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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와 건강③]황사가 인체에 끼치는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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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먼지를 마시면 몸에 안 좋은가?” “그렇다.” “얼마나 안 좋은가?” “그건 정확히 모르지만 일단 조심하자.” 몸과 마음이 바쁜 분들을 위해 이 글의 요지를 몇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에서 황사가 날아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헌으로는 신라시대가 최초이나 실제로는 훨씬 이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문헌에서 황사는 기상현상으로만 간주됐을 뿐 건강과 관련해 생각한 흔적은 없다.

황사의 건강피해 우려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중국 북부의 사막화로 황사의 횟수와 강도가 심해진 것이 일차적 원인이지만 황사먼지 속에 묻어올 중금속과 같은 인체 유해물질이나 바이러스 등에 대한 걱정이 이에 많은 기여를 했다.

대기과학적으로 보자면 황사는 공기 중 먼지의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먼지의 독성은 우선 크기에 좌우된다. 상대적으로 입자가 큰 먼지는 눈이나 목의 점막을 자극하나 폐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는 반면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는 폐포까지 도달해 염증을 유발한다.

황사의 발원지에서는 커다란 입자가 대부분이지만 우리나라에 오는 황사에는 폐포까지 도달하는 5마이크론 이하의 미세먼지가 상당량 있다. 먼지의 독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은 화학적 조성인데 일반적으로 황사와 같이 토양에서 기인하는 흙먼지들의 화학적 활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약하면 황사 시에는 먼지의 농도가 증가하고 이중에 미세먼지도 상당부분 있어서 건강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지만 먼지의 화학적 활성이 낮아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황사먼지 속에 중국 공업지대에서 생성된 유해중금속과 황산염, 질산염 등 유해성분들이 묻어 들어온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최근 많은 연구자들이 이 부분에 주목, 황사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해 왔는데 측정시기, 연구자에 따라 다소간 차이가 있다.

일반적 결론은 황사기간 동안 납이나 카드뮴과 같은 유해중금속의 농도는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산염이나 질산염과 같은 유해성분의 농도가 황사 시에 증가한다는 일부 연구도 있으나 그것이 건강과 관련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황사는 실질적 피해를 주고 있다. 황사가 왔을 때 눈이나 목이 따갑거나, 마른기침, 가슴답답함 같은 증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증상은 황사먼지의 자극에 의한 것으로 정도가 심하지는 않더라도 가장 명확한 황사의 건강피해다.

그렇다면 병원이나 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는 급증할까? 황사기간 중 언론 단골보도 내용이 황사환자로 북새통을 이루는 병원 풍경이다. 그러나 실제조사는 그렇지 않다. 황사가 불편한 증상을 초래하기는 하나 병원에 갈 정도로 심각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반대로 환자가 많이 발생할 수 있으나 황사기간 중 외출을 자제해 환자 수가 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황사피해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최선의 대책은 황사에 노출을 피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처럼 외출을 삼가하고 부득이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외출 후에는 손발을 씻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 마스크 착용은 큰 먼지차단에는 기여하나 실제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 차단에는 별다른 보호막이 될 수 없다.

사회적으로 노약자, 영유아, 호흡기질환자나 심장질환자와 같이 먼지로 인한 건강피해에 취약한 사람들은 보호대책이 시급하다. 작년부터 시행된 황사특보제가 중요한 기능을 하리라 예상된다. 황사발생을 더욱 일찍 예측하여 신속하게 알리는 예보기능을 강화함과 동시에 각 단계별로 적절한 행동요령을 개발하여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사발생 자체뿐 아니라 황사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권호장 hojang@dku.edu, 단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 글은 월간 함께사는 길 2003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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