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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향상 투자, 상위 정책 목표와 거버넌스가 관건

울산화학단지 ⓒ함께사는길 이성수

에너지 수요 관리와 미세먼지 감축에서 산업 부문과 발전 부문의 책임과 역할이 관건

산업 부문은 국가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38%를 차지*, 발전 부문의 경우 약 30% 비중** 을 차지합니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의 배출 비중이 70%
**석탄발전이 국가 총 배출량의 27.9% 배출(2017년 기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역시, 산업 시설(발전시설 포함)의 비중은 53% 수준으로 최대의 배출원입니다.

효율향상 투자를 견인할 상위 계획의 명확한 목표 중요 

2019년 8월 수립된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에서는 기존 정책에 대한 주요 한계로 ‘효율향사 투자 유인 부족’을 꼽았습니다.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됐지만 “기업은 주로 배출권 구입이나 생산량 감소로 온실가스 규제 대응, 효율향상 투자는 유인이 없어 감소 추세”인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내년부터 제3차 계획기간의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지만, 여전히 효율향상 투자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입니다.

정부는 파리협정에 따라 올해 말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유엔에 제출 예정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선언(2020.10)에도, 정부는 2015년 수립한 기존 2030년 목표(2017년 대비 24.4% 감축)를 유지해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며, 목표 상향에 대해서는 뒤로 미룰 입장입니다.

목표 자체가 의욕적이지 않은데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경로(로드맵)'도 3년 단위로 느슨한 중단 목표가 설정돼 매년 각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경로에 대한 명확한 신호가 부재합니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수립된 배출권 3차 할당계획에서도 3차 계획기간(2021-2025년) 부문별, 업종별 목표 배출량이 느슨하게 설정되었고, 배출권을 반영한 환경급전 및 연료 벤치마크(BM) 강화도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시민사회 요구 역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일관성 있는 이행을 담보할 거버넌스 준비되었는가

기존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에너지 수요관리는 매번 주요하게 포함되었고, 에너지 효율은 가장 친환경적이 경제적인 ‘제1의 에너지’라는 기조에도, 실제 에너지 수요 감축과 효율향상은 정책 일관성, 특히 이행력이 매우 미흡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자발적 효율목표제,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 효율향상 투자 의무화(EERS) 등 여러 대책들을 제시했지만, 이행을 담보할 거버넌스 체계가 확고하게 구축되어 있는지 의문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지자체 역할의 확대입니다. 올해 8월 수립된 제6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2020-2024)에서는 지자체 중심 에너지효율 향상을 촉진하겠다는 방향이 제시됐습니다. 다소비 사업장의 에너지 효율 진단, 개선 권한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시도 지자체로 이양하고, 지자체 중심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장 맞춤형 효율개선을 지원하겠다는 방향인 것입니다.

이런 방향은 기회이자 한계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적극적이고 역량을 갖춘 지자체의 경우, 지자체 권한 확대는 분명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가령, 현대제철의 온실가스 저감 및 환경개선 투자 확대 계획은 당진시와 시민사회 감시 역할이 뒷받침된 결과입니다.

반대로, 대기업이나 대형 사업장의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 경제논리를 우선하는 지자체의 경우, 이런 권한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최근 제철소 고로 오염물질 무단 배출 관련 지자체가 기업에 대한 지자체의 권한을 유예하고 산업계에 포섭 사례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자체에 어느 정도 권한을 이양하더라도, (특히 대형 사업장에 대해) 정부가 확고한 정책 의지를 갖고 지자체와 협력할 필요가 있고, 시민사회 역할도 중요합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 이제 정부가 판단하고 이행하면 될 일

시장 가격 신호가 중요하다면서, 전기요금 개편 방향으로 그간 제시된 연료비 연동제, 원가주의, 외부비용의 내재화, 거버넌스 개편 등 과제는 왜 하나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는지 물어야 합니다. 기존 ‘전기요금 체계 개편 로드맵’은 주택용 누진제 개편으로 축소됐고,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 전환’ 프레임에 갇히게 됐음. 정부가 전기요금 개편 책임을 계속 유예한 뒤 오히려 공을 공론화 기구로 넘긴 대목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후 환경 관련 정보공시 강화

산업계의 에너지 수요 감축, 효율향상,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최근 금융기관의 사회책임 투자 흐름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투자의 확산추세에 따라 ESG 정보의 공개요구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투자의사 결정 시 환경성을 필수요소로 고려할 수 있도록 표준평가 체계를 마련하고, 환경정보 공개·공시를 확대하는 방향의 정책을 강화해야 합니다.

기후 환경 관련 정보공시체제(TCFD) 지지하는 국내외 기관도 증가하는 만큼 기업이 자체 노력과 함께 정보 공시를 강화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지시민연대와 중앙대 미세먼지관리 특성화 대학원이 2020. 11. 19. 공동 주최한 '에너지효율혁신전략과 미세먼지 감축 방안 토론회 개최' 중 산업 및 발전 부문 세션에서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토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