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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 원유 유출 1년… 이제 깨끗해졌다고?

지난 4월20일은 BP 디프워터 호라이즌 석유 유출 사고가 일어난지 1주년이 되던 날이었다. 미국 멕시코만 지역에서 평생을 살아온 주민 라머 빌럽스는 사고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처음 석유 냄새를 맡았던 때가 기억나요. 저는 아들의 야구시합에 갔었죠. 시합을 하려는 데 모든 사람들이 타이어가 타는 듯한 냄새를 맡았어요.

공기가 너무 탁해져서 피부로 느낄 정도였고 입에서도 맛이 났어요. 그날 밤이 아들이 날 깨워 숨 쉬기가 힘들다고 말한 첫날이었죠. 그날 이후 매일밤이 같았어요. 석유 냄새가 나든 나지 않든 말이죠.

나중에야 우린 처음으로 석유 냄새를 맡았던 날이 바다에서 화재가 일어났던 첫날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아들은 매일밤 저를 깨우고서는 호흡기가 필요하다고 말했죠. 그 아이는 어릴 적부터 천식을 앓긴 했지만, 몇년 동안은 그렇게 심하진 않았었죠."

그렇다면 1년이 지난 지금, 멕시코만은 석유 오염으로부터 회복됐을까? 일부 언론과 과학자들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아니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있다.


원유 유출

조지아대학 해양과학부 사만다 조이 박사팀이 2010년8월 촬영한 멕시코만 해저의 침전물에 있는 석유층의 모습.

BP의 해저 유정에서 원유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수중 카메라로 실시간 중계되기 시작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 놀라움으로 눈을 뗄 수 없었겠지만, 그 지형은 조지아대학의 과학자들에겐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들은 수년 동안 미시시피 캐니언(루이지내아주 남쪽 멕시코만 중앙의 해저 협곡)에서 석유와 가스의 교차면 그리고 해양생물에 대해 몰두해 있었기 때문이다.

사만다 조이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BP 유정에서 16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의 바다 밑으로 잠수했다가 짙은 갈색의 기름 찌꺼기가 4센티미터 두께 정도로 덮인 바닥과 맞닥뜨렸다. 굵은 줄처럼 엉킨 끈적한 물질이 산호를 뒤덮은 풍경은 마치 거미줄 쳐진 유령의 집 같았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극소수였다. 게는 너무 무력한 나머지 도망가지도 못했다. "보통 잠수함을 타고서 얘네들에게 가까이 가면, 바로 도망쳐버리요."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얘네들이 도망가질 않아요. 그냥 가만히 있어요. 멍하고 얼이 빠져있죠. 분명히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에요." 그의 결론은 이렇다. "석유의 50%가 여전히 그곳 주위를 떠다닌다는 것이 단지 상상은 아닐 거에요."

백악관, 의회, 정부 관계자, 석유 기업이 차례로 원유 유출 사고의 기억을 묻으려고 하는 시기에 이런 목소리는 썩 듣고 싶은 말이 아니었다. 조이의 자료는 (그리고 과학자로서 거침없는 태도는) 멕시코만의 상태에 대해 다른 결론에 도달한 오바마 정부의 과학자들이나 개별 과학자들과 맞서게 했다.

사만다 조이 박사

지난해 백악관과 행정 관료들에 의해 제출된 원유 재난에 대한 공식 평가서에 조이와 다른 개별 과학자들은 반복해 도전했다. 지난해 5월 그가 이끄는 팀은 멕시코만의 심해에서 빠른 속도로 소용돌이치는 석유방울의 커다란 기둥을 가장 먼저 발견했다. 이 발견은 정부 과학자들의 애초 추정치에 비해 훨씬 많은 원유와 가스가 바다로 유입됐음을 시사했다.

12월 조이가 이끄는 팀은 다시 한 번 백악관의 주장을 꺾었다. 원유의 막대한 양이 제거됐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7510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규모의 바다에서 두꺼운 석유층 그리고 죽은 불가사리와 같은 유기체가 바닥에 쌓여있음을 밝혔다.

사고가 일어나고 87일이 지난 지난해 7월에야 BP 기술자들은 가까스로 원유 유출을 막았다. 석유로 뒤범벅된 펠리칸의 모습은 2007년 12월 한국 서해안에서 검은색 기름에 덮인 뿔논병아리 사진처럼 끔찍한 사고를 알리는 상징적인 이미지로 남게 됐다.

여러 조사가 대부분 결론에 이르렀고, BP를 비롯한 기업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뒤따랐다. 디프워터 호라이즌 시추선을 소유한 트랜스오션과 유정의 접합 작업의 책임사였던 할리버튼 말이다. BP에게는 여전히 형사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 업계의 사정이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달부터 멕시코만 심해 시추에 대해 신규 허가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는 BP 사고 이후 처음이다. 한편 의회 역시 기업 책임한도의 상향조정이나 환경규제의 강화와 같이 원유 유출로 제기됐던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 하고 있다. 심지어 상원은 시추선 폭발로 숨진 11명의 노동자들의 피해와 관련해 육상 사고피해에 상응해 소송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의 통과를 막아섰다.

1년 전만 해도 파산 위기에 처한 것 같던 BP는 재정 회복을 꾀하고 있다. BP가 내놓은 200억 달러의 피해 보상비용을 관리하는 케네스 파인버그는 재난으로 상처입은 개인과 업체를 대상으로 한 보상비 지급이 거의 완료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0억 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준으로, 지난해의 경우 그는 36억 달러를 지급했다.

BP가 내놓은 130억 달러로 운영되는 오염 제거 작업도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멕시코만에서의 과학 연구에도 5억 달러의 지원이 약속된 바 있다. BP는 지난주부터 사고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 광고엔 멕시코만 바닷물이 일렁거리며 빛나는 이미지가 담겼다. 하지만 BP는 벌금과 세금으로 여전히 최대 180억 달러의 법적 책임을 물게 될 수 있다. 미국 법에 따라 석유 1배럴당 4300달러의 추가 부담금을 부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인버그는 매우 낙관적으로 2012년이면 멕시코만이 완벽히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과학자들은 아직 이렇게 확신하지 않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대변인은 "멕시코만 회복이 2012까지 달성되리라는 근거는 없다"면서, 원유 유출의 일부 영향에 대해선 수십년간 밝히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100킬로미터 남짓의 해안선에 원유가 남아있다. 타르 덩어리가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알라바마 그리고 플로리다 지역의 해벽에 계속 휩쓸려 오고 있다. 멕시코만 해역에 어업이 재개됐지만, 주 정부가 원유를 밀어내기 위해 민물을 흘려보내서 굴 양식장이 망가졌다. 지난달 빌록시와 미시시피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어부들은 그물에서 석유로 가득 찬 새우만 건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조이는 재난이 어떻게 끝났다고 말할 수 있냐고 묻는다. "멕시코만 부근의 주민들과 이야기해보세요, 해안에서 살거나 석유 시추선에서 일하는 가족을 둔 주민들에게 말이에요. 그곳은 괜찮지가 않아요. 생태계가 좋지 않아요. 정상이 아니죠. 아주 이상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어요. 거북이들이 해변으로 휩쓸려 오고, 돌고래들이 해변으로 휩쓸려 오고, 게도 마찬가지고. 그저 놀라울 따름이에요. 이런 게 단지 우연한 결과일까요?"

2011년 초부터 150마리 이상의 돌고래가 해변으로 휩쓸려왔다. 절반은 새끼 돌고래다.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최소 여덟 마리가 BP 유정에서 유출된 기름에 오염됐고, 3월 중순부터는 멸종위기종인 87마리의 바다거북이 죽은 채 발견됐다.

BP 최고경영자인 토니 헤이워드는 해저에 원유가 남아있을 수 없다고 간단히 부인했다. "원유는 해수면에 있습니다." 그는 루이지애나에 있는 방재중앙센터로 이동하는 중에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원유 기둥이란 건 없어요."

정부의 반응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해양과학자이기도 한 제인 루브쳉코 국립해양관리청장은 PBS 텔레비전을 통해 "성급한 결론에 도달해선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지언

알고 있나요?

막대한 양의 원유 유출로 유례 없는 환경재앙을 초래한 BP 사고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해상 시추를 재개하는 신규 허가권을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국 기업도 뛰어들고 있습니다.

바로 2008년 미국법인 앵커(ANKOR E&P Holdings)를 설립하고 멕시코만 석유 개발에 나선 한국석유공사입니다. 한국은 시프린스 사고에 이어 최근 서해안에서 일어난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 유출사고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BP 사고를 재현할 해상 시추작업은 중단돼야 하고, 석유는 땅 속에 안전하게 그대로 둬야 합니다. '자원자주개발'이란 명목으로 위험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개발 행위는 중단돼야 합니다.

관련기사 <멕시코만 원유유출 1년>③석유공사 전략수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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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래 가디언의 기사를 주로 번역해 옮긴 것입니다.

Has BP really cleaned up the Gulf oil spill?
http://www.guardian.co.uk/environment/2011/apr/13/deepwater-horizon-gulf-mexico-oil-spill

더 찾아 읽기
사만다 조이 박사팀 Gulf Oil Blog
http://gulfblog.uga.edu/

그린피스, BP oil disaster one-year anniversary
http://www.greenpeace.org/international/en/news/Blogs/makingwaves/bp-oil-disaster-one-year-anniversary/blog/34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