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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답이 아니다

경주 방폐장 안전성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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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 기고를 반박한다
경주 방폐장 안전성 문제없다


이상훈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설계기술팀장)


지난 8월15일자 <시사IN>에 환경운동연합의 “지연되는 경주 방폐장 안전성 의심된다”라는 기고문이 실렸다. 애초에 적당하지 않은 지질에 방폐장이 들어섰고 부지평가 결과에 왜곡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먼저 이 같은 주장이 매우 잘못됐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경주 방폐장은 규제 기관의 철저한 심사를 거쳐 안전성이 입증되었으며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부지 선정 및 공사가 진행되었다.

일단 부지조사 보고서가 왜곡됐다는 주장은 잘못됐다. 환경연합 등은 뒤늦게 공개된 1차 부지조사 보고서에서 4개 시추공의 평균 암질지수(RQD: Rock Quality Designation. 시추공에서 회수된 10cm 이상 코아 길이의 합계를 백분율로 표시해 암질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지수) 값이 21~31%로 낮은 값을 보였다며, 이것이 부지선정위원회의 애초 발표 결과와 달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5년 부지선정위원회는 현 처분동굴 지역 시추공 결과를 기준으로 “기반암의 암질지수는 일부 구간에서 50% 이하로 관찰되지만 대체로 60~80%의 범위를 보여, 공학적 보강을 통해 구조적 안정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암반에 균열이나 단열대가 전혀 없는 부지는 존재하지 않으며, 지질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간별 암반 상황에 맞게 보강설계 및 공사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머지 3개 공의 시추조사는 취약 예상 지역을 조사하기 위해 시추 위치를 선정해 이루어진 것이다. 각각 목적이 다른 시추조사 결과로 얻어진 암질지수 값을 평균해 현 처분동굴 위치의 암질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2007년 공사에 들어간 경주 방폐장을 두고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터널 공사 장면.

부지 선정 당시 4개 공만으로는 암반 일대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우니 추가 세부 조사를 했어야 한다거나, 지하수의 계절적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최소 1년 이상 관찰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옳지 않다. 부지 선정 당시 적정성 평가에는 부지선정위원회 산하 지질·토목·안전성 평가 등 분야별 전문가가 모두 참여했다. 이들이 시추조사(4공)뿐만 아니라 수리시험(34회), 지표지질조사, 신월성 원자력 예비안전성 분석보고서(2002년) 등을 참조해 적정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지하수 변동 또한 인근 신월성 원전 예비안전성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상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도 공사 지역의 지하수 변화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지고 있다.

분야별 전문가가 부지 안전성 철저히 검토

나아가 환경연합 쪽은 우리가 암반 등급을 과대 평가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암반 등급 분류(9등급 분류체계:Q시스템, 5등급 분류체계:터널설계 보강등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암반등급 분류 시 전단강도에 주안점을 두어 9개 등급으로 암반을 분류해 평가하는 것을 ‘Q시스템(Quality-System)’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Q시스템을 터널 설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5등급으로 이를 변환해 터널단면 보강유형(지보 패턴)을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편 지진 및 지하수로 인한 방사성 물질 누출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했다. 부지 반경 8km 이내 가장 규모가 큰 단층의 잠재 최대지진 가속도는 0.183g으로 평가되었고, 이를 기준으로 처분동굴 설계에 0.2g을 적용해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했다.

방사성 폐기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방사선 영향을 평가한 결과 또한 안전하다고 나왔다. 곧 폐기물 드럼으로부터 핵종(양성자와 중성자의 수에 따라 달라지는 원자핵의 종류) 누출률 등을 고려한 결과 방사선 영향이 정상적인 자연환경에서의 법적 기준(0.1mSv)보다 25배나 안전한 0.004mSv로 평가된 것이다.

공단은 현재 방폐장 안전성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경주시 의회와 협의를 거쳐 지역공동협의체를 구성했고 첫 회의가 열린 바 있다. 시의회·지역주민·공단·한국수력원자력이 참여한 이 협의체는 앞으로 방폐물 처분시설 안전성 확인·검증 등 현안 사항을 합리적으로 논의해나갈 것이다. 그 과정을 지켜봐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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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측 주장을 재반박한다

“원전 기준을 방폐장에 적용 말라”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미래기획팀 부장)

필자는 경주 방폐장 안전성과 관련해 처음 제기됐던 핵심 문제를 다시 한번 상기하고 싶다. 방폐장 부지로 결정된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일대가 최소 300년간 외부로부터 단절되어 위험한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부지로서 안전한가? 부지조사 보고서가 4년간 공개되지 않으면서 부지 안전성 문제가 지역 수용성에 밀려 가볍게 취급되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무시되지 않았는가?

논쟁을 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고 어떤 권위나 명성을 이용해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뒤늦게 공개된 부지조사 보고서를 보면 의혹은 더 커진다.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명백히 드러나는 단열과 파쇄대투성이인 부지조사 보고서 내용을 보고 어떻게 ‘균열이 많이 존재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안정되고 강도가 큰 기반암’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가 있는가?

4개월 만에 4개 시추공 조사로 부지 일대가 방폐장 부지로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은 방폐물관리공단도 인정하는 듯하다. 경주 부지는 신월성 원자력 예비안전성 분석보고서를 참조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상에 길어야 50년 가동되는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지하에 건설되는 방폐장은 수백 년간 지진이 없어야 하고 지하수 침입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원전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


지난 8월 초 경주시의회 의원들이 방폐장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원전 부지조사 때 조사한 활성단층 데이터를 방폐장 부지조사 보고서에서 인용하면서 지하수 조사 결과는 왜 인용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부지안전성을 결정하는 1차 보고서에서는 지하수 변동 조사가 없었는데도 지하수 분야 결격 사유가 없다고 확언했고, 동굴처분 방식을 결정한 2차 보고서에서는 급격한 지하수 변동을 보이고 있는 데다가 대수층을 의심할 만한 결과가 나와 결격 사유가 될 수 있었지만 무시했다. 그러다 결국 최근 진행한 공사 기간 지연 조사보고서에서 ‘지하수위 급격한 상승과 강하로 변동을 보이고 있어서 추가적인 정밀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0.2g의 내진설계 역시 원전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그렇다면 방폐장 인근에 있는 활성단층들에 의해 내진설계 0.2g이 견딜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 6.5보다 큰 지진이 향후 수백 년 안에 일어날 확률이 몇 %일까?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그래서 더 현명한 판단을 한다. 그런 복잡한 확률 계산하지 말고 활성단층이 없는 곳으로 바꾸면 될 일 아닌가!

4년 전에 보고서가 공개되었다면 이런 일도 저질러지지 않았겠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이 글은 시사IN 8월 31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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