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 일본산 수산물 4천327㎏ 학교 급식에 사용
최근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방사능 오염 식품을 둘러싼 우려가 잦아들 것 같지 않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대량의 일본산 수산물이 수입돼 학교 급식에 사용됐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기 때문이다. 방사능 수산물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수입 조치나 검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발 빠르게 움직이는 쪽은 학부모들이었다. 이들은 방사능 오염 수산물을 차단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나 어린이집에 직접 건의하거나 조례를 통해 지자체와 교육청이 나서도록 촉구해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춘진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2011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초·중·고교에서 급식으로 사용된 일본산 수산물이 4천327㎏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는 서울시내 학교에서 2011년 이후 806㎏을 사용했고, 대전 542㎏, 경남 519㎏, 부산 430㎏, 광주 416㎏, 강원 402㎏, 전남 304㎏ 등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가다랑어포가 1천610㎏으로 가장 많이 사용됐으며 꽁치 1천51㎏, 명태 430㎏, 연어살 270㎏, 갈치 175㎏, 임연수어 138㎏, 코다리 112㎏ 등이 급식 재료로 쓰였다.
앞서 정부는 후쿠시마 주변 8개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금지와 국내산 식품 방사능 세슘기준치 100Bq/kg 적용 등을 담은 ‘일본산 수산물 방사성물질 검출 우려에 대한 특별조치’를 지난달 6일 발표했다. (링크 ☞ 국무조정실 국무총리실 비서실 보도자료, 일본산 수산물 수입 관련 브리핑 보도자료) 이번 조치를 두고 환경단체는 방사능 기준과 수입금지 범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한 한편 일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항의했다.
서울시 방사능 안전 식재료 조례안 '진통' 끝 가결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차단 조치를 둘러싼 안팎의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주요 지역에서는 학교 급식에서부터 방사능 오염 식품을 방지하려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3일 열린 본회의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했다. 통과된 조례안은 원안의 수정안으로서, 학교별로 연 2회 이상 사전검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연 1회 이상 전수검사하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당초 원안에 명시했던 방사성물질 감시위원회 설치 의무도 삭제했다. 별도의 감시위원회를 신설하기보다는 기존 학교급식위원회를 통해 ‘방사능 등 유해물질 관련 전문가 1인 이상을 위촉’하게 했다. (링크 ☞ 서울시의회 의안정보)
가까스로 수정 조례안이 통과됐지만, 본회의 이틀 전에 열렸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의원들과 교육청 관계자 사이의 의견차를 좁히느라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보도를 보면, 토론에 참석한 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방사능이 위험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바 없는데 반드시 정밀검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등 조례안의 취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식재료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하거나 장비 구입을 통한 자체 검사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 “방사능 검사가 이미 (식재료가) 소비된 후에 방사성물질의 검출을 확인하는 사후적 조치가 될” 수 있다는 ‘딜레마’를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내놓기도 했다. 고가의 방사능 검사 장비를 추가 확보하더라도 제한된 장비로 모든 학교의 식재료를 검사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청이 제시한대로 5대의 장비를 보유할 경우를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하루에 1개 학교를 검사할 경우 1년에 950개(급식일 190일 기준) 학교를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유치원을 포함한 초․중․고등학교의 숫자가 약 2,200개인 현실을 고려하면, 2년간 검사를 한다 하여도 약 300개 학교는 누락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례안의 내용이 학교별로 검사 횟수가 연 2회에서 연 1회 이상으로 수정된 배경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감마핵종분석기 5기 설치비용을 포함한 연간 방사능 검사시스템 소요예산액을 8억2천765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간이 측정기로 식재료 검사하고 '안전'
교육청 자체적으로 학교 급식에 들어가는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공개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9월 3일부터 이틀간 10개교 학교 급식의 수산물을 채취하여 조선대 산학협력단에 방사능 검사를 의뢰한 결과 전체 수산물에 대하여 불검출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검사는 코다리, 다시마, 꽃게, 고등어, 삼치, 조기, 국멸치, 장어, 북어채, 오징어 등 급식 식재료 수산물 10개에 해당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는 지난 7월1일 ‘안전한 학교급식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방사능을 비롯한 유해물질을 포괄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방사능 검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한 것과 관련해 “휴대용 측정기 방식으로는 한계 있다는 평가를 고려해 최적의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시료 10개 검사에 대해 총 132만원의 자체 예산을 집행한 교육청은 검사 결과를 학교급식정보센터에 공개했다.
9월23일 대구 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과 담당 공무원들이 학교급식 현장에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가지고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구광역시교육청
실제로 일부 교육청이 간이 방사능 측정기로 급식 식재료를 검사하고 나서 “안전”하다고 밝히는 사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연휴가 끝난 9월 23일 김기식 대구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비롯한 담당 공무원 관내 급식학교 현장을 방문해 수산물 식재료를 직접 방사능 측정했다.
대구교육청에 내놓은 보도자료와 사진을 보면, 교육청 담당자들은 사용했던 장비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였다. 교육청은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통해 “수산물에 대해 직접 방사능 오염 여부를 측정하여 학교급식 식재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당 약 1억3천만 원에 달하는 ‘고순도게르마늄 감마핵종분석기’ 5대 설치와 전문인력 운영안을 놓고 고심에 빠진 서울시교육청과는 상당한 거리를 보인다.
전라북도, 강원도, 경상남도, 부산시 등에서도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급식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 중에 있다. 국내로 수입되는 수산물의 80%가 들어오는 부산시에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대전 등 다른 주요 도시들에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교육청의 사례처럼, 급식 식재료의 방사능 검사가 실제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 무엇보다 제도의 취지에 맞게 검사 결과를 투명하고 보기 쉽게 공개해 아이들과 부모들을 안심시킬 수 있어야 한다.
조례 제정과 별도로 학부모들의 자발적 노력이 학교별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려는 모임(차일드세이브)’ 온라인 모임(http://cafe.naver.com/save119)에서는 최근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나 어린이집 식단에서 생선이 줄거나 아예 빠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글이 늘었다. 이들은 교장과의 면담이나 간혹 심지어 영양사들과 ‘싸우다시피’ 해서 급식 식단에서 해산물을 줄이도록 했다.
한 회원은 “기쁜 소식입니다. 다음달부터 어린이집 식단에 생선 안 쓴대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방사능 관련 자료를 전달한 뒤) 담임선생님이 읽어보시고 심각한 것 같아 원장선생님께 드렸다고 했고 드디어 오늘 효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글은 <탈핵신문> 2013년 10월호에도 실렸습니다.
링크
<보도자료>김춘진 의원, 2011~2013 전국 학교급식 일본산 수산물 사용량 현황 공개
http://www.cjkorea.org/zbxe/1220149
[김은진 칼럼]방사능 수산물 공포, 우리 정부 책임이 크다
http://www.vop.co.kr/A00000681253.html
서울시의회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원안 일부 가결
http://news1.kr/articles/1319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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