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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유럽연합 택소노미에 원자력·가스 최종 포함,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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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6일) 유럽연합(EU) 의회가 천연가스와 원자력 (핵에너지) 발전을 '녹색 에너지'에 포함시켰습니다.

다만 원자력 발전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습니다. 2045년까지 건설 허가를 받는 원전만 녹색으로 인정하고,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마침 한국 정부가 최근(5일) 새 에너지 정책 방향을 내놓으면서 원전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죠. 현재 27% 수준에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0% 이상 늘린다는 방향인데, 지금 계획대로라면 국내 원전의 경우 유럽연합 기준으로는 친환경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2050년까지 완공해야 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입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란 원자력 발전소에서 우라늄을 핵분열하고 난 뒤 발생되는 플루토늄을 비롯한 맹독성 방사능 폐기물을 의미합니다.

플루토늄-239의 경우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2만4천년으로, 유럽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최소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한국의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은 부지 선정은커녕 사회적 공론화조차 제대로 발을 떼지 못 하고 있습니다. 사용후 핵연료 폐기물이 갈 데 없이 원전 부지 내에 임시로 보관되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임시 보관 저장량은 이미 포화상태로, 경주 월성원전의 폐기물 포화율은 99%까지 올라 임시 저장시설을 추가로 짓는 실정입니다. 고리, 한빛, 한울 원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처럼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다가 전원 상실로 인해 냉각수 공급이 중단된다면 핵연료봉이 녹아 내려 폭발과 대규모 방사능 유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 핵폐기물 처리장 계획을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부지선정에서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 시설을 확보하기까지 모두 37년이 걸립니다. 이조차 현실성은 낮습니다.

유럽연합의 또 다른 기준인 사고저항성 핵연료는 아직 상용화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유럽 기준대로 국내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입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고준위 방사성폐기물과 사고저항성 핵연료 등의 전제조건을 우리도 적용할 것”이라며 “안전을 담보해야만 원전이 녹색에너지로 (분류)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6월 15일 기자 간담회).

정부는 유럽 기준을 참고해 한국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방안을 올 하반기에 추진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법적 근거도 갖추지 않은 채 신한울3,4호기 신규 원전 건설에 '속도전'을 내겠다는 방침입니다. 신한울 3·4호기를 2025년 착공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고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단축하는 한편 최종 허가가 나기 전이라도 부품 발주를 통해 일감을 조기 창출하겠다는 것인데요. 법규에서 정한 절차와 정부의 최종 승인도 없이 원전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데 따른 법적 문제가 불거질 우려마저 제기됩니다.

원전에 정책 지원을 몰아줄수록 재생에너지 입지는 작아질 전망입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30%로 제시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2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시사했습니다. 늘어나는 원전 비중만큼 재생에너지 비중은 줄이겠다는 방향입니다.

제주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마을 앞 바다에 설치된 탐라해상풍력단지.(사진=한국에너지공단)

국제 사회가 퇴출 1순위로 지목한 석탄발전의 폐지도 서두르겠다는 목표는 없습니다. 오히려 석유와 가스 수급 차질과 가격 상승을 이유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제한 조치를 유예하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추겠다는 방향을 발표한 날 기업은 100%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선언했습니다. 지난 5일 LG이노우텍은 글로벌 RE100이니셔티브에 가입했다고 밝혔는데요. 2030년까지 국내외 사업장의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RE100은 ‘재생에너지 전력 100%’의 약자입니다.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늦어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글로벌 캠페인이죠. 국내에선 LG이노텍을 포함해 21개사가 RE100 캠페인에 가입했습니다. 삼성전자 그룹도 올해 하반기 가입을 예고했습니다. RE100에 '원전'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런 기업의 대응은 무역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RE100에 동참하지 않으면 2040년까지 우리나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에서 수출이 최대 40%까지 급감할 거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재생에너지 공급은 '후진국' 수준입니다. 지난해 주요 국가의 태양광, 풍력 발전 평균이 10.3%인데, 우리는 그 절반인 5% 미만입니다. 기업들이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싶어도 공급처를 찾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죠. 태양광, 풍력 설비를 확대하는 방식(직접전력구매계약 PPA)이 아닌 간접적인 방식의 재생에너지 인증서(프리미엄)를 확보하는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정부가 원전이 최우선이라는 에너지 정책 신호를 강조하면서 재생에너지 공급을 원하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제도적 과제들이 뒤로 밀리고, 재생에너지 투자와 기술 발전도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진단] 유럽연합 택소노미에 원자력·천연가스 포함 논란, 반대 국가와 환경단체 소송 예고

유럽연합(EU) 의회가 6일(현지시간) 천연가스와 원자력발전을 친환경 투자 기준인 녹색분류체계(Taxonomy; 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날 유럽의회 표결에 참석한 의원 639명 중 328명이 찬성표를 던지고 278명이 반대, 33명이 기권해 지난 2월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천연가스와 원전의 택소노미 포함안이 가결됐다. 그래픽=서울신문

어제 유럽연합 의회가 택소노미에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포함하기로 표결했습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최종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다면, 이 방안은 법적 효력을 갖게 되죠.

택소노미(Taxonomy)란 녹색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 범위를 분류한 체계입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초안을 공개한 뒤부터 이 안은 반대와 극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환경단체와 일부 유럽연합 의원들은 해당 안이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분류시키는 '위장환경주의(그린워싱 Greenwash)'라고 비판했습니다.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는 해당 안이 법제화될 경우 소송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죠.

유럽연합 내 다수당(Renew Europe)은 이 안을 지지하지만,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은 이 안에 비판적입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이번 결정에 "매우 유감"이라고 밝히면서도 "이번 결정으로 인해 원전과 가스발전에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까다로운 단서 조항을 맞추려면 비용이 크게 오르기 때문에 가스와 원전 모두 경제성을 상실할 거란 지적이죠.

아울러 그린피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유럽집행위원회에 공식 내부 검토 요청을 제출하고 충분한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유럽 사법 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해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7월 6일 유럽연합 의회 앞에서 택소노미 법안이 기후 정책을 퇴행시킨다며 기후 활동가들이 "화석연료 가스는 살인자"라는 피켓을 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

비판 그룹은 천연가스를 녹색으로 분류한 이번 조치에 따라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더욱 힘들게 할 것으로 우려합니다.

크리스토프 한센 유럽연합 의회 룩셈부르크 의원은 이번 결정으로 택소노미 취지를 퇴색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가스와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면서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시켰다"면서 "이번 근시안적 결정은 투자자들에 대한 장기적 나침반으로서 택소노미의 신뢰도와 지속성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의 대변인은 "핵에너지가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입장은 변함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가스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징검다리 기술'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택소노미가 이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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