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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칼럼

8월 지리산에 다녀와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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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반에 마을 앞에 서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일행 모두가 발걸음을 바삐 옮겼습니다. 특별한 계획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우리는 버스 안에서도 여행일정과 경로를 놓고 서로 '토론'을 했어요. 옆에서 대표님이 가까운 칠선계곡을 넌지시 추천해주십니다. 한국의 3대 계곡 중 하나라는데, 아 더구나 이렇게 화창한 날에, 가고 싶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창원마을을 출발한 우리는 인월에서 버스를 내려서 지리산 옛길 중 하나를 택해서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걸어서 5-6시간 거리라고 하네요. 그런데 예전에 옛길을 걸어봤던 분들이 너무 무리라면서, 중간지점인 매동까지만 와서 버스를 타고 돌아가자고 제안합니다(결국 이 제안은 실상사까지 방문해 버스로 돌아가는 일정으로 다시 수정됐습니다!).


인월에서 내렸다면, 이곳에 있는 지리산길 안내센터에 방문하는 순서를 놓칠 수 없겠죠. 지리산길 안내센터는 여러 갈래로 이어진 지리산 옛길의 지도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연과 마을을 도보여행하면서 주의해야할 점들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안내센터를 나와서 다리를 건넌 뒤 강을 따라 걸었습니다. 구인월교를 지나는데 신재은 양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를 향해 뜬금없이 점프를 뛰며 브이를 날리는군요. 강에서 풀을 뜯는 송아지도 보이고, 여러 새들(옆에서 이름을 알려줬는데 잊었습니다 -.-)도 구경합니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주변에 밭이 많아서인지 하천의 물은 흐렸습니다.


중군마을을 지나면서 마을의 집들을 구경하는데, 지리산 마을에서 흔히 보는 양봉을 이곳 길에서도 만났습니다. 마을을 지나서 제법 그늘이 만들어진 곳에서 처음 휴식을 취하며 챙겨온 사과, 오이, 옥수수를 먹었습니다. 길가에 있는 대나무들의 줄기와 잎 색깔이 마치 빛바랜 종이처럼 누렇게 변해있는데요, 대나무꽃이 피면 이렇게 된다고 하네요.



별로 급할 것도 없는 도보여행. 열심히 먹고 수다도 떨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다시 걸었습니다. 경사가 가파른 길이 이어지지만 느린 걸음으로 걸으니 별로 힘들 일이 없죠. 햇빛이 따가와 모두가 선블럭을 바르고 모자를 눌러 썼습니다. 모자가 없는 사람은 대신 양산을 쓰는군요. 우리 일행은 어느덧 황매암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약수터를 찾아서 물을 마시는데, 과연 산에서 내려온 물인지 시원합니다. 김영숙 활동가가 바가지 물을 마시고, 대나무 속을 내려온 물로 물병도 채웁니다.


알 수 없는 언어의 가사와 신디사이저로 편성된 음악이 흐르는 이곳에 우리 말고 사람을 찾아볼 수 없어서 적막 속에 묘한 분위기가 났습니다. 지리산길은 곳곳마다 나무로 만든 똑같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빨간색과 검은색 두 색깔 구분으로 간단하게 방향표시를 해놓고 있죠.


이미 콘크리트는 더 이상 없고 본격적으로 흙으로 된 산길에 오르게 됩니다. 길을 오르다가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 앞에 멈춰서서 무슨 식물일까 서로 물어보기도 하고, 숲에 의해 만들어진 그늘의 서늘함 아래서 잠시 걸음을 멈춰보기도 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고작 '중턱'에 올랐을 뿐인데도, 꽤 숨이 차고 물이 마른 건 어쩔 수 없나봐요. 김창민 활동가는 숨을 돌리며 허공을 바라보네요.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이번 여행에 동참하지 못한 서울의 다른분들께 '안부인사'를 보냅니다. (3부에서 계속) 이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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