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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탑상형 공동주택, 이대로 계속 지어져도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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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다른 유형의 주택보다 에너지를 과다하게 소비하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서울환경연합이 저층(5층 이하), 중층(25층 이하), 초고층(30층 이상) 공동주택의 전기와 가스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에너지사용으로 인한 연간 가구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각각 2.95톤, 4.78톤, 8.1975톤(2007년 기준)으로 밝혀졌다. 서울환경연합은 김상희 의원실을 통해 요청한 30개 주택단지의 에너지 사용량 자료 중, 전기와 가스 사용량을 함께 제공받은 22개 단지에 대해서 비교했다.

에너지 소비에 의한 연간 가구당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2007년 기준)

초고층 아파트, 온실가스 배출도 '최고'
저층 주택단지 1156개 세대의 가구당 연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95톤, 중층 주택단지
6,588개 세대의 경우 4.78톤, 초고층 주택단지 6,752개 세대의 경우 8.20톤에 이른다. 탄소나무 계산기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심어야할 나무로 환산해보면, 각각 804그루, 1303그루, 2236그루에 해당한다.

초고층 공동주택의 가구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과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 증가 추세에 있는 초고층 공동주택은 해외 사례에서도 에너지 관점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6년 호주의 한 언론사의 분석에 따르면, 초고층 주택의 가구당/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4톤/5.4톤으로 타운하우스와 빌라보다 2배 이상 높다. 공동주택의 경우 저층으로 갈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아지고, 단독주택이 초고층 주택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주택유형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교 / 출처: 더 시드니 모닝 헤럴드

저층 공동주택이 에너지 효율성 유리
이승일 시립대 교수 역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건물에너지 소비통계를 통해 분석한 결과 같은 결론에 이르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면적당 연료에너지 소비량은 건물의 연면적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다가 다시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에 따르면 ‘건물에너지 소비측면에서는 초고층 주거건물과 단독주택보다는 중층의 공동주택이 유리하다.’ (김무원, 이승일 <에너지와 생태환경 측면에서 본 초고층 주거 건물 평가(2007)>).

단위면적당 연료에너지소비 (미국 에너지정보청, 위 논문에서 재인용)

초고층 주택의 과다한 전기사용의 심각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13개 초고층 주택의 가구당 월평균 전력사용량은 943kWh이고, 이 중 1,000kWh 이상의 상위 6개 단지를 따로 계산하면 평균 1,140kWh에 이른다. 전기소비가 최대를 기록하는 여름철은 어떨까? 올해 8월 평균 사용량은 1,164kWh로, 전기요금으로만 한 가구에서 평균 38만 원을 냈다.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단지의 경우, 평균 사용량은 1609kWh, 전기요금은 63만 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과도하게 높은 전력사용량에 비해 요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공동사용량 비율이 중․저층 주택에 비해서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기요금 개편에 따라 공동사용량에 대해서도 누진세율이 적용됐지만, 주택용 전기요금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2008년 8월

공동사용량 비율

전력사용량

요금(천원)

1

1,243

379

41.10%

2

1,017

317

35.79%

3

1,264

423

41.26%

4

499

90

36.04%

5

1,464

534

44.41%

6

1,456

541

42.79%

7

1,609

639

42.14%

8

1,258

439

38.74%

9

877

235

37.69%

10

1,382

500

41.69%

11

1,186

399

35.70%

12

769

194

30.10%

13

1,117

362

38.24%

평균

1,164

388

38.95

에너지 다소비 최상위 가구 대부분이 초고층 아파트
월평균 전력사용량으로 소비하는 1,000kWh는 얼마나 높은 수준일까? 한전에 따르면 한 달 1,000kWh 이상을 소비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상위 0.3%(0.297%)에 불과하다. 여기에 앞의 사례와 같이 초고층 주택단지들이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까지 포함하는 한 달 에너지 사용요금을 고려한다면, 저소득층 가구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매달 40만 원 수준의 에너지를 초고층 주택의 가구에서 소비하고 있다.

 

커튼월

탑상형

주차대수

1

2.5

2

1.9

3

2.5

4

1.5

5

3

6

2.9

7

2

8

3

10

-

3

11

-

1

12

1.2

평균

 

 

2.23

전기 과소비, 초고층 구조에서 비롯한 한계
초고층 주택의 에너지 다소비 원인으로서, (1) 외부 벽면의 과도한 유리 사용으로 인한 단열성능 저하 (2) 인공 환기와 냉․난방 필수로 인한 에너지소비 증가 (3)고속 엘리베이터 및 복도 조명에 따른 전력사용량 과부하 등이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초고층 주택단지 중 커튼월이나 탑상형과 같은 조건에 부합되는 비율이 높다.

고밀도 주거공간으로서 초고층 주상복합 공동주택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도심의 역세권에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실제 가구당 2대 이상의 주차대수를 확보하고 있어서 교통혼잡과 수송에너지 저감에 얼마나 긍정적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공동주택, 에너지 관점에서 설계해야 하는 이유
서울시는 올해 6월부터 커튼월 형식의 공동주택에 대한 강화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40% 이상의 벽면율을 확보 의무를 ‘공동주택 심의기준’에 반영한 것이다. 커튼월 방식의 아파트 외벽이 에너지소비에서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서울시가 인정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건물 에너지절약을 위한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커튼월 건물은 ‘디자인’ 측면에서 선호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에너지 관점에서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최근 ‘성냡갑 아파트 퇴출’을 외치며 공동주택의 디자인 요소를 강조하고 있지만, 에너지절약 관점 역시 동등한 가치로 고려되어야 한다.

커튼월 방식에 대한 규제는 에너지절약 건축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건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제도는 단지 건설업체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차원과 자발적인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주택의 에너지효율등급이 부동산 가격에 반영돼, 건물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비용이 거주자의 입주 선택에 고려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명주 교수가 지적하는 것처럼, 건물의 에너지 소요량을 파악할 수 있는 독일의 에너지증명서와 같은 절차가 모든 신축건물에 적용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초고층 탑상형 공동주택은 용적률을 높이고 바닥면적을 줄이는 대신 녹지공간의 확보를 통해 ‘친환경 주택’으로 홍보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에너지 소비로 인해 높은 건물 자체가 거대한 발열체가 될 수밖에 없다면, 이와 같이 도심열섬 현상을 부추기는 온실가스 배출원이 계속 늘어나도록 방관해서는 안 된다. 기존의 초고층 공동주택의 에너지 사용에 관한 보다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에너지자립형 주택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 글은 2008년 10월 22일 서울환경연합이 주최한 '에너지 자립형 주택, 어떻게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이지언 간사(에너지팀)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링크] 건물의 에너지성적,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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