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후 비상/째깍째깍 기후위기

'서울 친환경 에너지 선언' 1년을 묻다

반응형
“도시는 지구 온실가스 배출에서 80%, 에너지 사용에서 75%를 차지한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한 싸움은 도시에서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C40(기후 리더십그룹) 회의는 공동선언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기 위한 도시의 책임을 이렇게 강조했다. 도시화가 90% 이상 진행된 한국에서 도시의 지방자치단체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서울시 친환경 에너지 선언, 선언에 그칠 것인가
그렇다면 대도시 서울의 상황은 어떨까.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서울 친환경 에너지 선언’(이후 ‘선언’)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무엇보다 에너지 절약과 이용 효율화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선언이 그저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선언을 현실화시킬 서울시의 역량과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사용량이 서울시의 정책이나 노력에 의해 줄었다고 할 수 없다. 타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졌을 뿐이다.” 지난 4월 1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서울환경연합 서울CO2위원회가 개최한 ‘서울 친환경 에너지 선언, 1년을 묻는다’ 토론회에서 안준관 부장(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변화본부)은 먼저 이렇게 꼬집었다.

'서울 친환경 에너지 선언'의 목표. 서울시는 에너지 이용률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단기목표(2010년)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전력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통계에서) 빠져있다”며 서울시 전력사용량이 소비주체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서울시가 거의 모든 전기공급을 외부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전력자립도 2.2%), 전력소비량이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서울환경연합은 1년 전부터 이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반쪽’ 통계는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이날 앞서 발표한 권민 팀장(서울시 맑은환경본부 신재생에너지팀)은 ‘선언’에서 제시한 2010년 단기목표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전망을 밝혔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이용률 2%는 달성 가능하지만, 에너지이용과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은 목표에 미치지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서울시 에너지 사용량은 줄어들며 안정된 추세를 보였지만, 2004년 이후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는 건물부문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의지는 ‘선언’에 이어 지난해 발표한 ‘서울 친환경 건축기준’에서 드러난다. 에너지다소비업체는 한국전력과 5개 가스회사로부터 받은 자료로 구축된 데이터베이스에 의해 관리될 예정. 하지만 권민 팀장은 “(기업의 에너지 사용량이) 사적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 가능한 정보범위에 관해 논의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런던시의 혼잡통행료 홍보 리플렛 ©Transport for London

“자동차 등록대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우리는 2천 만 자동차시대에 살고 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최진석 책임연구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기후변화와 교통의 관계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그는 “개인 승용차 이용이 지속되는 한 연평균 7%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통부문 에너지 사용량이 전국평균보다 9% 높은 30%에 해당하는 서울시는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기 위해 고심할 수밖에 없다. ‘나홀로차량’이 87.5%에 이르는 서울에서 친환경 교통체계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혼잡통행료 해외 성공사례에서 배워야, 자전거도로 ‘주민편의시설’에 불과
혼잡통행료는 도심에서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기 위한 효과적인 교통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런던의 경우 2003년 이후 혼잡통행료 도입을 통해, 도심 진입차량이 20% 줄고 도로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역시 16% 줄어들었다. 최진석 박사는 로마의 LEZ(low emission zone) 사례를 언급하며, 혼잡통행료가 확대되기 위해서 규제적 성격을 벗어난 새로운 논리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LEZ 성공사례는 “도심에 집중된 오래된 유물들이 자동차 이용으로 훼손되고 그에 따른 관리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을 로마 정부가 시민들에게 설득한 결과”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서울 도심에 몰려있는 문화유산의 궁극적 보전을 위해서는 화재예방뿐 아니라 대기의 오염물질 농도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1년까지 자전거의 수단분담율 2%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2006년 현재 0.8%). 지난해 서울시는 110억을 들여 43km의 자전거도로를 확장했다. 하지만 서울환경연합 서울CO2위원회가 강남구와 강서구 자전거도로 두 지점에서 출근시간대 자전거 통행량을 조사한 결과는 서울시 자전거 정책의 허점을 보여준다. 아침 7~9시 사이에 자전거도로를 이용한 시민은 압구정로 33명, 등촌동길 75명에 불과해 예상보다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토론자로 발표한 홍병희 서울CO2위원은 “서울시 대부분의 자전거도로가 출퇴근용이라기보다 ‘주민편의시설’로서 한강시민공원으로 가는 진입로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성수대교 남단사거리에서 자동차도로를 이용하는 자전거 통행자 ©서울환경연합


“자동차도로를 줄여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든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자동차도로 옆에 만들지 않아 결국 보도 위 겸행도로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 홍병희 위원은 이어서 “자전거가 제 속도를 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연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전거 횡단보도가 표시되지 않거나, 자전거도로가 다른 용도로 이용돼 자전거 통행자가 방해를 받고 있는 문제들은 자전거 수단분담율을 높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원 서울시의원은 2,182개 초·중등 교육기관이 신·재생에너지의 교육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상을 활용한 태양에너지의 적용 잠재력이 높고 학생들에 대한 교육·홍보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정인환 협성대 교수(도시행정학과)는 서울시 담당부서가 환경부, 지식경제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긴밀한 협조를 하면서, 동시에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광훈 사업국장(광주환경연합)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숲이 갖는 중요성은 크다”고 지적하면서 “서울에 올 때마다 도심을 걷곤 한다. 중앙차선제는 본받을 만하지만, 승강장 주변에 나무를 심는 고민이 필요하다. 승강장에 태양광발전을 적용한 사례가 광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투리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건물에 풍력발전기를 적용한 사례처럼 ‘건물일체형 재생에너지 도입’을 주문했다.

시민참여, 서울시 에너지 정책이 나머지 ‘반쪽’을 찾는 해법
서울시가 신·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후변화기금 운용과 같이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먼저 에너지 절약과 이용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나가야 하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서울에서 건물과 수송부문은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83%를 차지한다. 정인환 교수는 “서울시는 시민을 기후변화 대응사업의 중요한 파트너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며 현재 에너지 정책에서 정작 시민 캠페인이 빠져있음을 지적했다. 내년 5월에 열리는 C40 회의에서 서울시가 시민참여에 의한 기후보호 실천의 모범 사례를 발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이지언(leeje@kfem.or.kr) 2008년 04월 08일

반응형