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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답이 아니다

인터뷰: 인도 반핵운동가 우다야쿠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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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반핵아시아포럼에 참가한 나는 도쿄의 한 숙소에 머물게 됐다. 사무국의 안내를 받아서 찾아간 내 방 안에는 이미 누군가 와있었다.

4인실에서 건너편 침대를 쓰게 된 룸메이트에게 인사를 건네고 대화가 시작됐다. 그가 뭔가를 꺼낸다. 자신이 직접 썼다는 <암 교육서(Cancer Education)>를 건네준다. 인도의 반핵운동가 우다야쿠마르와의 첫 만남이었다.

우다야쿠마르는 이번 포럼을 위해 아시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 중 유일한 인도 사람이었다. 참가자들과 함께 일주일 남짓 도쿄, 후쿠시마, 가미노세키, 히로시마 등을 다녔는데 쿠마르(그는 그냥 짧게 쿠마르라고 부르라고 허락해줬다)는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구사해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다.

S. P. 우다야쿠마르. 사진=반핵아시아포럼

중년다운 턱수염이 난 푸근한 인상에 평소 쾌활한 쿠마르는 집회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의 동경전력 본사 앞에서 열린 규탄 집회에서 '악의 기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그의 연설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관련글 ‘자발적 피난’ 주민들도 보호하라).

확실히 그는 언변에 능했다. 마하트마 간디를 비롯해 그가 존경하는 인도의 사상가, 철학자, 성직자들이 수많은 인도인들을 감화시켰던 방식을 자신도 따르는 것 같았다.

66주년 원폭 희생사 추모식이 열렸던 히로시마는 우리의 막바지 일정이었다. 한 심포지엄의 쉬는 시간에 그를 짧게 인터뷰했다. 내 계획은 환경운동연합 소식지에 실을 기사에 인터뷰를 박스기사로 포함시키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 했다. 대신 그를 만났던 기억을 8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정리했다.

현재 그는 스리랑카와 가까운 인도 남부의 이딘다카리 지역에서 쿠단쿨람(Koodankulam)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에 맞서 반핵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의 공사 강행으로 주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최근 경찰의 연행과 고발 그리고 보복이 자행되고 있다. 그들은 정부와 경찰의 강경 진압에 맞서 단식농성까지 감행하고 있다.

이지언

우다야쿠마르와의 인터뷰
(2011년 8월 5일, 히로시마, 인터뷰=이지언)

"인도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원으로 핵발전소 불필요"
"정보 숨기는 것은 뭔가 비인간적인 일을 하기 때문" 

얼마 전(7월25일) 인도의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핵발전과 관련된 협력협정을 맺었다는 소식을 들었나?

- 이번 포럼에 참가하기 직전에 인도에서 신문으로 소식을 들었다. 한국이 원자로를 판매하기로 하는 양국간의 협정이 체결됐다는 내용 말고는 상세한 내용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그뿐이다.

인도 대통령이 서울로 가서 협정문에 서명을 했다는데, 그는 원자력에너지부를 대신해 서명한 것이다. 매우 흥미로운 상황인데, 인도에서 대통령직은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의례적 역할을 맡는 지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정치적 결정에 관여하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원자력에너지부장관을 대신해 서명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의아했다. 내 생각에는, 이는 헌법에도 위배된다.

여성이 핵을 지지하는 협약에 서명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 내 생각에 핵에너지와 핵무기를 지지하는 여성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 대통령은 아이를 두고 공직에도 오랫동안 있었던 매우 훌륭한 여성인데, 한국과의 이런 터무니 없는 협약에 서명하게 돼 안타깝다.

인도의 핵발전 정책이 핵무기 개발과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나?
- 인도에서 핵에너지는 단지 전기 생산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발전에만 관심이 있다면, 태양, 풍력, 조력, 바이오매스 등 아주 풍부한 대안 (에너지원)이 있다.

수력의 경우 자원이 풍부해 잠재적 발전량이 30,000-50,000MW에 이른다. 하지만 인도의 의도는 발전만이 아니라 핵무기를 이용한 국제적 패권에 있다. 인도는 중국을 매우 경계하고 있는데, 미국도 인도의 영향력을 키워 두 국가의 영향력을 상쇄시키고 자신의 국제적 주도권을 유지시키고 싶어 한다.

동경전력사 앞 집회에서 특히 핵발전 기술의 수출을 강하게 규탄했다.

- 인도와 일본 정부의 핵 협정이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핵기술 수출 추진을 중단하게 돼 좋은 소식이다. 인도 반핵운동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더 확산되길 원하지만, 인도와 한국 사이의 협정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래서 구체적 내용에 대해 연구하고 이해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게 우리 역할일 것이다. 단지 에너지를 공급하고 경제적 발전을 하겠다는 것이면 (정보를) 왜 숨기려 하겠는가.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면, 비인간적인 무엇인가를 한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우다야쿠마르가 방사능 피폭에 의한 암을 예방법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팜플렛. 사진=이지언

본인이 쓴 <암 교육서>를 이번 참가자들에게도 나눠줬는데, 방사능 피폭에 의한 질병이 인도에서 얼마나 알려졌나.

- 인도에서는 자연방사선 수준이 높아 발암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 전역에 핵발전소를 짓게 되면 방사선 노출 수준을 높여 암, 백혈병을 비롯한 질병의 발생을 높이게 될 것이다. 교육을 받지 못한 상당수의 인도 사람들은 암을 비롯한 이런 질병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발암의 원인과 보호 조치에 대해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부와 달리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인도에서 자연방사선 수준이 높은가.

- 예를 들어 인도 바다 모래에는 우라늄과 같은 방사성물질인 토륨이 있다. 인도 핵공학자들은 토륨을 이용한 핵발전소 개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풍부한 토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라늄 자원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일부 기업이 모래를 파서 토륨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해안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높은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다.

핵이나 방사능과 같은 문제에 대해 주민들이 잘 납득하는가.

- 주민들은 대단히 호의적이다. 관련된 정보를 아주 잘 받아들인다.
우리는 바다를 '어머니 바다'로 부른다. 우리를 돌봐주는 어머니를 해하지 않듯 주민들은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이들과 교감하는 것은 매우 쉽다. 반면, 델리에 사는 전문가들과 대화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낀다. 그들은 돈 이외에 것들에 대해선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활동하는 단체에 대해 소개한다면.

- 반핵민중운동(People's Movement against Nuclear Energy)에서 활동 중이다. 매주 토요일에 길거리에서 핵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2시간 정도 이어지는 연설은 주민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중요한 기회다.

후쿠시마 사고가 인도에 미친 변화가 있다면.

-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 내가 있는 지역에서는 대여섯 번의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인도 전역에서 모든 진영이 비슷한 일을 했다. 후쿠시마 사고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줬고 우리는 많은 일을 했다. 이전에는 (핵발전에 관한 논의가) 매우 이론적 수준에 그쳤는데, 사람들은 거실에서 본 텔레비전을 통해 후쿠시마 사고를 시청하게 됐다. 훨씬 영향력이 컸다.

Related Story(updated 13 Sep 2012)
India faces people power against nuclear power, 22 November 2011,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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