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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답이 아니다

월성 1호기 또 정지… ‘사소한 고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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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4시 24분 월성 핵발전소 1호기가 냉각재 펌프 고장으로 자동 정지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환경단체는 이를 단순 고장이 아닌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징후로 봐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원자로를 재가동하지 말고 아예 폐쇄하자고 주장했다. 마침 1982년 11월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가 올해로 설계수명인 30년을 모두 채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일찍 노후된 핵심부품을 교체하면서까지 최근에 월성 1호기의 가동을 연장하려다가 이번 고장사고를 맞았다. 월성 1호기는 고리 1호기에 이어 한국에서 가장 노후한 핵발전소다.

2011년6월18일 그린피스와 환경운동연합이 월성 핵발전소 앞 바다에서 핵 없는 한국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사이먼 림/그린피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월성원전 1호기는 "이번 사고까지 지난 30년 간 기계와 부품의 결함 등으로 방사능 누출사고와 냉각재 누출, 원자로 가동중지 등 51번이나 고장사고를 기록"했다.

특히 월성 핵발전소의 경우 다른 원자로 유형에 비해 훨씬 위험성이 크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6월 한국을 찾은 그린피스의 핵 전문가 하리 람미는 캐나다형 원자로(CANDU)로 설계된 월성 핵발전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캔두(CANDU) 원자로에서는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핵 연쇄 반응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격납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심각한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럽에서는 수명연장은 물론 캔두 원자로의 건설 승인조차 받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캔두 원자로는 더 많은 방사성물질을 내뿜을 뿐 아니라 핵연료를 핵무기의 재료인 플루토늄으로 전용하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실제로 세계에서 캔두 원자로의 가동이 연장된 사례는 없었다 

관련글
2011/06/19 - 월성 핵발전소 “성공적인 수명연장 사례 없었다” 

더 심각하게는, 매우 복잡한 핵발전소의 가동 시스템을 고려한다면,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이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천 또는 수만 가지의 사고 가능성을 인간이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페로는 이를 '정상 사고'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아래).

반복된 월성 1호기의 정지를 놓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우발적 실수인지 또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제2의 후쿠시마'로 볼지, 상이한 시선이 교차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운’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정상 사고’였을까?


“스리마일 섬 사고는 5가지 이상의 문제가 겹치면서 일어났다. 그럼에도 통제실에는 문제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 했다. 심각한 실수나 나쁜 결정이 사태를 악화시킨 것도 아니었다. 5가지 문제는 개별적으로는 사소한 문제에 지나지 않았다. 그 사소한 문제들이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을 통해 거대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예일 대학의 사회학자 찰스 페로는 이러한 종류의 재난을 ‘정상 사고(normal accident)’라고 불렀다. 여기서 말하는 ‘정상’이란 자주 발생한다는 뜻이 아니라 복잡한 시스템의 일반적인 작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첨단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은 모든 상호작용을 예측할 수 없는 수천 가지 부품으로 구성된다. 페로는 이러한 복잡성을 감안할 때 사소한 이상 조합이 파국을 초래할 가능성을 회피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198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잘 알려진 항공기 추락사고, 기름 유출 사고, 화학공장 폭발 사고, 방사능 누출 사고를 통해 대다수 사고가 ‘정상 사고’의 특징을 보인다는 것을 밝혔다.”

-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2009, 말콤 글래드웰) 발췌


이지언

다운로드 | 원전∙방폐장 안전성 확보를 위한 경주시민연대 성명서(1월12일)

120112 월성1호기 정지사고 성명서.pdf


링크
[기자수첩]불안 키우는 원자력계 소통법(이투뉴스, 2012년1월16일, 김광균 기자)
http://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9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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