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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답이 아니다

오스트리아 대 체코, 국경 맞대고 핵발전소 논쟁 치열

오스트리아 즈벤텐도르프 핵발전소 원자로 내부.


지난해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유럽에서 핵에너지 이용을 둘러싼 논쟁의 구도를 바꾸어놓았다.

오랫동안 반핵 기조를 유지했던 오스트리아는 유럽 대륙에 핵발전을 함께 폐기하자고 요구한 반면, 이웃국가인 체코의 경우 핵발전 비중을 급격히 늘리자는 계획을 밀어붙였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핵의 시대가 시작하기도 전에 종말을 맞았다. 다뉴브 강가에 위치한 즈벤텐도르프(Zwentendorf) 핵발전소는 비엔나의 근교에 있다. 1970년대 말, 이 핵발전소는 가동을 앞두고 있었다. 연료봉을 장착하고 운전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됐다.

유령 화석

그런데 1979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핵발전 반대가 우세로 나타난 이후 즈벤텐도르프 핵발전소는 결국 가동되지 못 했다.

오늘날 이 핵발전소는 유령 같은 화석으로 남았다. 가동 중이라면 방사능에 휩싸였을 원자로의 벽체 옆을 누구나 지나갈 수도 있다. 이곳 부지는 최근엔 핵공학자를 위한 안전훈련장이나 영화 촬영소로 사용되고 있다.

건설 이후 가동되지 못 한 즈벤텐도르프 핵발전소는 현재 핵공학자를 위한 안전훈련장이나 영화 촬영소로 사용되고 있다.

핵발전소 폐쇄에 대해 현재 즈벤텐도르프 발전소를 소유한 에너지기업인 EVN의 스테판 자흐는 값비싼 결정이었지만 이를 후회하는 오스트리아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 즈벤텐도르프 핵발전소로 10억 유로(약 1조5천억 원)가 들었지만, 전혀 전기를 생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린 이를 환경적이고 재생가능에너지 미래의 완벽한 상징으로 생각한다. 2005년 이후 이곳 발전소에서 햇빛발전을 시작해 인근의 수백 가구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오스트리아는 유럽 차원에서의 핵발전 중단에 주도적인 역할을 자임했다.

니콜라우스 베를라코비치 환경부 장관은 안전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오스트리아는 핵발전에 반대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은 유럽이나 세계에 아무런 전망을 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우리는 핵발전소를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반핵 동맹을 통해 핵발전 없는 유럽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7개 국가가 반핵 동맹에 서명했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가 여기에 속하는데, 오스트리아는 동의하지 않는 국가들에 둘러싸였다.

체코 국경을 넘으면 테멜린 핵발전소가 가깝게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단계적 탈핵을 결정한 독일과 달리, 체코 정부는 2기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 중이다.


페트르 자보드스키 체코 국영전력공사(CEZ) 핵발전소 개발국장은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석탄 화력발전소를 지을 만큼의 충분한 석탄이 없고 수력발전을 위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안전한 핵발전소를 고려해야만 한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우리에게 안전한 핵발전은 당장 유일한 선택이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도 저감해야 하는 것이다.”

소련에서 설계하고 미국 기술에 의해 보완된 테멜린 핵발전소는 오랫동안 비엔나와 프라하 사이에 균열을 낸 원천이었다. 오스트리아는 체코의 핵발전소 증설 계획에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오스트리아 주변 핵발전 국가 현황

  • 독일: 8기 폐쇄, 남은 9기는 2022년까지 폐쇄
  • 헝가리: 4기 가동, 2기 확대할 계획
  • 슬로바이카: 4기 가동, 추가 2기 건설 중
  • 체코: 6기 가동, 테멜린에 추가 2기 계획 중
  • 이탈리아: 1987년 폐쇄, 2011년 신규 계획 중단
  • 스위스: 2034년까지 5기 단계적 폐지
  •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와 1기 공유, 추가 1기 계획 중

하지만 테멜린 발전소 완공을 위한 체코정부 특사인 바클라프 바르투스카는 이런 우려는 잘못됐다고 말한다. “세계 다른 핵발전소가 안전한 것처럼 테멜린도 그렇다. 핵발전소에 우려를 표하거나 호의적이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위험이나 사고 가능성을 배제하고 전적으로 100% 찬핵인 입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오스트리아나 독일과 같이 (핵발전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때로는 부정적이며 매우 엄격한 이웃국가들이 있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나라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테멜린에 관한 최종 결정은 브뤼셀이나 비엔나가 아닌 프라하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는 핵발전 확대는 에너지 안보에 핵심적이라고 말한다. 일부 체코인들은 핵발전 정책에 대한 오스트리아식 태도를 비현실적이거나 구습에 물든, 반소련적 편견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많은 오스트리아인은 자신들이 역사의 옳은 편에 서있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핵발전 논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 글은 아래의 영국공영방송(BBC)의 기사를 번역해 옮긴 것입니다. 번역=이지언

링크
Austria and Czech Republic divided over nuclear power(BBC, 4 January 2012)
http://www.bbc.co.uk/news/world-europe-16359991 

이상한 오스트리아 사람들(서경태 IAEA 핵물질 사찰관, 원자력산업, 2005)
http://eco-center.org/zbxe/2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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