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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교통과 자전거

자전거전용도로 '점거'한 차량들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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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7일 차량들에 의해 점거된 군자역 사거리 자전거전용도로 현장. 사진=서울환경연합


올해 서울 도심에 자전거전용도로가 크게 늘면서, 자전거 이용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차도와 보행로(보행자겸용도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도로의 연결성이 부족하고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고려한 기준마련이 시급하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올해 새롭게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 중 도심과 연결되는 천호대로 구간의 자전거 통행실태를 조사했다. 조사는 지난 10월27일부터 30일까지의 평일 출근시간대(오전 7시30분부터~9시까지) 천호대로 구간 3개 지점(답십리역, 군자역, 광나루역)에서 진행됐다(아래 표). 천호대로 자전거전용도로는 차로 한 차선을 줄여 확보한 ‘도로 다이어트’ 방식으로 설치돼 현재 마무리 공사를 앞두고 사실상 이미 개통된 상태다.

천호대로 조사지점

답십리역

군자역 사거리

광나루역

천호동 방향

자전거전용도로

72

35

28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

65

24

시청 방향*

차도

58

44

19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

33

28

천호대로 출근시간대(오전7시30분~9시) 자전거 통행실태조사 결과(대수/하루 평균). *시청방향 천호대로 구간에는 자전거전용차로가 없음. 국토해양부 교통조사지침(2009.8)을 참고.

이번 조사 결과 출근시간대 천호동 방향의 자전거전용도로를 이용한 시민은 조사시간 평균 72명(답십리역 지점), 35명(군자역 지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점에서 자전거전용도로를 통행한 자전거 이용자가 보행자겸용도로를 이용한 경우보다 높아 자전거전용도로 설치의 효과를 보여줬다. 반대편 시청방향의 자전거 통행량 역시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지만, 자전거전용차로가 설치되지 않아 많은 자전거 이용자들이 차도를 이용하는 형편이었다. 자전거전용차로가 해제되면서 동시에 자전거로 이동이 사실상 어려운 천호대교와 연결된 광나루역 지점에서의 통행량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전거전용도로의 잦은 단절은 자전거 통행을 크게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천호대로 구간의 전체연장은 6.4킬로미터에 달하지만, 자전거전용차로가 중간에 해제되는 3개 구간을 제외하고도 무려 111군데(차량 유출입구 72지점, 교차로 39지점)에서 자전거 통행이 방해받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유소, 차량정비소, 상가, 건물 주차장을 비롯해 차량이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가로지르는 진출입구 지점을 최소화하는 교통약자 보호기준이 강화돼야 한다.

게다가 우회전하는 차량으로 출근시간대 자전거전용차로가 상습적으로 침범되는 문제는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심각한 불편을 주고 있고, 이는 군자역 지점의 통행량이 답십리역 지점에서보다 크게 낮은 이유로 추정된다(사진). 특히 교차로에서 자전거도로의 단절 문제는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자전거전용차로가 차도와 교차하는 교차로 구간에서 안전표시나 포장색깔로 운전자의 시각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자전거전용차로가 단절된 교차로를 지나는 자전거 이용자(사진 중앙)와 자전거전용차로를 따라 우회전하는 차량 뒤에서 이동 중인 다른 자전거 이용자. 사진=서울환경연합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이 마련한 ‘자전거도로 설치지침’은 교차로에서의 연속성 확보를 강조하면서 ‘자전거전용도로의 포장 색깔은 시인성을 높여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교차로 진출입구 등에는 포장색깔을 달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대부분 적용되고 있지 않다. 이번 조사가 보여주듯, 자전거전용도로의 안전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많은 자전거 이용자들은 자전거전용도로 대신 보행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 들어 서울지역에 새로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는 총 44.85킬로미터로 지난해 11.74킬로미터에 비해 크게 늘었다. 자전거전용도로 확대는 낮은 실효성과 안전문제로 그동안 외면 받았던 보행자겸용도로에서 한 발 앞서 나가는 노력이지만, 연결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발표한 ‘자전거이용 활성화 마스터플랜’에서 2012년까지 자전거전용도로를 207킬로미터 이상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전거 이용자의 관점에서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자전거도로 설치기준마련이 시급하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에너지팀 이지언

[업데이트] 서울시는 '천호대로 자전거도로 모니터링 용역업무'에 담당자를 배치했다. 자전거도로 신설뿐 아니라 향후 관리와 모니터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만큼 이를 제대로 시행하고 공개하는 일이 필요하다. 자전거시설팀 ☎ 02-6361-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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