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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석탄발전

한국수출입은행 등 해외 석탄화력에 막대한 공적재원 지원

동남아시아에서 최대 규모인 2MW 발전용량의 인도네시아의 바탕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반대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rdiles Rante/Greenpeace


기후위기 경고에도 막대한 공적재원 쏟아 해외 석탄사업 지원


기후변화의 파국을 경고하는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거듭 제기되는 가운데, 가장 심각한 탄소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소와 탄광 사업에 공적재원을 지원해왔던 기존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올해 3월에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선, 향후 20년간(2010~2029년) 화력발전소에 대한 연간 투자액이 평균 300억 달러, 석탄 채굴 투자액은 평균 1,100억 달러씩 삭감돼야 한다. 현재 화석연료 총 매장량은 기후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치를 훨씬 넘어선 규모로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확인된 화석연료 매장량의 최소 3분의 2 이상을 채굴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기후과학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정부는 공적재원을 통해 해외 석탄 개발사업을 촉진하고 지원해왔다. 미국 자연자원보전위원회(NRDC)의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각국의 공공금융기관이 해외 석탄사업에 조달한 지원금은 최소 557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이 OECD 회원국의 수출신용기관에서 출연된 것으로, 총 지원금의 58%에 해당하는 최소 320억 달러로 집계된다. 이는 다자간개발은행의 135억 달러나 국가별 개발금융기관의 38억 달러를 훨씬 넘어서는 규모로, OECD 수출신용기관이 석탄사업 재원 조달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출신용기관?


수출신용기관(Export Credit Agency)은 자국 기업의 해외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보조하는 보증, 보험, 융자 등을 제공하는 공공기관으로서, 특히 재정이나 정치적으로 불안한 국가에서의 사업을 지원한다. 선진국 대부분은 최소 1개 이상의 수출신용기구를 두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해당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10년 인도네시아 치레본에 660MW급 석탄화력발전소에 2억3,800만 달러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2013년 베트남 빈탄에 1,200MW급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5억 달러의 금융을 제공하는 등 개도국의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재원을 지원해왔다.


인도네시아 찌레본 화력발전소.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는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국제입찰을 통해 수주한 최초의 대용량 석탄화력발전소로 한국중부발전이 건설·운영 사업을 맡고 무역보험공사가 자금 조달을 지원했다. 사진=한국중부발전


OECD 수출신용기관의 정책은 각국 정부에 의해 결정되지만 ‘OECD 수출신용 가이드라인에 관한 협약(Arrangement on Guideline for Officially Supported Export Credits)’ 등 국제적 협약을 준수해야 한다. 이런 국제 협약은 국제수출신용에 관한 공동원칙을 논의하고 합의하기 위한 국제포럼인 OECD 수출신용그룹(Export Credit Group)에서 결정된다.


한국의 수출신용기관이 같은 기간(2007~2013년) 해외 석탄화력발전 등 석탄사업에 지원한 금액은 총 46억6천만 달러로, 일본 150억 달러(일본국제협력은행, 일본무역보험)와 미국 72억4천만 달러(미국수출입은행)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수출입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무역보험공사가 해외 석탄사업에 각각 33억2천만 달러와 13억4천만 달러의 지원금을 제공했다.


석탄사업에 대한 공적재원의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선진국들의 행보에 한국 정부도 동참해야 할 때이다.


미국은 해외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 사업에 대한 공적재원 지원의 중단을 공언한 2013년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행동계획 발표에 따라 12월엔 미국 수출입은행(US-EXIM)이 수출신용기관으로선 세계 최초로 석탄발전소 지원을 제한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미국 정부 산하의 개발금융기관인 해외민간투자공사(OPIC)도 해외 화력발전소 사업에 대한 대부분의 지원을 중단하는 정책 초안을 마련하고 이후 베트남에서의 1,200MW 용량의 석탄화력 사업 등에 대한 투자 지원을 거부했다.


막대한 자금을 해외 석탄사업에 지원하는 OECD 국가들. WWF 자료를 한국어로 수정하고 국내 내용을 추가(클릭하면 확대).


지난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업이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업과 저탄소 기업의 지원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도 각국 정부에게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개혁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상호 충돌되는 에너지 정책을 바로잡을 것을 주문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최근 1년 동안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아이슬랜드 등 북유럽 5개국(2013년 9월), 영국(11월), 유럽부흥개발은행(12월), 네덜란드(2014년 5월) 등 여러 국가들이 해외 신규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재원의 지원 중단을 공식화했다.


에너지 부문의 공적재원과 관련해 기후과학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와 에너지효율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2015년 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에 따라 환경운동연합은 한국 정부를 비롯한 OECD 국가들이 해외 석탄 개발사업에 공적재원의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수출신용기관감시단체(ECA-Watch)를 포함해 13개국의 38개 시민사회단체가 지지해 서명한 이번 서한은 6월 16일 예정된 OECD 수출신용그룹 회의에 앞서 각 회원국 정부에 전달돼, 석탄 등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의 규제안을 합의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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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briefing OECD Export Credit Agencies and coal Final

환경운동연합 보도자료, 2014년 5월 29일

시민사회 공개서한


링크

http://searepa.com/2013/05/02/batang-anti-coal-campaign/

http://sekitan.j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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