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루시의 이 소녀(Annya Pesenko)는 뇌종양을 가진 채 태어났다. 소녀가 태어난 마을은 고농도 오염지역으로 마을 사람들은 모두 소개되었고 결국 마을은 없어졌다. 소녀가 네 살 때 뇌종양이 발견됐고 이제 15세가 됐다.
지난달 소녀는 병원으로 긴급하게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17일간 있었다. 이런 일은 지난 2000년 뇌종양이 재발한 이래 늘 있는 일이다.
소녀는 1994년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밤이면 소녀의 부모(Valentina, Vachlav Pesenko)는 소녀의 침대 아래 마루에서 잔다. 욕창을 가진 소녀를 매 15분마다 뒤집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녀는 매사에 남의 도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은 1986년 핵발전소 사고로 잊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사고는 서부 러시아, 벨로루시,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피폭시켰다.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는 현재 유럽에 에너지를 수출하기 위해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지 20년이 지난 2006년 4월 <함께 사는 길>에 는 뇌종양을 앓고 있던 안냐 페셍코라는 소녀의 사진과 이야기가 소개됐다.
이는 네덜란드 사진작가 로버트 크노츠(Robert Knoth)가 직접 체르노빌을 방문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참상을 카메라 렌즈에 담은 것이었다.
2005년, 15세 소녀 안냐와의 만남. 크노츠는 통역사를 통해 안냐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녀에게 기분이 어떤지 물어봐줄 수 있나요?" 잠시 뒤 돌아온 대답. "너무 슬퍼요." 그리고 덧붙인다. "이렇게 돼서 너무 슬퍼요."
그 뒤 안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크노츠는 "안냐는 계속 뇌종양과 투병하고 있다"며 올해 그녀의 안부를 동영상을 통해 새로 전했다.
2008년 안냐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꽃다발을 안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녀의 사진이 보인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죠?" 크노츠의 질문에게 안냐가 답한다. "일어나면 맨 먼저 웃어요. 평소처럼 해를 보며 웃어요."
사진작가 로버트 크노츠가 올해 만난 침대에 앉아 있는 안냐 페쳉코. 이미지=로버트 크노츠
2011년. 건강 상태가 좋을 때면 안냐는 그림 그리기나 시 쓰기를 좋아한다. 바깥에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안냐의 침대 곁 의자에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한 손엔 지팡이가 쥐어져 있다. 안냐의 어머니 발렌티나는 관절염을 앓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 안냐의 아버지 바체슬라프는 딸과 아내를 돌보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뒀다.
"창문 바깥의 바람은 나뭇가지를 휘게 만들죠." 안냐의 독백. "인생도 마찬가지에요, 저를 아주 강하게 구부러뜨려요."
"혼자 앉아서 저는 많은 꿈을 꿔요. 여러분은 이게 어떤 건지 알지 못할 거에요. 절대로요."
"저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더 강해질 거에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저를 기억할 만한 뭔가를 남길 거에요."
안냐의 용기에, 그리고 안냐의 가족을 비롯해 체르노빌의 어제와 오늘을 충실히 기록한 로버트 크노츠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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