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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햇빛발전협동조합의 도전, 전력망의 장벽 뛰어넘기

8월 말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명의로 만들어진 통장으로 41만3천 원이 입금됐다. 시민햇빛발전소 확대를 내걸고 지난해 말 창립된 이 협동조합이 햇빛을 이용해 ‘삼각산고등학교 태양광발전소’에서 거둬들인 공식적인 첫 ‘수확’이었다. 햇빛발전소가 상업가동을 시작한 6월 25일부터 7월말까지 전력망에 공급한 2,423킬로와트시(kWh)의 전력생산량에 대해 한국전력이 구매한 값이다. 협동조합에 참여한 삼각산고 학생과 마을 주민을 비롯한 230여 명의 조합원은 말 그대로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발전사업자’가 됐다.


학교 최초 시민 태양광발전소 '첫 수확물' 거둬


현재로선 20킬로와트(kW) 규모의 소형 태양광발전소 1기를 갓 가동하기 시작한 ‘영세 사업자’로서 이 협동조합은 당분간 긴축 재정을 이어가야겠지만, 다행히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다. 일단 조만간 ‘태양광 공급인증서’ 판매 계약을 맺게 되면 전력판매 단가를 올릴 수 있다. 발전 사업용 태양광이 전력망에 연결돼 전기를 공급하면 한전으로부터 기본 판매요금이라 할 수 있는 ‘계통한계가격’을 받게 된다. 지난달 협동조합이 거둬들인 판매 단가를 놓고 보면 전력량(kWh)당 155.3원 수준이다. 이 가격은 전력거래소에서 매 시간마다 변동되는 시장가격이다.


여기에 더해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에 따라 추가적으로 태양광 공급인증서를 판매할 수 있다. 이 제도는 한전 자회사를 비롯한 여러 대형 발전사들이 할당된 물량의 재생가능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매년 구매하도록 정했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입찰을 통해 발전회사들과 공급인증서 판매 계약을 맺게 된다. 입찰 계약은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며, 올해 하반기의 경우 10월 15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공급인증서의 특징은 전력거래소 가격과는 달리 12년 동안 고정된 가격으로 판매된다.


또 가중치 방식을 도입해, 가령 지붕과 옥상 같이 기존 시설물을 활용해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1.5의 가중치를 부여한다. 건물이 많은 도시에서 태양광 보급을 늘리기 위한 일종의 장려책이다. 결국 이 제도를 통해 협동조합이 공급인증서 판매 계약을 맺으면, 지금의 시세를 기준으로 전력 판매단가는 155.3원/kWh에서 2.5배 높은 약 400원/kWh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생태공동체운동본부 소속 유근숙 목사와 배성진 간사가 8월 23일 '한신대 햇빛발전소 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참여해 활짝 웃고 있다. 사진=김한울


새롭게 시행되는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에 대한 지차체와 정부의 지원 정책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대목이다. 먼저 서울지역에 있는 소형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경우 한전에 판매한 전력량과 연계해 서울시로부터 5년간 1kWh당 50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일조량 부족과 높은 설치비로 불리한 서울지역의 태양광 설치 조건을 상쇄하기 위한 서울시의 자구책이다. 야심차게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시로서는 ‘태양광 불모지’에 가까운 현재의 상황을 지자체 차원의 정책 수단을 통해 돌파하려는 셈이다. 지원금 대상은 50kW 이하의 태양광 발전소에 해당하며, 서울시 웹사이트를 통해 올해 말까지 허가 접수를 마쳐야 지원 대상에 확정될 수 있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수유동 한신대 신학대학원 옥상에 햇빛발전소 2호기를 추진에 들어갔다. 8월23일 한신대학교와 총동문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생태공동체운동본부, 강북마을모임 등이 참여한 가운데 ‘한신대 햇빛발전소 추진위원회 발족식’이 열려 16명의 추진위원을 위촉했다.


추진위원들은 한신대 햇빛발전소에 대해 “우리가 바라는 생명과 평화와도 일맥상통하고 핵발전소의 대체 수단으로서 태양광이 의미가 있기 때문에 동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히며 “지역거점 대학으로서 대학이 사회를 바꾸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50킬로와트 규모의 한신대 햇빛발전소는 개교기념일인 내년 4월19일 준공식을 목표로 조합원 모집에 들어갔다(조합원 가입 전화 02-735-8018). 또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올해 개원 10주년을 맞은 서울녹색병원과도 함께 옥상 햇빛발전소 설치를 위한 부지 검토를 진행 중이다.


소형 태양광 발전사업자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전국적으로 햇빛발전협동조합이 활발하게 운영되며 소규모 태양광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중앙정부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4년과 2015년 2년 동안 태양광 의무공급량을 300메가와트(MW)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8월 27일 발표했다. 최근 태양광 설치가 급증하는 가운데 ‘태양광 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 발전회사에 부과한 태양광 공급의무량이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을 지경에 이르렀다.


2012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면서 태양광 발전소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새로운 제도 시행에 따라 “1년만에 발전차액지원제도 지원 10년간 건설된 (태양광) 설비 용량의 약 80% 수준의 신규 발전설비가 증설”됐다. 다시 말해 2002년~2011년 동안 늘어난 태양광 497메가와트에 견줘 2012년 한 해에만 337메가와트가 설치됐다는 것인데, 이는 태양광이 매년 크게 성장 중인 세계적 추세와도 나란하다. 태양광 사업자의 경우에도 지난해에만 과거 10년을 합친 수준(1979개소)에 가까운 1790개소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발전회사의 태양광 공급의무 이행률은 지난해 95.7%를 기록해 비태양광 부문의 63.3%에 비해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태양광 물량이 늘어나면서 판매사업자 입찰계약의 과열과 공급인증서 가격 하락이라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발전사업자가 태양광 발전소를 짓더라도 ‘경쟁’에 밀려 발전회사와 낮은 단가로 공급인증서 판매 계약을 맺거나 심지어 아예 입찰에서 떨어지는 가능성이 커져 불확실성을 높인다. 따라서 급증하는 태양광 추세에 비춰 태양광 공급의무량을 늘려야 하는 과제는 햇빛발전협동조합을 비롯한 모든 발전사업자의 최우선 요구였다. 이번 정부 계획에는 100킬로와트(kW) 이하 발전사업자에게 입찰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하는 내용을 비롯해 소형 태양광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부 반영됐다. 물론 여러 보완책에도 불구하고, 시장 방식에 기초한 현재의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제도의 불확실성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9월 9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지역 7개 햇빛발전협동조합이 소속된 서울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준) 참가자들이 시민햇빛발전소 조합원 참여와 정책 개선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지언


상황이 나아지는 것 같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러 햇빛발전협동조합은 여전히 제도의 장벽으로 태양광 발전소 추진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히 태양광을 설치할 부지 확보는 가장 난감해하는 부분이다. 8월 22일 이원욱 국회의원, 전국시민햇빛발전네트워크,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 주최로 열린 ‘전국 시민참여형 햇빛발전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는 이런 난감함이 생생하게 제기됐다.


전력망에 재생가능에너지를 허하라


인천지역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의 450여 명이 참여하는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은 태양광 설치를 염두에 두었던 부지 세 군데 모두 검토를 중단했다. 협동조합은 애초 도시교통공사 옥상을 검토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지만, 막상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가자 시설 측은 “국가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협조에 난색”을 표했다. 마찬가지로 태양광 부지로 검토하던 수산정수장의 경우 한전의 계통연계 지점인 전주와 거리가 너무 멀어 비용이 과다해 검토를 중단했다. 송도스포츠파크 주차장에서는 계통연계 지점은 짧았지만, 전압이 문제였다. 한전 전력선 전압이 2만2천900볼트의 고압이라서 태양광 발전시설의 승압과 계통연계를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심형진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은 “시의 협조로 순조롭게 진행되던 발전부지 검토와 임대가 뜻하지 않은 ‘복병’인 한전계통연계로 무산되니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대한 의욕이 꺾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를 바로 건물 내 전선과 연계하고 이 지점에 계량기를 달아 한전에 공급하는 것이 오히려 계통망에 무리를 주지 않고 생산과 소비의 최단지점의 연결이라는 효율성 또한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화력과 핵발전소 중심의 대량 전력 공급 체계에서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분산형 재생가능에너지원의 계통연계는 무시되거나 과도한 부담을 져왔다. 실제로 태양광을 앞서 설치한 햇빛발전협동조합에게도 이는 피해갈 수 없는 문제였다.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은 121명의 조합원이 참여해 지난 5월 안산시 호수동 중앙도서관에 30킬로와트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 협동조합 측은 7천9백만 원의 설치비와 별도로 계통연계 비용에만 420만원을 들여야 했다. 


재생가능에너지 정책 기조에 따라 정부의 관련 제도는 바뀔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재생가능에너지의 계통연계로 인한 시스템의 보강이나 주파수 유지 비용에 대해서는 계통운용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반면 영국과 일본은 발전사업자가 이를 모두 부담한다. 계통연계 제도에 관한 두 국가 그룹간 차이와 관련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신‧재생에너지 전력시장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에 관한) 전력가격에 우대조치가 이루어진다면 계통연계에 관해서도 일정한 우대조치가 이루어져야 제도적으로 정합성을 이루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에 대한 계통연계비 부담 완화를 놓고 한국전력 측은 전력계통 유지보수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이유로 꺼리는 분위기다.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이를 지원을 하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현실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지언 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팀장 leeje@kfem.or.kr

이 글은 <함께사는길> 2013년 10월호(244호)에서도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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