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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째깍째깍 기후위기

[황사와 건강②]황사, 이렇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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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 전례 없이 심한 황사가 한반도를 덮쳤다. 비행기 운항이 중단되고, 길거리 노점상과 상인들은 장사를 포기해야 했다. 축산농가들은 행여 구제역이 황사를 타고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고, 먼지에 오염되면 불량률이 높아지는 반도체 등 전자제품 생산라인도 불안에 떨었다. 아침 출근길에 나서는 시민들의 얼굴에는 이날 아침에 학교에 보낸 아들, 딸들을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뒤늦게나마 휴교조치가 내려졌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사상 최악의 황사대란이었다.

예고된 자연재해, 불길한 환경재앙

황사는 삼국시대 역사기록에서도 발견되는 아주 오래된 자연적인 기후현상이지만, 태풍처 럼 일상 생활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예고된 자연재해이다. 그러나 황사를 단순히 자연재해로만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의 빈 발, 황사 발원지대의 사막화 증대, 과잉 방목에 따른 초지의 사막화 등의 결과로 황사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사에 대 한 대처방안도 단기적으로는 예고된 자연재해에 대비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는 환경재앙을 예방하기 위한 방향에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미 발생한 황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황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 한 방안으로는 황사예보 및 경보제가 필수적이다. 태풍에 대비해서 태풍이 갈 길을 미리 예보하고 대비하듯이, 황사에 대해서도 미리미리 대 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정부의 늑장 대응과 구멍난 황사경보제

올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황사경보제는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서 3단계(주의보, 경보, 중 대경보)로 구분되어 있다. 황사에 포함된 미세먼지가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1단계 주의보는 1시간 미세먼지 농도가 300㎍/㎥ 이상일 때 발령되며, 노약자, 어린이, 호흡기 질환자의 실외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2단계 경보는 500㎍/㎥ 이상 1천㎍/㎥ 미만일 때 발령되며, 실외활동을 금지할 것을 권고한다. 3단계 중대경보는 1천㎍/㎥ 이상일 때 발령되며, 외출 금지의 권고와 함께 유치원 및 초등학교의 실외활동 금지, 수업단축, 휴업 등의 학생보호조치를 강구하도록 한다. 일반인들에게도 실외활동 금지 및 외출자제를 권고한다.

지난 4월 8일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2066㎍/㎥에 이르는 최악의 황사가 다시 들이닥치자 황사경보가 최초로 발령되었다. 그러나 황사중대경보가 발령되어 휴교조치가 권고된 상황에서 교육부는 엉뚱한 장소에서 측정한 기상청 자료를 근거로 황사경보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등교조치 결정을 내렸다. 언론에서도 중대경보가 발령되었다고 보도하면서 교육부의 등교조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 결국 황사경보제가 시행된 후에도 시민들은 또 한번 최악의 황사에 무방비 상태 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의 황사경보제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태풍에 대비한 재해대책반처럼 황사에 대해서도 정부합동 황사대책 반이 가동될 필요가 있다. 황사가 오기 전에 가상연습이라도 해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약속한 것처럼 황사를 자연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대책법의 관리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한 법개정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무엇보다 황사발생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 중국과 한국이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환경공동체라는 인식을 함께 하고, 국제협력활동을 꾸준하게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황사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황사 예보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상청과 환경부간의 협력은 물론이고, 중국 측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중국에서 황사가 언제 발생했는지, 얼마나 심한지, 언제 한반도에 도착할지를 사전에 알 수 있는 예보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셋째, 현재 시행되고 있는 황사경보제는 보완될 필요가 있다. 황사경보제에서 집단적인 조 치사항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대한 수업단축, 휴업 등의 학생보호조치가 유일하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중등학생의 경 우 13퍼센트 정도가 천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사에 포함된 미세먼지가 천식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에 대한 사전 조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중고등학교나 직장에서도 특별한 사전조치가 필요한 심폐질환자에 대한 현황을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야외 작업자, 운전기사, 노점상 등 도로변이나 야외에서 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황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들인데, 이들을 배려하는 대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넷째, 대기오염예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황사경보제 도입을 통해서 시민의 건강을 위 협하는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인 미세먼지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는 황사와 달 리 황사가 없는 날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는 빈번히 단기환경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특히 이미 경보 및 예보제가 시행되고 있는 오존보다 미세먼지에 의한 급성사망자수가 더 많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예보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종현 jong_hyeon@kfem.or.kr, (사)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이 글은 월간 함께사는 길 2002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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