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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답이 아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원전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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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들갑스러운 세일즈 외교,
‘친환경 원자력산업’이라는 녹색분칠(Greenwash)을 통해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 UAE 원자로 수주를 둘러싼 에너지정의행동 성명서 -
 
호들갑스러운 외교(?)의 성과 : 1단계 50억 달러의 공사 수주
오늘 확정된 아랍에미레이트(UAE) 핵발전소 수주는 마치 1990년초 이명박 대통령 미화 논란이 있었던 드라마 - ‘야망의 세월’을 보는 것 같다.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회의를 다녀온 직후인 21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원자력산업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대안이자 친환경 산업”이라며, 핵산업 옹호 발언을 통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원자력주가 갑자기 테마주로 부각되는 일들이 벌어지더니, 지난 토요일(26일)에는 예정에도 없이 UAE를 방문, ‘세일즈 외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언론은 너도 나도 ‘세일즈 외교’를 대서특필하기 시작했고, 외교장관이 힘들겠다는 보고에 대통령이 직접 ‘그럼 내가 해 보겠다’는 이야기까지 보도되면서 이명박 대통령 치적을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급기야 UAE 핵발전소 수주가 확정된 오늘(27일) 오후에는 KBS 등이 정규방송까지 중단하고 뉴스 속보로 UAE 핵발전소 수주를 보도하고 나서고 있다.
 
올해 중순부터 시작된 UAE 핵발전소 수주 경쟁은 중국 등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이미 발표한 국가들이 국제경제위기와 우라늄수급 문제 등으로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남은 가장 큰 핵발전소 건설 계획이었다. 그간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과 달리 많은 국가들이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의 논란 - 경제성, 안전성, 원료 수급 문제 등으로 실제 건설에 이르지 못한 사실은 알려지지 못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UAE의 경우, 언론에서 ‘단군이래 최대의 수주’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이번에 수주된 1차 계획은 50억달러짜리라는 점이다. 전체 규모 400억달러, 5,000MW규모로 진행되는 UAE 핵발전소 계획은 2017년까지 1단계, 2018년과 2019년 각각 2,3단계를 추진할 계획이다. 물론 그간 업계에 1단계 계약자가 2~3단계를 모두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규모가 크고 변수가 큰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생각해본다면 아직 확정도 되지 않은 나머지 계약까지 한꺼번에 예측하여 보도하는 것이 현재의 ‘호들갑스러움’의 원인임을 생각할 때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핵산업을 ‘녹색산업’이라고 말하는 이는 없다.
UAE 핵발전소 건설 수주로 이명박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계획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와 함께 그동안 재생에너지, 온실가스 감축을 거론하며 진정한 ‘녹색’임을 강조해 왔던 이명박정부의 ‘녹색’이 엉터리 녹색이라는 점 역시 분명해졌다.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 ‘핵발전 = 친환경’이라는 수식을 국가적으로 홍보하고 실행하는데 이명박 정부가 앞장섰기 때문이다. IAEA와 핵산업계가 똘똘 뭉쳐 핵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할지라도 핵발전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이미 너무나 뿌리 깊게 각인되어 왔기 때문이다. ‘원자력 르네상스’가 도래하고 있다는 핵산업계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가동 중인 핵발전소 개수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번 UAE처럼 그동안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았던 국가들이 일부 건설하는 개수가 증가세에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폐로되는 핵발전소의 개수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드리마일(TMI)과 같은 대규모 핵발전소 사고를 예를 들지 않더라도 핵발전소는 고준위핵폐기물 등 사후처리 문제로 문제를 낳고 있다. 기술적-비용적 문제로 인해 처분할 수 없는 고준위핵폐기물은 환경적 문제뿐만 아니라, 핵확산문제까지 안고 있어 신흥개도국의 핵발전소 건설은 현재 핵발전 선진국들이 앓고 있는 문제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 청정개발체제(CDM)에 신규핵발전소를 넣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붙었을 때, 폐기물문제와 핵확산문제, 안전성 문제들이 주된 검토 사항으로 지적되었던 것도 단지 CO2의 배출여부와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환경적-정치적 요인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핵산업 수출국이 져야 할 멍에
이제 우리는 좋던 싫던 핵발전소 수출국이 되었다.
그리고 그 수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는 현재 35%대인 핵발전비중을 2030년까지 59%까지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이제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재생에너지산업’일 것이다. 서구 선진국들이 풍력과 태양광 등 소규모-분산형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중앙집중식-대규모 핵에너지와 재생에너지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UAE 핵발전소 수출을 계기로 핵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21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를 통해 2015년까지 우리가 확보하지 못한 원전제어코드 기술을 2012년까지 확보할 것을 이명박 대통령은 지시한바 있다. 아직 원전건설에 필수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할 때 이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접근은 더욱 다각도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금 확보도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2030년까지 10여기 규모의 핵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20년까지 50조원규모의 부채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핵산업의 특징을 생각할 때 국가차원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국내에서도 가동해본 적 없는 APR1400 기반의 핵발전소 건설이 UAE에서 이루어짐에 따라 만약에 생길지 모를 사고에 대한 문제도 앞으로 한국이 안고 나아갈 짐이다. 정확한 계약서 내용이 확인되고 있지 않아 내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핵발전소로 인한 사고는 규모가 크고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기기결함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생길 피해보상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의 수주를 위해 책임소재 문제 등을 명확히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당장의 50억달러, 앞으로 400억달러가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핵산업계와 함께 ‘레드오션’으로 들어간 한국
1970-80년대 핵발전의 부흥기에는 한해 완공된 원전건설기수가 20~30기에 달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핵발전 침체기를 거치면서 심지어 1기도 건설을 시작하지 못한 때(1995년)도 있을 정도로 핵산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침체기를 거치면서 핵산업의 구조조정은 급속히 진행되었고, 일본, 프랑스, 미국 업체를 중심으로 소위 big3 만이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제 한국은 그 틈바구니에서 겨우 최초의 원전수출을 성공한 상황이다.
너도나도 핵발전소 폐쇄를 검토함에 따라 유일하게 남은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레드오션’에 첫발을 딛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문제 대응을 앞장세워 재생에너지 산업이라는 ‘블루오션’을 한참 개척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는 ‘핵산업’을 ‘블루오션’이냥 선택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레드오션’에서 한국 핵산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속단할 수 없다.
그토록 한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근성’을 발휘해 핵산업계의 ‘Big 3'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을 하는 순간, 한국은 재생에너지산업과 멀어지며 또 다시 온 국민이 대통령의 드라마 같은 ’선전(善戰)‘에 목을 매어야 하는 1970~80년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만의 하나 있을지 모르는 핵발전사고의 위험성과 ’레드오션‘에서의 패배는 모두 이와 같은 호들갑을 크게 만든 정부와 일부 언론들에게 있음을 각인해야 할 것이다.
 
 
2009.12.27.
 
에너지정의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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