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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비상/째깍째깍 기후위기

시원한 청계천의 뜨거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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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이 복원된 뒤 물길이 열리면서 자연과 생명이 돌아오고 있다는 발표가 눈에 띈다. 지난해 청계천을 조사한 결과 도롱뇽을 포함해 모두 626종의 동식물이 발견됐다고 한다. 복원 초기인 2006년과 비교했을 때 205종이 늘어난 셈이다.

물길이 트이면서 도심의 온도 역시 낮아졌다. 고가도로가 없어져 바람길이 트이고 자동차 운행이 줄었으며, 흐르는 물이 도시의 열섬현상도 완화한다고 하니, 긍정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청계천 복원을 둘러싼 계속된 논쟁
그런데 청계천은 복원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회적 논쟁을 치뤄야 했다. 여기서 청계천의 물을 한강에서 인공적으로 흘려보내는 유지용수 문제는 '생태적 복원'을 둘러싼 핵심 쟁점이 되었다. 하루 12만 톤의 한강에서 양수하는 방식은 과도한 에너지낭비와 자연하천이 아닌 '인공하천'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알고 있나요?
청계천은 본래 건천입니다. '조금만 가물어도 물이 마르는 천'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복원된 이후, 청계천 5.8킬로미터 구간에 40센티미터의 깊이로 항상 대량의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용수펌프장에서 하루 12만 톤의 한강물이 인공적으로 청계천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유지용수 문제에 대한 시민단체로부터 지적을 의식한 탓인지, 서울시는 유지용수의 전력사용량을 보충할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2007년 2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서울숲에 설치된 300kW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는 서울시의 '친환경 에너지 선언'과 함께 준공식을 가졌다.

서울숲에 설치된 3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 사진제공: 서울시


태양광발전으로 3.6퍼센트의 전기 충당
청계천 유지용수용 태양광 발전소가 가동된지 2년, 얼마나 전기를 생산하고 있을까? 지난해 태양광 발전시설로부터 생산된 전기는 한달 30,604kWh 수준. 전체소비량 820,000kWh의 3.6퍼센트를 재생가능에너지로부터 충당받고 있는 셈이다(표). 달리 표현하면, 한 달 동안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에 생산된 전기가 하루 동안 유지용수 에너지로 소비되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량을 제외한 96.4%의 전기는 화석연료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에서 받는다. 청계천 유지용수로부터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의미다. 계산에 따르면, 한 달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은 34만6천 CO2kg으로서, 4천 가구의 배출량에 해당한다.

청계천 유지용수 전력소비량 및 태양광발전량(2008년 기준, 서울환경연합)


청계천 복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향후 청계천 상류구간을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이미 공언한 바 있다. 이 약속이 실현된다면, 80만kWh의 전기가 불필요하게 낭비될 필요가 없어지고,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에너지도 보다 지속가능성의 목적에 맞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구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 청계천 복원을 단순히 '성공사례'로 내세우기는 어렵다.

세계 40개의 도시 시장들이 모여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는 C40가 올해 5월 서울에서 열린다. 서울시는 주최도시로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환경정책으로서 청계천 복원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참가자들의 방문지로서 추천하고 있다. 콘크리트 도로를 걷어낸 시도는 분명 도시의 숨통을 틔운 환영받을 시도였지만, 유지용수 문제를 비롯한 '끝나지 않은 논쟁'을 불식시킬 진정한 복원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에는, 청계천 복원이 친환경 에너지 정책사례로 홍보되는 것은 민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물길이 트이면 그만?
청계천 복원은 지난한 논쟁을 치루며 '홍역'을 앓았지만,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의 하천 복원에 수많은 '모방효과'를 낳게 됐다.

2007년 환경부는 2015년까지 1조4천 억원을 들여 전국의 지방하천 143곳 2,673킬로미터를 복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서울시 역시 한강에서 물을 끌어오는 청계천 방식을 통해 홍제천을 비롯한 14개 하천에 물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슷한 사례는 광주천이나 대구의 신천 등 지방하천에서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청계천 모방'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전주천의 경우, 초기에 유지용수 확보를 위해 하류로부터 양수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광주천과 신천 등의 부정적인 사례를 확인한 이후 이런 계획을 취소했다. 환경단체들은 지표면의 투수층 확보와 빗물 저류 및 침투시설 활용을 통해 도심 하천의 지속가능한 복원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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