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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답이 아니다

독립적 방사능 감시활동 이끈 독일 전문가 방한

"오염된 음식물 섭취에 따른 방사능 내부 피폭을 피해야 한다. 일본 당국은 국민들에게 왜곡된 애국심으로 오염된 식품을 먹게 하려는데, 한편으로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독립적인 방사능 연구소를 만드는 시민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주 중요하지만, 연구시설의 운영이나 기록 관리에 큰 비용이 필요하다. 독일인들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런 독립적인 기관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일이다."


2011년 베를린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물음에 세바스찬 플루크바일(Sebastian Pflugbeil, 사진) 박사는 이렇게 답했다.


세바스찬 플루크바일 박사. 사진=oekofilmtour.de


이어서 도쿄가 과연 안전한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체르노빌 당시의 키예프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답했다


그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난) 우크라이나에서 정부는 인구 밀집 지역인 키예프를 피난 지역으로 지정할 수 없어서 키예프가 처한 위험을 인정하지 않았다. 플루토늄과 같은 방사성물질의 확산이 마치 키예프 바로 바깥에서 멈춘 것처럼 방사능 지도를 조작했다"고 말했다.


정부에 기대지 않는 시민의 자발적인 방사능 감시에 대한 강조는 플루크바일 박사 자신이 독일의 독립적 방사능 연구기관인 방사선방호협회를 이끌어온 삶 자체로부터 가장 확고하게 뒷받침된다.


핵의 위험성 감추려는 "침묵의 장벽"에 끈질기게 저항


살아온 이력을 보면, 그는 전형적인 '반골'이다. 1947년에 독일 뤼겐섬에서 태어나 음악가 부모 밑에서 유년을 보냈지만 그는 물리학을 공부하고 동독의 심혈관연구기관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민운동에 관여하고 핵무기와 핵발전소에 노골적인 반대를 나타내 비밀경찰의 주목을 끌었고, 그는 박사학위 취득 자격을 갖지 못 했다.


독일 통일을 앞둔1989년 플루크바일 박사는 독일의 임시 정부였던 '원탁회의'에 동독 정부와의 협상자로 참여했다. 그리고 모드로우 수상 시설 맡은 장관직을 그는 십분 활용했다. 이 짧은 임기 동안 그는 동독의 핵발전소에 관한 비밀문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의 침실엔 당시 소유가 불법이었던 복사기가 있어서, 사본을 만든 다음에 원본 문서는 아침에 도로 갖다놓았다.


그가 작성한 일급 기밀 보고서에 따라 이루어진 원탁회의 평가는 가동 중이던 6기의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5기의 신규 핵발전소 계획을 취소시키는 데 기여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플루크바일의 시선은 서독을 향했다. 의사들은 크뤼멜(Krümmel) 핵발전소 인근 게스타흐트(Geesthacht) 지역에서 어린이 백혈병의 발병률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집요한 추척 끝에 플루크바일 박사는 여러 기간에 걸쳐 누적된 원인을 찾아냈다. 나치 핵물리학자에 의해 추진된 우라늄 프로젝트의 흔적이 그것이다. 전쟁 이후에도 그들은 해당 부지에서 원자력 연구를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 백혈병 문제에 관한 독립적인 위원회가 구성됐고, 플루크바일 박사는 여러 분야를 아우른 여덟 명의 위원 중 한 명이었다. 위원회는 현장 토양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PAC' 미사일 핵연료 파편을 찾아냈다. 불법 군사실험의 증거를 포착한 것이다.


하지만 12년간 이어진 위원회의 노력은 끈질긴 방해와 "침묵의 장벽"에 가로막혔다. 결국 플루크바일 박사를 비롯한 6명의 위원이 위원회에서 사임했다. 이후에 그의 제안에 따라 토양 시료는 사카로프국제환경대학에 보내졌고, 위원회가 제기했던 여러 끔찍한 추정은 사실로 확인됐다.


플루크바일 박사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우리의 진상 규명 활동은 총체적으로 가로 막혔었다"고 말했다. 특히 위원회가 '음모론'을 꾸며냈다는 누명에 분노를 표했다.


다음달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창립 앞두고, 14일 초청 강연


세바스찬 플루크바일 박사가 13일 한국을 방문한다. 오는 4월 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창립을 앞두고 그의 방한은 의미가 크다. 일본, 독일, 프랑스, 미국 등 핵 사고와 방사능 오염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국가들에서 이미 독립 방사능 감시기구가 만들어져 방사능의 건강영향에 관한 정부의 독점적 해석을 견제해왔다.


한국 역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아이들의 피폭을 우려한 부모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방사능 감시 활동이 성장했다. 환경운동연합,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한살림연합, 두레생협연합회, 여성민우회생협연합회, 에코생협, 차일드세이브 등은 모금을 통해 방사성핵종 분석기와 연구시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준비위원회 주최로 14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플루크바일 박사의 강연이 열릴 예정이다. 그가 수장을 맡고 있는 독일 방사선방호협회는 이미 국내 생협의 자체 방사능 기준 마련을 위한 논쟁에서 중요한 참고로 검토된 바 있다(관련글 2012/08/13 - ‘세슘 표고버섯’ 검출 이후 방사능기준 마련에 고심하는 생협). 음식물 섭취에 따른 피폭 영향이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날이 커지는 만큼, 플루크바일 박사가 한국의 방사능 안전대책에 관해 던질 메시지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지언



독일방사선방호협회 회장 세바스찬 플루크바일(Sebastian Pflugbeil) 초청 강연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말하지 않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진실 그리고 방사능의 건강 영향 이야기


“시민의 편에서 방사능이 어떤 것인지, 어떤 장해를 초래하는지 시민에게 설명하라”

“식품에 대한 기준치 대폭 강화 및 엄밀한 검사를 요구하라”


일시 | 2013년 3월 14일 목요일 오후 2시

장소 | 국회도서관 대강당


주최 | 시민방사능감시센터준비위원회(환경연합/녹색병원노동환경건강연구소/한살림연합/두레생협연합회/여성민우회생협연합회/에코생협/차일드세이브),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


강연자 | 세바스찬 플루크바일 Sebastian Pflugbeil(독일방사선방호협회 회장)


독일방사선방호협회(German Society for Radiation Protection) 회장 및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 이사를 맡고 있다. ‘체르노빌의 건강영향-원전대참사 25년후의 기록’ 등 국제적으로 평가받는 보고서의 주저자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러시아 등의 독립적인 과학자와 오랫동안 협력해왔으며, 독일 사민당-녹색당 연립 정부의 위탁을 받아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어린이 암발병률 증가에 대한 연구조사(KIKK)’를 진행했다. 독일 방사선방호협회는 체르노빌 이후 설립된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전문가들의 단체로 1986년부터 식품의 정확한 선량측정치를 조사하여 “방사선 텔렉스”를 간행하고 있다.


문의 | 시민방사능감시센터준비위원회 사무국(환경운동연합 안재훈 010-3210-0988 potentia79@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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