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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은 답이 아니다

"손 잡아주는 이들이 있기에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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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대해 강제 철거를 예고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밀양 주민들을 응원하기 위한 '밀양의 봄'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밀양송전탑반대 대책위와 전국대책회의가 12일 오후 6시 밀양역 앞 광장에서 진행한 이번 콘서트에는 밀양 주민들과 전국에서 모인 500여 명이 함께 했습니다.


대책위는 "경찰의 물리력을 동원해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었던 지난 6개월 밀양주민들은 정말 혹독한 계절을 보냈다"면서 "추운 겨울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공사현장을 지켜야 했고 100여명의 주민들이 병원에 후송되는 아픔도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 밀양에 농성장이 남은 마을은 4곳입니다. 한전은 14일까지 자진 철수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을 각 농성장에 부착했습니다.


대책위 공동대표 김준한 신부에 따르면 한전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제 철거를 단행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이며 대책위는 주말부터 상황실을 비우고 농성장에서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생명과 인권을 무참히 짓밟으며 한전과 경찰은 송전탑 공사를 강행해왔고 남은 농성장에 대해서도 침탈을 예고했지만, 주민들을 비롯해 이날 만난 사람들의 표정은 꼭 무겁지만은 않았습니다. 불의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용기와 고통 속에서 서로를 북돋아주고 일으켜주는 따뜻한 마음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해봤습니다.


이날 마련된 이야기마당에서 밀양 용회마을 주민 구미현 씨도 이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농성장에 지내는 솔직한 심정을 묻는 사회자 질문에 대해 "산에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다리가 튼튼해지고 입맛도 좋아졌다. 진달래 군락지를 만나기도 했는데, 평생 진달래를 그렇게 즐겨본 적이 없다"며 "모두 한전 덕분"이라며 웃으며 말했습니다.


보상 문제로 공동체가 갈리는 아픔에 대해 한전을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구미현 씨는 "한전이 참 집요하다. 농사 지어봤자 큰 돈 쥐기 힘들다. 한전은 (주민들이 공사에 합의하도록) 여러가지 방법을 다 썼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마을이 보상에 합의한 것에 대해 그는 "사실 좀 속상하지만 야비한 수법에 한전이 더 원망스럽다. 이웃을 갈갈이 찢어놓어놓았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한자리에 살던 이웃들이 보상으로 갈려져 등을 돌린다는 사실에 참 속상하다. (이웃보다는) 한전 공권력에 대한 원망이 더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밀양 주민들의 당당한 싸움이 송전탑 공사가 예정되거나 진행되는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큰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승수 변호사는 "당진, 울진, 여수 등 송전탑 주변 주민들이 밀양을 다녀갔다. 주민들의 암 발생이 부지기수이면서도 국가가 하는 일이라 침묵하고 무기력했는데, 밀양처럼 당당하게 싸워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전국송전탑네트워크가 구성된 것처럼, 타 지역 주민들의 태도를 밀양이 변화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송전탑 문제는 곧 핵발전소 문제라는 것과 관련해 그는 "밀양 어르신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국민들이 지우고 있다"며 핵발전과 송전탑 문제에 관심과 저항이 더 확장돼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밀양을 위해 '일상을 같이 할 수 있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서울 삼각산재미난마을 주민 엘리 씨는 이웃들과 함께 '재미난밀양연대'라는 모임을 만들어 모금과 1인시위와 같은 자발적 활동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는 가까운 사람들과 '밀양'을 이야기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면서도 "우리가 밀양을 알리는 언론이 돼야 한다. 함께 뜨개질을 하든 양초를 만들든 하면서 이웃들에게 밀양 소식을 알리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야기마당에는 김경태 목사(NCCK 부산), 이재욱 한겨레 기자도 함께 해 각각 종교와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나선 송경동 시인은 <지금 밀양으로 가야 해요>라는 시(아래)에서 "죽음의 전기가 아니라 눈먼 핵발전이 아니라 / 어떤 이윤에도 눈 멀지 않은 / 어떤 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 모든 인간들의 존엄하고 정의로운 마음의 발전"을 함께 외치자면서 연대를 보냈습니다.



20명 남짓의 밀양 주민들로 구성된 밀양할매합창단은 무대에 올라 글씨를 쓴 피켓으로 심정을 전했습니다. "아무리 막아도 헬기는 뜨고 경찰은 우리만 죽으라고 한다. 그래도 나는 산을 오른다. 뜨거운 희망을 품고. 손 잡아주는 그들이 있기에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이어 합창답은 <고향의 봄>을 부르며 삶의 터전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밀양 골안마을과의 연대를 지속하면서 이후 벌어지는 상황에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골안마을과의 지속적인 교류로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골안마을을 중심으로 지원 활동을 계속하는 동시에 남은 농성장들에 대해서도 함께 연대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지금 밀양으로 가야해요 - 송경동


밀양으로 가요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 함께 밀양으로 가요


지금 밀양에서

우리들의 내일이 잘려나가고 있어요

우리들의 희망이 파헤쳐지고 있어요

우리들의 정의가 끌려가고 있어요

우리들의 인권이 파묻히고 있어요

우리 모두의 생태계가 짓밟히고 잇어요

우리 모두의 민주주의가 가로막혀 있어요


더 늦기전에

후회하기 전에 

밀양으로 가는 자동차를 타요

기차를 타요 버스를 타요

가서 함께 외쳐봐요


우리에겐 헬기가 나르는 전쟁의 하늘이 아니라

잠자리가 나르는 평화로운 하늘이 필요하다고

모든 생명의 숨구멍을 막는 개발의 레미콘이 아니라

저 무자비한 파괴의 포크레인이 아니라

모든 살림의 작은 호미와 부드러운 삽날이 필요하다고

죽음의 전기가 아니라 눈먼 핵발전이 아니라

어떤 이윤에도 눈 멀지 않은

어떤 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모든 인간들의 존엄하고 정의로운 마음의 발전이라고

우리에게 송전되어야 하는 것은 

무한 소비의 욕망이 아니라 

무한 소유와 축적의 빈틈없는 전선이 아니라

어디선가 다시 새로운 사회를 향한 연대의 전선이, 투쟁의 전선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는 희망이라고

어디선가 불의의 바벨탑이 허물어지고 정의의 탑이 세워지고 있다는 송전이라고


함께 힘을 모아봐요 

저 순박한 할매 할배들에게

굴착기 바라지에 들어가 앉아있는 할머니에게

헬기 난간에 몸을 묶은 할머니에게

쇠사슬에 몸을 묶은 할머니에게

나무에 목줄을 걸고 있는 할머니에게

흙무덤을 파고 감자처럼 웅크리고 앉은 할머니에게

유모차에 마지막 남을 생을 싣고 산허리를 오르는 할머니에게 

우리가 함께 서겠다고 우리 모두가 100기 200기 300기 500기 

1만기 10만기 100만기 일천만기의 연대의 전선으로 함께 서겠다고 약속해요


우리가 함께 싸우겠다고

우리가 함께 저들을 묻어버리자고

저 더러운 권력의 머리를, 꼬리들을 다 잘라버지라고

저 흉악한 자본의 시대를 끝내버리자고

그리고 우리와 함께

이 밀양에 새로운 꿈을 심자고

이 세상에 새로운 믿음을 심자고


우리 함께 지금 밀양으로 가요.

늦기 전에 더 늦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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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이지언


링크

밀양 765kV OUT

http://my765kvou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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