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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칼럼

'지구를 걷는 청년' 미야타 유지를 만나다

오늘 미야타 유지(Yuji Miyata, 宮田祐次)가 커다란 배낭을 메고 누하동 환경센터 사무실을 찾아왔다. 지난해 그를 본 적은 있지만 인사를 나누진 못 했다. 이번 방문은 베트남 여정에 오른 그가 휴식을 위해서 잠시 한국에 들른 것. 저녁에 우연히 그와 만나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열대성 기후에 속하는 베트남에서의 더위로 걷는 일이 고역스럽다는 유지의 얼굴은 전혀 고생한 티가 없다. 햇볕에 그을리기도 했으련만, 탄 흔적은 없고 그는 연신 싱글벙글하며 건강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유지는 폴 콜먼(Paul Coleman)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눈빛을 밝혔다. 그가 '어스 워커(Earth walker)'를 자칭하며 지구 곳곳을 걷고 나무를 심으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콜먼 부부의 그것을 꼭 빼닮았다.

마주앉아 있는 마용운 환경운동연합 국장에게도 유지는 고마운 마음을 표한다. 마용운 국장은 국제연대 업무를 맡으며 폴 콜먼의 책 <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사람>을 번역하는 등 그를 한국에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다. 유지에게 각국의 환경단체를 소개해주며 방문을 주선해주기도 했다.

지난 9월20일 '세계평화의 날' 전날에 베트남의 한 고아원을 찾은 유지. 사진/유지의 블로그


베트남에 대해 '거리를 가득 메운 자전거 인파가 연상되는데 최근에는 풍경이 많이 변화되지 않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유지가 대답한다. "자전거는 볼 수가 없어요. 바이크(오토바이)가 대부분이에요." 그가 무더운 날씨에도 목을 보호하기 위해서 마스크를 쓰는 이유다.

그는 베트남의 한 도시에서 자신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준다. 내가 묻는다. "날씨가 흐렸나요?" 유지가 답한다. "아니요. 스모그에요." 카메라에서 들리는 소리는 온통 오토바이의 경적소리뿐이다. 그가 덧붙인다. "소음 때문에 오전 5시에 호텔에서 깨어났어요."

자전거로 이동방식을 바꾸면 '지구를 걷는 사람'이란 말도 바꿔야 하지 않냐며 농을 건네자, 유지는 자전거 타는 것을 고민해본 적도 있지만 베트남에서 만난 아이들을 생각하며 계속 걷겠다고 한다. 그는 베트남에 고아들이 많고 여전히 늘고 있는데 이것은 가난과 전쟁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직접 만난 아이들은 해맑기 그지없었다는데, 뭔가 감명을 받은 경험을 한 것 같다.

내가 기후변화를 담당한다고 소개하자, 유지는 '베트남이 기후변화로 가장 먼저 피해를 받는 지역'이라며 정보를 준다. 해안에 인접한 베트남은 지구온도가 오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의 50퍼센트 정도가 바다에 잠길 수 있다는 것. 난 그저 베트남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하며 눈을 꿈쩍거릴 뿐이었다.

유지는 성실한 블로거이기도 하다. 자신의 메시지를 미디어를 통해 전달하기도 하지만, 블로그에 직접 사진과 동영상 등을 올린다. 그가 성실한 이유는 3개 언어로 기록을 남기기 때문이다. 하나의 글을 영어와 일본어, 그리고 한국어로 나란히 쓰는 일을 반복한다.

그의 한국어 실력은 4년 전 한국 유학생활에서 비롯된 것. '세 개 이상의 언어를 배워두면 유용할 것'이란 생각이 한국어 배움의 동기였다. 그가 한국어학당을 다니던 당시 나도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는 우연한 사실. 그땐 둘 다 자신이 환경운동과 인연을 맺게 될 줄은 생각조차 안 했을 것이다. 마용운 국장이 한 마디 거든다. "세상 참 좁죠."

미야타 유지는 무척 유쾌하다. 그리고 젊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도 어느날 어디선가 그와 나란히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유지는 자신의 전자우편과 블로그가 적힌 명함을 건넨다. 곧 다시 그와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미야타 유지(왼쪽)와 마용운 국장.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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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thwalker Yuji http://yoyoyuji.spaces.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