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는 건설비만큼이나 막대한 폐쇄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노후 핵발전소의 폐쇄 비용이 마련돼있지 않아 향후 막대한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20기의 노후 핵발전소를 가동 중인 운영사들이 충분한 폐쇄 비용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즈>가 밝혔다.
원자로 폐쇄는 거대한 시설물을 해체하고 방사성물질을 폐기물 처리장으로 운반해야 하는 매우 까다롭고도 값비싼 과정을 거쳐야 한다. 폐쇄 비용은 원자로 한 기당 4억에서 10억 달러(약 4500억에서 1조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960년대와 1970년대 핵발전소 건설 비용에 상당하는 수준이다.
핵발전소 폐쇄가 지연될수록 몇십년 동안 수십만 평방미터에 이르는 산업용지를 방치하게 되며 방사능 오염이 유출될 확률도 높아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사능 오염도가 낮아질테지만 안전 감독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노후한 버몬트 양키 핵발전소는 지난 3월 21일 40년의 설계수명이 만료됐다. 핵규제위원회는 발전소 운영사인 엔터지(Entergy)사에 20년의 추가 가동을 승인했지만, 버몬트주는 핵발전소 폐쇄를 요구 중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엔터지사가 운영 중인 2기의 인디언 포인트 핵발전소에 대해 수명이 만료되는 2013년과 2015년에 차례대로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 인디언 포인트 핵발전소는 뉴욕의 주요 상업시설이 밀집한 미드타운 맨하탄에서 북쪽으로 56킬로미터 떨어져있다.
엔터지사는 버몬트 양키 핵발전소의 폐쇄 추정 비용인 5억6000천만 달러 중 최소 9천만 달러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인디언 포인트 2호기와 3호기의 경우, 15억 달러의 폐쇄 추정 비용에서 5억 달러가 부족하다.
연방 법원은 엔터지사의 핵발전소의 추가 가동여부나 시한에 대해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만약 폐로가 결정되더라도, 운영사는 핵발전소를 마치 유적처럼 20년에서 최대 60년까지 그 자리에 방치하겠다는 의도다.
퀴니온스 뉴욕전력 사장은 엔터지사의 인디언 포인트 핵발전소에 대한 폐로 계획과 재정 실패를 놓고 "놀랄 정도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뉴욕전력은 주 소유의 공영 전력사로서 2000년에 엔터지사에 인디언 포인트 핵발전소를 매각했다.
그는 "엔터지사가 심지어 없어질지도 모르는 60년 동안이나 행동을 늦추는 것은 웨스트체스터 지역과 뉴욕시민들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한수원은 고리1호기 해체 계획서 제출해야"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로 해체 계획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해체 비용이 제대로 추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 해체 충당금'도 부채 형태로 적립됐을 뿐이다.
정부는 핵발전소 한 기당 폐로 비용을 32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실제 비용은 이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운동연합과 강창일 의원은 과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추산을 이용해 고리1호기의 폐쇄 비용은 최대 9800억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노후 핵발전소일수록 폐로 단가가 비싸고 시설 인근에 많은 인구가 거주하기 때문에 비용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실제 공사비는 추정비용보다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핵발전 건설 관련 인건비가 최근 10년간 2.5배 가량 상승했고, 폐로 이후 길지 않은 시점에 해체 작업이 시작되면 피폭 위험이 늘어나 방호장비 등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와 한수원에 고리1호기 해체 계획서가 제출을 비롯해 ▲즉각 사용 가능한 적립금으로 핵발전소 해체 충담금의 전환 ▲고리1호기 해체 방식과 비용에 대한 연구 실시 ▲폐쇄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참여를 요구했다.
이지언
링크
As Reactors Age, the Money to Close Them Lags(NYTimes)
http://www.nytimes.com/2012/03/21/science/earth/as-nuclear-reactors-age-funds-to-close-them-lag.html
보고서(환경운동연합, 2011)
원자력이 멈추는 날 -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로 비용추산 및 준비정도 평가
http://kfem.or.kr/?p=290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