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사고 26주년을 맞은 4월 26일,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 회원들은 오전 11시 30분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실이 위치한 흥국생명빌딩 앞에서 계속되는 핵재앙을 경고하는 "아직도 불타고 있는 체르노빌" 퍼포먼스를 펼쳤다.
여성위원회 회원들은 1979년 미국 스리마일, 1986년 우크라이나(과거 구소련) 체르노빌, 그리고 지난해 후쿠시마 사고로 이어진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노후한 고리 핵발전소 1호기의 즉각적 폐쇄를 요구했다.
여성위원회는 최근 고리1호기에서 전원 상실 사고는 후쿠시마 사고와 같이 중대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징후로,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실을 은폐하고 한 달이 지나서야 규제기관에 보고한 것은 핵산업계의 도덕적 실추를 드러낸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규제기관 역시 고리1호기 사고를 의도적으로 방치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1호기의 폐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퍼포먼스 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과 문수정 여성위원장은 '고리1호기 폐쇄를 간곡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서한문을 원자력안전위에 직접 전달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왼쪽)과 문수정 여성위원장은 '고리1호기 폐쇄를 간곡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서한을 낭독하고 이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전달했다.
원자력안전위원장에 보내는 서한문
고리1호기 폐쇄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전 세계가 핵발전소의 위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으며, 핵발전소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더 이상 핵발전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려준 경고였습니다.
2012년 2월 9일 발생한 고리1호기 전원 공급 전면중단 은폐 사건은 작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처럼 냉각기능이 상실된 위험천만한 사고였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전원이 상실되어 걷잡을 수 없는 대형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은 이 사건을 한달이 넘게 은폐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아무런 내용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원자력계와 정부의 안전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입니다.
고리1호기로부터 30km 이내에는 부산, 울산, 양산 등 도시에 322만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학교와 기업체가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석유화학단지가 그 곳에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후쿠시마 지역의 오염 제거를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만약에 고리1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322만 주민의 안전이 지켜지지 못하고 수많은 기업체가 문을 닫게 된다면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님은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시겠습니까?
더구나 고리1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지난 해 1월 기준으로 국내 전력판매량의 1%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얼마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이에 대해 고리1호기를 폐쇄해도 전력대란은 오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고작 1%의 전력을 위해 모험을 계속 하시겠습니까?
일본은 5월 5일이면 전체 54기의 원전이 모두 가동을 중단하여 “원전제로사회”가 됩니다. 그동안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을 완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의 안전을 위해 재가동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일본은 작년 여름과 겨울을 전력대란 없이 보냈습니다. 수명을 연장해서 무리하게 계속 가동하고 있는 고리1호기의 폐쇄는 국민의 안전과 원자력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최소한의 안전조치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1호기의 영구폐쇄할 수 있도록 결정하여 주시기를 강력히 요청합니다.
2012. 4. 26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 회원 일동
문수정 위원장은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강창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볼 것으로 기대"했지만, 두 위원장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환경운동연합의 서한을 민원으로 접수하고 위원장에게 전달하겠다고만 밝혔다.
글·사진=이지언 대안정책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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