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 7개국 국제 여론조사 결과 분석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을 지지하는 여론이 중국과 미국에서는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반면 일본, 한국, 프랑스에서는 변동이 나타났다고 일본의 <아사히신문>이 지난 5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주요 7개국인 일본, 미국, 프랑스, 한국, 독일, 중국, 러시아의 각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국제 여론조사에서는 핵발전에 관한 의견에서 상당한 편차를 드러냈다.
사고 수습 대책이 여전히 불투명한 일본에서는 응답자 73% 정도가 핵발전소의 추가 건설이나 확대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핵발전을 지지한다는 의견은 고작 16%에 그쳤다.
프랑스의 경우, 68%의 응답자가 핵발전소 신규 건설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는 과반수가 넘는 51%가 핵발전 유지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사실과 비교되는 것으로, 신규 건설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29%에 그쳤다. 프랑스는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원자로를 가동 중이다.
한국에서는 64%가 핵발전소 신규 건설에 반대한다고 답했고, 찬성하는 의견은 30%로 나타났다.
중국과 미국의 결과는 앞서 언급한 세 나라와는 대조된다. 핵발전소 신규 건설에 대한 찬반 여론은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13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30기를 추가 건설 중인 중국의 경우, 신규 건설에 대해 46%가 찬성한 반면 52%가 반대했다.
104기의 원자로를 가동해 세계에서 핵발전량이 가장 큰 미국에서는 46%가 핵발전소 신규 건설을 지지했고, 비슷한 수준인 47%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핵발전 찬성자들의 일관성과 관련해 국가마다 흥미로운 차이가 발견됐다. 프랑스, 한국, 일본에서 핵발전 이용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 40% 이상이 핵발전소의 신규 건설이나 기존 시설의 확대에 대해선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핵발전 지지자의 90%가 핵발전소 신규 건설을 찬성했다. 미국의 경우 핵발전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76%가 핵발전소 신규 건설이나 시설 확대를 찬성했고, 20%만이 반대했다.
각국에서 핵발전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 중국과 미국의 응답자 중 32%가 "핵발전은 늘어나야 한다"고 답했다.
이와 동일한 답변을 한 사람들은 한국의 경우 13%에 그쳤고,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의 경우 10% 미만이었다.
반핵 여론은 특히 독일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얼마 전 향후 11년 동안 모든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핵에너지 이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81% 또는 전체의 52%가 독일에서 "핵발전이 중단돼야 한다"고 답했다. 동일한 의견이 일본에서는 16%에 그친 것과는 대조된다.
독일에서 28% 가량의 응답자들은 "핵발전이 5년 안에 중단돼야 한다"고 답했다. 10년까지 더 가동할 수 있다는 의견은 38%, 반면 20년 정도라고 답한 의견은 20%로 나타났다. 핵발전소 폐지를 완료하는 시기에 대해 20년 이상으로 미루자는 의견은 5%에 그쳤다.
핵발전을 반대하는 전체의 81% 응답자 가운데 79%가 핵발전소가 5년이나 10년 안에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핵발전 이용을 찬성하는 전체의 19% 응답자 가운데 41%가 "독일은 핵발전을 폐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30%는 핵발전을 "20년 안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래의 발전원
한편 이번 여론조사 대상이 된 모든 국가에서 풍력과 햇볕 발전이 향후 발전원으로 가장 각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에서는 71%가 풍력과 햇볕 에너지가 "미래 발전원에서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답변은 한국에서 70%, 독일에서 66%, 그리고 일본, 미국, 중국에서 과반수를 약간 넘었다.
러시아의 경우 풍력이나 햇볕 발전이 에너지정책에서 가장 주도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은 36%에 그친 반면, 러시아에서 풍부한 에너지원인 천연가스와 수력에 대해서는 각각 12%과 16%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핵발전의 찬성자 중 57%가 미래 발전원으로서 풍력과 햇볕 발전이 주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 중 17%만이 핵발전을 선택했다.
19%로 소수에 해당하는 독일의 찬핵 여론 중에서 49%가 가장 중요한 미래의 발전원으로 핵발전을 선택했다. 핵발전 찬성자 중 37%만이 "풍력이나 햇볕 발전"이라고 답했다.
상이한 인식
<아사히신문>은 "핵발전 이용에 대한 태도"와 "핵발전 폐지 성향" 그리고 "각국에서의 대형 핵사고에 대한 우려"라는 관점에서 7개국을 분석해 크게 세 가지 그룹으로 분류했다(그래프).
그래프의 가로축은 핵발전의 이용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백분율 차이를 나타낸다. 세로축은 자국에서 대형 핵사고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매우 우려” 또는 “다소 우려”하는 집단과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거나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는 집단의 백분율 차이를 나타낸다. 원의 크기는 핵 폐지에 대한 성향 또는 핵발전의 전망에 대해 “줄어들어야 한다”거나 “중단돼야 한다”고 응답한 백분율을 나타낸다.
미국의 경우, 다수가 핵발전에 찬성하고 대형 사고를 우려하는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핵발전을 폐지하자는 성향은 매우 낮아, 미국 여론이 사실상 최근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독일에서는 핵발전에 대한 반대와 핵을 폐지하자는 성향 모두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핵사고에 대한 우려의 정도를 고려했을 때 이런 특징이 다른 국가들에서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나머지 그룹인 일본, 프랑스, 러시아, 한국, 중국은 그래프에서 서로 근접해 있다.
특히 프랑스와 중국에서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핵발전 이용에 대한 의견과 대형 핵사고에 대한 우려는 거의 같은 수준을 보였고, 다만 핵 폐지에 대한 성향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중국에서 핵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낮다. 중국 응답자 중 32%는 자국에서 핵발전이 확대돼야 한다고 응답해, 7개국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대형 핵사고에 대한 우려는 중국과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높게 나타났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을 제외한 사고를 우려하는 여론은 이보다 더 높았다. 체르노빌 사고를 경험한 러시아의 경우, 핵발전 이용을 반대하는 의견이 찬성보다 약간 높았고, 대형 핵사고에 대한 우려도 상대적으로 높은 정도로 나타났다.
우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에서 최악에 해당하는 7등급으로 분류돼 체르노빌 사고와 동등한 수준에 달했다. 모든 국가에서 전체 중 90% 이상의 응답자들이 후쿠시마 사고를 "매우 심각"하거나 "다소 심각"하다고 답했다.
자국에서 대형 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전반적으로 높았고, 특히 한국의 경우 82%에 해당해 가장 높았다. 러시아에서는 80%로 나타냈다.
적절한 기술과 통제에 의해서 핵발전의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71%와 프랑스의 68%는 대형 핵사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는 기술에 대한 신뢰가 사람들의 불안감을 온전히 씻어버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계속 유출되는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도 다수에게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매우" 또는 "다소" 우려된다고 답한 사람은 중국에서 83%에 해당해 가장 높았다. 방사능비로 여러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휴교에 들어갔었던 한국 역시 82%를 나타냈다. 이는 일본에서 방사능 위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70%보다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후쿠시마 사고가 자국의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이 그렇지 않다는 의견보다 다수를 차지했다.
성별 차이
이번 여론조사는 성별 인식에서도 큰 차이를 드러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핵발전에 대해 더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경향을 보였다.
모든 국가에서 핵발전 이용에 반대하는 의견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욱 많았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남성의 62%가 핵에너지 이용에 찬성했고 34%가 반대한 반면, 여성의 경우 41%만이 찬성했고 53%가 반대를 나타냈다.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했는데, 남성의 48%가 핵에너지 이용에 찬성했고 37%가 반대해, 여성 중 21%의 찬성과 47%의 반대와 대조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 대한 우려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남성의 43%만이 이를 우려한다고 답해 모든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나타냈지만, 동일한 답변을 한 여성은 63%로 나타났다.
핵발전에 대한 인식
미국과 중국에서 다수가 적절한 기술과 통제를 통해 핵발전의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한국과 독일에서는 핵발전이 통제 불가능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0% 이상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미국과 중국을 핵발전을 찬성하고 그 안전성을 신뢰하는 범주로 나눈 반면, 일본, 러시아, 한국, 독일을 반대의 범주로 구분했다.
핵발전의 전망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에서 응답자의 32%가 핵발전 이용의 확대를 지지해 다른 5개국의 비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두 국가에서 핵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높은 신뢰가 이런 지지로 이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핵발전에 찬성하면서도 그 안전성에는 신뢰를 보이지 않은 국가는 프랑스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프랑스에서 핵발전에 대한 찬성율이나 핵발전 기술에 대한 불신을 나타낸 비율 모두 약간 높은 수준이다.
핵발전의 안전성에 관해 일본 전국에 걸쳐 실시된 면접 여론조사는 네 번 있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매번 조사방법이 달라서 결과를 비교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1979년 미국에서 스리마일섬 핵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본인의 52%가 핵발전에 대해 안전하다고 답했고, 33%가 안전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나자, "안전하다"는 의견은 37%로 급락했고,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은 47%로 올랐다. 그 이후 특이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안전하다"는 의견이 1988년 32%에서 1996년 35%로 약간 올랐고 같은 기간에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은 56%에 머물렀다.
일본 정부의 사고 수습에 대한 인식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위기가 시작된 이후, 일본 정부가 정보를 은폐한다는 의혹이 일본 내외에서 확대됐다. 이번 여론조사 대상이 된 7개국에서 일본 정부가 관련 정보를 적절하게 공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에서 정보 공개에 대한 불신이 89%로 가장 높았다. 이는 최근 방사능 오염폐수의 방출이나 다른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로부터 정보 전달이 불충분했다는 한국 내의 비판여론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이어, 일본 정부가 정보를 적절하게 발표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일본과 프랑스에서 각각 80%와 77%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낸 국가는 미국으로, 52%에 해당했다.
핵발전을 찬성하는 그룹의 국가에서는 반대 그룹의 국가에 비해 일본 정부의 사고 대응에 대해 더 호의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기술에 대한 인상이 더 안 좋아졌냐는 질문에 대해, 중국인 51%와 한국인 47%가 "그렇다"고 답해서 7개국 중 최상위를 차지했다. 미국인과 프랑스인의 69%가 일본 기술에 대한 인상이 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지언
모든 그래프는 한국어 번역된 <아사히신문>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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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Survey finds wide gulf in global opinion on nuclear power(아사히신문, 영어)
http://ajw.asahi.com/article/0311disaster/fukushima/AJ201106090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