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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교통과 자전거

5가지 숫자로 읽는 서울 자전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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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여니 상쾌한 아침 공기가 잠을 깨운다. 시원한 수돗물 한잔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할 채비를 하고 오늘도 자전거를 탄다. 길가에 빽빽이 들어선 가로숲 사이를 지날 때면 싱그런 풀내음과 제비가 나를 반긴다. 주말에는 아이와 한강에 갔더니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속에서 물고기 떼가 놀고 있다. 아이는 밝게 웃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거린다.

서울환경연합이 4년 전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제시한 '2010년 서울시민의 일상'입니다. 이 중 '자전거 타는 서울'이 하나의 비전으로서 채택됐습니다. 당시 오세훈 시장이 이 비전을 수용한 이래 서울시 자전거 정책은 아래를 비롯한 큰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 자전거도로 길이가 629킬로미터(2005)에서 746킬로미터(2009년)로 증가
  • 자전거 전담부서 설치와 자전거 이용 활성화 조례 제정
  • 지하철 자전거 휴대승차를 비롯한 자전거와 대중교통 연계 확대

과연 서울에서 자전거 타는 환경은 충분히 나아진 것일까요? 아래 다섯 개의 숫자 키워드를 읽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보세요. '자전거 타는 서울'이 실현되려면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에요. 물론 2010년에도 서울환경연합이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50 자전거전용도로 연장(km)
서울 자전거도로는 629킬로미터(2005년)에서 746킬로미터(2009년)으로 늘었습니다. 여기서 차로나 보행로와 구분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50킬로미터로, 전체 연장의 6.6%를 차지할 뿐입니다.

이는 보행자겸용도로 453킬로미터, 하천 자전거도로 237킬로미터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그나마 보행자겸용도로는 보행자와의 충돌로 사실상 자전거 이용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습니다.

결국 자전거전용도로 연장은 자전거 정책의 현주소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차로를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 방식 등을 통해 도심 자전거도로가 확대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5.1 자전거주차장 수용가능 자전거대수 비율(%)
직장에 자전거로 출근하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무사히 직장에 도착했더라도 여전히 난감합니다. 자전거를 어디에 주차할지 막막하기 때문이죠.

서울시 공공장소 자전거 보관대수는 6만7천대(2005년)에서 9만1천대(2008년)로 크게 늘었습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민이 보유한 자전거 대수는 180만대에 이릅니다. 결국 100명 중 5명만이 자신의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거리에 아무렇게나 자전거가 묶여있는 장면을 흔히 목격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28 지난해 자전거 교통 사망자수
자전거 이용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자전거 교통사고 발생 건수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지역에서 발생한 자전거 교통사고 건수는 1,535명(2005년)에서 2,694명(2008년)으로 57% 증가했습니다.

사고자 중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 역시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해 자전거 교통사고로 사망한 28명 중 5명이 여성이었습니다(2005년, 1명). 여성 부상자수도 385명(2005년)에서 684명으로 크게 늘어, 자전거 이용자에 대한 정교한 안전대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34 자전거 통학률 5% 미만 학교 비율(%)
서울에서 자전거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실태조사가 서울시가 지정한 자전거시범학교 164개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6개(16%) 학교는 전혀 자전거 통학을 하지 않고, 34% 학교에서 자전거 통학률이 5% 미만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자전거 통학률이 10%인 학교는 26%에 그쳤습니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 43.7%(45개) 학교가 자전거안전 실기교육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 49.5%(51개) 학교가 반경 100미터 이내 자전거도로가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자료: 김태원 의원, 자전거21, ‘초․중․고등학교 자전거이용실태 및 개선방안’(2009)

4.96 자전거도로 이용에 대한 시민 만족도(10점 만점) 

자전거 이용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는 대채로 낮게 나왔습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자전거 이용자 43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4.96점으로 자전거도로 이용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가 낮게 평가됐습니다.  또 자전거보관대(주차장) 이용에 대해선 4.98점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조사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패트롤단 34명을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 자전거 주행시 충돌 위험성(1.47점), 자동차의 위협을 받지 않는 자전거 이용환경(1.68점), 도로의 연결성(1.71점) 등에서 2점 이하의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자료: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보고서, 434명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 이용자 조사, 조사는 2009년 5월27일에서 6월10일까지 이루어짐.

한편 73.2%의 시민들이 자전거 출퇴근 이용에서 어려움의 원인으로 ‘자전거도로 부족으로 차도와 인도로 갈 경우 위험’을 꼽았습니다(서울환경운동연합 설문조사, 2008).

서울환경운동연합 에너지팀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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