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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째깍째깍 기후위기

일본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발표, 기후협상의 ‘아웃사이더’ 자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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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온실가스 감축안, 지구적 책임에 부합하는 의욕적인 목표 마련해야


4월30일 일본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 대비 26% 감축하겠다는 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이는 1990년 기준으로 환산해 18% 감축하겠다는 목표로, 기온 상승을 1.5~2도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기후과학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아 국제사회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한국 정부도 6월 2030년 온실가스 감축안 발표를 앞둔 만큼 선진국 책임에 맞는 공평하고 의욕적인 온실가스 감축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국제사회는 올해 말 열리는 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현행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고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체제 합의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각국이 유엔에 제출하기로 한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은 ‘자발적 기여방안’은 이번 협상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열쇠이다. 온실가스 감축 수준을 스스로 정하지만, 지구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지구적 목표 달성을 위해 각국의 감축 분담 방안이 얼마나 ‘공평하고 의욕적’인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의 심화로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을 막기 위해선 산업화 이후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거듭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2010년 칸쿤 기후협약에서 2도 목표에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서 기후 재난에 가장 취약한 최빈개도국, 군소도서국, 아프리카 국가들은 1.5도 목표를 요구해왔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방안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5위와 누적 배출량 6위 국가로서 위상과 책임을 스스로 저버렸다고 평가된다. 이번 목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80%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던 기존 일본 정부 목표와 정합되지 않고, 일본 시민사회가 제안한 2030년 최소 40% 감축 목표에도 훨씬 뒤떨어진 수준이다. 문제를 일으킨 선진국이 책임을 회피하면서 부담을 개도국과 미래세대에 전가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유럽연합이 제시한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0% 감축 목표 그리고 미국이 제출한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하겠다는 목표에 비해서도 일본의 온실가스 감축안은 매우 실망스럽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전력수요 절감과 고정가격구매제도(FIT) 도입에 따른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확대로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획기적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지난해 2030년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일본 정부는 국민 의사에 반해 원전 재가동과 석탄화력발전을 대규모로 증설하겠다는 잘못된 정책 신호를 보냈다. 일본이 기후협상에서 리더십을 상실해 ‘아웃사이더’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에너지 효율 향상과 분산형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책임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6월 공식 발표에 담아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도 오는 6월 목표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 중이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7위, 누적 배출량 19위로 기후변화 문제에서 선진국 수준의 책임을 가진다. 따라서 한국도 우리의 책임과 역량에 부합하는 공평하고 의욕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 정부가 제시할 감축안은 일본처럼 형평성과 능력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런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의 감축안은 비난받아야 할 대상이지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불확실한 배출전망치가 아닌 절대 감축량으로 정하고, 국제사회가 합의한 ‘감축목표 후퇴방지’ 원칙에 따라 현재 2020년 목표보다 더 강화된 수준으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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