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가 풍부한 생물다양성과 민감한 기후조건을 가진 지역에 시추선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데 환경운동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getty images
북극이 "새로운 환경 분쟁터"가 될 수 있다고 환경운동가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이는 초국적 석유 기업인 BP가 최후의 대규모 미개발지 중 한 곳에서의 채굴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기됐다.
그린피스와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은 러시아 국유 석유 대기업인 로스네프티(Rosneft)와 시베리아 북쪽의 카라 해를 탐사하기로 합의한 BP의 최고경영자 밥 더들리에 맞서겠다며 나섰다.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은 원거리 해역에서 석유 자원지역을 개발하려는 영국 에너지 기업 BP에 대해 '1등 환경 범죄기업'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오지 '원유 유출에 취약'
지난주 금요일 저녁(영국 현지시간) 계약 체결을 발표하며 BP가 풍부한 생물다양성과 민감한 기후조건을 가진 지역에 시추선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데 환경운동가들은 경악했다. 이 지역은 북극곰, 바다코끼리, 흰돌고래를 비롯한 수많은 멸종위기종들에게 얼마 남지 않은 안식처다. 상대적으로 미개발된 카라 해에는 넙치, 빙어 그리고 북극 대구와 같은 주요 어종이 서식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논란을 부른 이번 석유 채굴 결정은 지난해 4월 발생한 디프워터 호라이즌 시추선 폭발사고에 뒤이은 것이라 더욱 문제적이다. 환경운동가들은 북극의 오지가 환경재난에 더욱 취약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구의 벗 수석 기후변화 활동가 마이크 차일즈는 "BP는 수년 전 '석유를 넘어서(Beyond Petroleum)'라고 약속하며 스스로를 가장 친환경적인 석유 기업으로 자부했다. 이들이 멕시코만에서 저지른 엄청난 피해를 함께 염두에 둔다면, 최근의 행보는 BP를 1등 환경 범죄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인디펜던스 온 선데이>에서 언급했다.
그는 BP의 석유 채굴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면서, 어려운 여건의 해상 개발에서 원유 유출이 일어나면 "총체적 재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극은 얼마 남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환경으로서 화석연료 채굴을 벌여선 안 된다. 아주 민감한 이곳을 어떻게 보호할지 봐야지 마치 어떻게 망가뜨릴지 찾으려는 듯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총체적 재난" 경고
BP는 공동사업 파트너인 허스키 에너지(Husky Energy)사와 캐나다 알버타 지역에서 25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추진에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엔 타르 샌드(tar sands, 진흙과 모래 그리고 역청이라는 검은색의 무거운 점성질 석유의 혼합물) 채굴 계획이 포함됐는데, 이 복잡한 작업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올해 그린피스는 북극 개발에 집중 대응할 계획이라고 기후변화 선임활동가 벤 아일리프는 말했다. "이들 두 사업은 표범이 자기 무늬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타르 샌드 다음에 BP는 지구에서 가장 원시적인 미개척지의 일부로 넘어가고 있다. BP에 대해 우린 질문해야 한다. 디프워터 호라이즌 사고에 200억 달러를 쓰고 나서도 왜 주주들의 돈을 이런 지역에 투자해야 하냐고 말이다."
멕시코만 복구와 보상에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감도는 유출 재난에 대한 분노로 BP는 성장 동력을 서방이 아닌 동방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BP의 새로운 별명 '볼쇼이 페트롤리엄'
영국 정부는 로스네프티와의 계약을 즉시 환영하고 나섰다. 크리스 훈 에너지부 장관은 서약 협약식에 참여해 두 기업의 행보를 반겼다. 그는 "BP는 우리가 잘 아다시피 자신의 역사에서 힘든 시간에서 막 벗어나고 있지만, 이번 협력은 BP가 아주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밥 더들리 BP 사장은 언론과 환경단체에게 BP가 더 안전한 방침을 마련했다고 설득하려 해왔다. 그는 "우리는 세계 전역에서 배운 교훈을 나누고 있다. 여러분들은 BP가 이런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P 대변인은 환경단체들과 면담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의 에드 마키 하원의원은 이번 계약에 대한 검토를 요구했다. 마키 의원은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 원유 유출과 아직 지불되지 않은 수십억 달러의 세금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BP에 대해 아주 낙관적"이라면서 "BP가 한때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을 나타냈는데, 이번 계약으로 볼쇼이(Bolshoi) 페트롤리엄으로 불려야 겠다"고 말했다.
정리=이지언
관련글
2011/01/13 - [분석] 멕시코만 원유 유출 '백악관 최종 보고서'
2010/06/07 - 멕시코만 석유재앙, 불구경을 넘어
2010/05/17 - 나이지리아 송유관 유출사고 급증, “땅에서 꺼내지 말아야”
BP targets one of the world's last unspoilt wildernesses after deal (인디펜던트)
BP and Russia in Arctic oil deal(BBC)
英 BP, 러 연안 북극해 대륙붕 공동개발 결정(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