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소식이 전해진 후 지난 12일 토요일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는 핵발전 반대 시위에 약 6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네카베스트하임 핵발전소에서부터 시작된 인간띠 행렬은 슈트트가르트의 라이쩬슈타인 관저까지 장장 45km를 이루었다. 사진=지구의벗 독일/BUND
연이은 폭발과 방사성 물질 유출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각국에서는 핵에너지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뿌리째 흔들리는 핵안전 신화에 대한 집착을 못 버리고 있다.
약 150기의 원전이 가동 중인 유럽연합 위원회는 오늘 브뤼셀에서 에너지장관과 핵전문가 회의를 열어 공동 차원의 핵안전 방안을 논의했다.
독일은 원전 수명연장 결정을 다시 보류하기로 했다. 현지시각으로 1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연기 결정 이후 상황은 이전의 상황과 다를 것”이라며 “각 시설의 안전문제를 성역 없이 정밀하게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발전소 폐기' 독일 11만 명 야간시위
독일 전역에서 핵발전소 폐기를 요구하는 야간 농성이 열리는 등 시민들의 시위도 잇따랐다. 환경단체 지구의 벗(BUND)에 따르면 14일 독일 전역 450개 도시에서 11만 339명의 시민들이 모여 독일 핵발전소의 폐기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핵발전소 수명을 연장한 독일 메르켈 총리의 전략은 실패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집회에 참가자들은 핵발전소 폐기야말로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핵발전소 폐기 결정을 차기 선거까지 기다려선 안 되고 이번 정부가 지금 당장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반핵 집회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위스 정부는 신규 원전 계획을 연기했고, 오스트리아 장관은 유럽대륙 전역의 원전에 대한 안전검사를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는 국가는 유럽뿐만이 아니다. 필리핀은 바탄(Bataan) 원전에 대한 재가동 논의를 중단하고 재생가능에너지로 눈을 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같은 태평양 지진 다발지대에 위치한 대만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을 잠정 중단하고 핵에너지 확대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자는 논의가 의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역시 일본 원전사고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 '한국 원전이 최고'
많은 정부가 원전에 대해 재평가하는 신중한 태도로 돌아선 반면 한국 정부는 안
일한 자신감만 내보이고 있다.
14일 아랍에미리트 원전 기공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원자력발전소 안전성 측면에서 한국 원전이 최고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발언에서 이를 가장 여실히 드러냈다.
같은 날 안현호 지식경제부 제1차관의 “우리나라 원전은 쓰나미가 온다고 해도 침수가 안 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발언 역시 한국 정부가 가진 안전 불감증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한국 정부는 경제적 효율성 때문에 노후한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면서까지 원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인체에 피해를 줄 정도의 방사선이 원전에서 유출됐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일정 시간 이상 노출될 경우에만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사진=Reuters
노후한 원전, 폐기 대신 '재활용'?
2007년, 30년 동안 가동된 고리1호기는 대다수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운영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환경단체들은 원전 수명연장에 필요한 안전조사 보고서 공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 최근엔 2012년 폐쇄 예정인 월성1호기에서도 2009년부터 압력관 교체 공사가 진행돼 사실상 ‘수명연장을 위한 사전 단계’를 밟고 있다.
올해 2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1호기가 10년의 연장가동 허가 대신 예정대로 폐쇄됐다면 방사선 피폭 사고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내일 고리원전 앞에서 부산과 울산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원전 사고에 의한 방사능 안전대책과 운영수명을 넘긴 고리원전1호기의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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