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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칼럼

'최악의 투표율' 문제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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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뭘까. 물론 문제는 투표율이다. 실망감을 누르며 '최악의 투표율'이 나온 까닭을 생각해본다.

오마이뉴스 기사의 분석이 대체로 맞는 것 같다. 투표가 진행되던 오후의 속보는 오르지 않는 투표율과 함께 투표 자체를 방해하는 불법행위를 고발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했다. 불법-탈법의 투표방해가 이번 '최악의 투표율'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투표 분위기를 살릴 수 없는' 주민소환투표법의 한계나 지역언론의 철저한 외면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주민들의 눈엔 소환운동본부가 기대했던 '우리 손으로 심판하자'는 축제와 저항으로서의 투표가 아니라, 으레 반복해오던 지루하고 생소한 '민주주의적 행위'로 비추어졌는지 모른다.

그리고 주민들 스스로 공동체 내부의 갈등을 키우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투표한 사람들의 명단이 적힌 쪽지가 발견된 것처럼, 개인의 이성적 판단이 공동체 내에서의 보복이나 타자로 배제될 것의 두려움에 압도된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아마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심리상태는 앞서 이야기한 '분위기' 자체를 결정지었던 복선이 아니었을까.  

이미 김태환 도지사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5월, 7만 명의 도민들이 소환청구장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것 자체로 '정치적 심판 이미 끝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겐 이런 해석이 너무 낙관적으로 보인다.

이번 결과를 계기로 얼마 남지 않은 임기동안 김태환 도지사는 첨예한 논란을 잠재우고 자신의 사업을 강행하려 할지도 모른다. 내년 김태환 도지사의 재선은 분명 힘겨울 것이지만, 문제는 '또 다른' 이름의 김태환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다. 영리병원이나 군사기지를 추진하려는 강력한 세력이 존재하는 한, 특정 후보개인은 얼마든지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얼굴로 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섣부르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다만 이것은 제주도만의 한계가 아니다. 주민직선 투표에서 이미 '실패'를 경험한,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의 한계이기도 하다.

<불법-탈법으로 얼룩진 '최악 투표율' 11% 하지만 '제주도의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2009년 8월 26일 [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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