대기자는 원전 모델에 의한 안전성 비교에 대해 "어느 것이 더 안전하다는 말은 과학적이지 않다"며 가압경수로의 경우 오히려 증기발생기에서 자주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쓰나미를 비롯한 원전의 재해 방재에 대해서도 그는 "일본보다 더 확실하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신규 원전의 수명이 기존의 30~40년보다 긴 60년으로 상정되는 점은 재해에 의한 피해 확률을 더 높인다는 설명이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원전을 둘러싼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다시 모여서 토론하고 민주주의를 깊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여기에 미디어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에 의하면 국내 원전 부지의 경우 지진 규모 6.5~7.0 수준으로 설계됐다. 여기에 '확률론적 지진 리스크 평가'를 통해 설계지진보다 큰 지진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쓰나미와 관련해 울진 원전은 최대고가 3미터, 나머지는 1미터 남짓으로 설계됐다고 후쿠시마 원전가 발생한 직후였던 지난달 14일 정연호 원자력연구원장이 밝힌 바 있다. 정연호 원장은 "원전부지 높이가 10미터이기 때문에 10미터와 3미터의 차이만큼 여유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백원필 본부장은 쓰나미 대비에 '여유가 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생 가능한 초대 지진해일시의 최고 수위와 비교하여 1.6미터(고리)에서 4.3미터(울진)의 여유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쓰나미 파고가 14미터로 추정되는 후쿠시마 원전에 비해 해수면 14.3미터 위에 위치한 울진원전 부지가 더 안전한 셈이다.

백원필 본부장은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원전 안전성은 10배 높아졌다고 본다. 후쿠시마 역시 마찬가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측부터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 백원필 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 곽재원 중앙일보 과학기술 대기자, 노병환 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안전본부장, 이재환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장순흥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김천주 주부클럽연합회 회장, 이승숙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 전석천 전국과학교사협회장, 이광호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위해평가부장. 사진=원자력문화재단

이승숙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일본 원전사고에 의한 국내 건강 영향은 "우려할 바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이승숙 소장은 낮은 방사선량에서도 피폭량에 따라 발암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점을 반박했다.

한겨레 4월5일자 인터넷판 사이언스온에서는 “방사선 노출에 안전한 수준이란 없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2005년 발표된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의 관련 논문을 소개한 바 있다. 이 기사는 "암을 유발하거나, 유발하지 않는 기준으로서 방사선 노출의 임계치(threshold)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노출된 양에 따라 위험의 정도만 달라질 뿐이라는 것"이라고 썼다.

이승숙 소장은 해당 논문엔 "이 모델(무역치 선형모델)에서 '통계학적 한계 때문에 100밀리시버트(mSv) 이하의 매우 낮은 노출량에서는 사람에서의 암 위험률을 논하기 어렵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국립아카데미의 '저선량 피폭에 의한 건강 리스크'란 논문에서는 이승숙 소장이 인용한 대목이 있다. 그런데 논문을 찾아보니 해당 문장은 바로 이렇게 이어진다.

"생물학적 데이터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본 위원회[미국 국립학술회의, 저선량 피폭에 의한 건강위해 평가 위원회]는 역치(문턱값) 없이 더 낮은 피폭량에서도 위험이 선형으로 증가하고 최소한의 피폭량이 인체에 위험을 소량 증가시킬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이런 가정을 "선형 무역치 모델"이라고 정의한다."

즉 통계적으로는 저선량에서의 건강 영향을 평가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낮은 피폭량 역시 인체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승숙 소장은 이런 맥락을 생략한 채 해당 문단의 첫 문장만 인용한 것이다.

이승숙 소장은 이어서 1990년부터 2009년까지 검색한 국제 의학논문 중 원전종사자의 암사망 위험도와 관련된 11편을 분석한 결과 "원전종사자들의 모든 암에 대한 사망이 일반인구의 사망보다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적당한' 방사선 피폭은 오히려 건강에 유익하다는 원자력계의 주장을 반복한 셈이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펴낸 알기 쉬운 원자력안전 Q&A 팜플렛의 내용.

이날 토론회에선 원자력문화재단이 펴낸 '알기 쉬운 원자력안전 Q&A(사진)'을 참석자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여기엔 원자력안전기술원을 비롯한 정부의 기존 설명과 원자력 전문가들의 발언 인용이 수록됐다. 대부분 내용이 국민을 안심시키고자 하는 어조를 유지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일본에서 날아온 방사성물질은 아주 적은 양이라서 2만 시간을 쪼여야 자연에서 나오는 방사선 수준입니다."(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걱정을 지나치게 하다보면 실제 있지도 않은 '상상의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지나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


국내 원전에 대해서도 안전을 강조했다. '일본 원전에서처럼 우리나라도 원전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엔 '전원이 공급되지 않더라도 자연순환 방식으로 냉각기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합니다'라는 답변이 붙어있다.

수명연장과 최근 발생한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된 고리1호기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운전한지 30년 넘은 고리 1호기를 계속운전 해도 괜찮은가요?'라는 질문엔 '주요 설비를 대부분 교체하여 신규원전에 버금가는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자동차나 전기기기도 생산년식이 아닌 사용자의 관리 정도에 따라 수명이 달라지듯이 원전도 안전하게 관리하면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글과 사진=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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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방사선 노출에 안전한 수준이란 없다” (한겨레 사이언스온)
토론회 안내문 및 발표자 명단 (원자력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